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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다가오고 있었다

by rosa

25.




몇 번 큰 눈이 내렸고 추위 따라 세상을 떠난 이도 있었다. 겨울은 참 슬픈 계절이다.

시간은 나이와 같은 속도로 흘러 간다더니 새해가 시작된지도 한참 지났다.

누군가 새로 들어왔고 호식이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원장으로부터 그의 병세가 심해졌다고 들었다. 지만은 오늘 저녁에 연락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점심 무렵 호식이 센터에 나타났다. 못 보는 사이 꺼칠하게 야윈 모습이 안쓰러웠다.

“ 아팠다며?”

“ 이번엔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 얼굴이 부어 보이네. 이리 나와도 괜찮은 건가?

“ 죽기 전에 연이 씨 한 번 더 보려고 왔지요.”

“ 사람 실없긴”


호식의 입은그래도 건강해보였다. 지만은 겉보기에는 형편없지만 유머감각이라도 살아 있는 호식이 반가웠다. 연이가 한가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호식에게 안부를 물었다.

“연이 씨가 의사보다 실력이 좋은가 봐요, 날아갈 것처럼 몸이 가벼워져요. 하하”

바람 빠진 풍선 같았다. 그의 웃음이 애잔하여 연이는 찔끔 눈물을 보였다. 늙어가며 나타나는 병증들은 자칫하면 내일을 약속할 수 없어서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웃음에도 한 자락 깔아 두어야 했다.

“ 잘 견뎌 내봐요.”


간절한 마음 담은 촉촉한 대화 가운데 연이는 호식과의 작별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했다. 그녀는 오른손의 떨림을 왼손으로 지그시 누르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모두에게 이 겨울이 무사히 지나길 바라는 마음. 퍼렇게 멍든 하루를 지냈다.

그렇게 겨울은 천천히 물러나고 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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