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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블루스

by rosa

23.


두번째 화요일에는 댄스 동아리회원들이 자원봉사를 온다. 나이로보면 봉사자보다 원생으로 들어올만한데 동아리회원들은 방부제 젊음을 가진듯했다. 원생 중 몇은 그들이 부럽기도 또 가끔은 질투심이 발동해 심통을 부리는 일도 있었다.

오늘 한껏 들뜬 지만, 묵어있던 댄스본능이 발동되었는지 봉사자가 도착할 시간을 어린애처럼 기다렸다. 연이와의 멋진 댄스를 상상하는 내내 행복했다. 화려한 무복 갖춰 입은 봉사자들이 도착하고 경쾌한 음악이 흘렀다. 칙칙한 노인들 공간에 청량한 소음이 퍼지자 원생들 얼굴에도 함박 미소가 피어났다.


지만은 세련된 매너로 연이에게 춤을 신청했다. 연이는 드레스 자락을 살포시 잡고 허리를 꽂꽂이 세운채 무릎 굽혀 인사하고는 지만의 리드에 몸을 맡기고 음악을 타며 뱅그르.

돌고 싶었으나 그것은 연이의 꿈이었다. 파킨슨병이 진행된 후 연이는 허리를 바로 세울 수도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노인이 되었다. 소싯적 남편에게 배운 가락이 있어서 마음으로는 아름다운 무희가 될 수 있으나 현실은 야박했다.


연이는 준비된 미소로 지만을 응원하며 봉사단 선생님과의 무대를 청했다. 무도회장에 가보지 못한 연이,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처럼 미끄러지듯 스텝 밟는 지만이 멋있게 보였다. 그 손을 잡은 여인이 연이가 아닌 다른 여자라는 것이 살짝 아쉬웠지만 냉큼 현실 인정하는 그녀의 긍정 마인드가 작동해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반면 지만은 연이 앞에서 다른 여인을 안고 춤추는 시간이 죽을 맛이었다. 예전에 느낀 댄스의 즐거움이 아니라 뒤통수에 박히는 연이 시선이 선인장 가시 박힌 듯 따끔거렸다. 삐질 거리며 한 곡을 추고 발을 빼려는데 눈치 없는 앙코르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속을 알리 없는 연이마저 앵콜을 외치는 통에 지만은 등줄기에 진땀이 흐르도록 불편한 블루스를 두 곡이나 더 추어야 했다.

봉사자 선생님이 양쪽 엄지를 치켜올리며 지만의 댄스를 칭찬했다. 그러나 다시는 댄스봉사가 오지 않도록 원장에게 건의하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지만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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