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엄마가 달라졌다.
엄마의 첫마디는 ‘어르신이’로 시작되는 문장이 대부분이었다. 엄마 일상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사람은 자식도 손주도 아니고 ‘어르신’이었다. 전화통화에서도, 만나서도 엄마의 일성은 언제나 어르신인 것이 선영은 불편했다. 손주들이 있는 자리에서도 거침없이 주고받는 두 분의 통화와 문자들이 가족 사이에 어색함으로 자리한다는 것을 엄마만 모르는 듯했다.
“엄마 두 분이 사귀는 거?”
“무슨 그런, 우린 친구야.”
그렇겠지. 단호한 엄마 말을 선영은 그대로 믿었다. 삼십 년 넘는 시간을 돌싱으로 살아온 선영은 어쩌면 더욱 엄마 말을 믿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됐어도 아이 둘을 지키기 위해 선영은 여자를 버리고 엄마를 선택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채 삼 년도 안 된 시점에서 엄마에게 새 남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엄마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이 편했다. 한편으로 자식들보다 좋은 친구가 있어 말벗이 되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겼다.
아침 여섯 시면 모닝콜처럼 울리는 어르신의 인사가 엄마의 하루를 여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평일에는 하루 두 번 주말에는 세 번 어르신은 엄마의 즐거운 알람이었다. 전화를 받는 엄마 목소리가 상기되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선영은 엄마가 친구가 있어서 좋다 하니까 엄마 친구 분들을 모시고 생일파티를 열어드리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막내가 출장 중이라 둘째 동생에게 상의와 동의를 구했다.
우리 집에 처음으로 엄마의 남사친을 초대해서 추억을 만들어드리겠다는 선영의 야무진 생각을 전하니 엄마도 소녀처럼 기뻐했다. 파티음식을 준비하며 선영은 사진속 아빠에게 미안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아빠, 이해하시죠? 친구예요 친구. 엄마 평생 생일파티 한번 못해봤잖아요. 아빠가 이해하셔야 해요. 그래 주실 거죠?”
그렇게 선수가 어른들을 모시고 선영의 집으로 와서 여는 생일파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