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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Jul 04. 2024

할머니표 육아의 기술



복돌이와 함께한 백날.

내 아이를 키울 때는 잘 몰랐던 노하우를 이제야 터득한 느낌이다. 그때는 젊음을 바탕으로 한 열정적 육아였다면 지금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혜로운 육아가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템빨이라는 물리적 기술적으로 풍요로워진 환경이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가 원하는 다음을 예측할 수 있고 준비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겼다.

에릭프롬이 사랑의 기술을 말했다면 나는 할머니표 육아의 기술을 말하고 싶다.


복돌이를 케어하며 가장 신경 쓴 것은 아이의 루틴을 만드는 일이었다.

매 시간 과업이 있고 그것들의 완수를 목표로 정했다. 아이의 성장발달을 관찰하고 정서적 교류하고 스킨십하는 일을 나는 할머니식 육아라 정의했다. 초보엄마 일 때는 알 수 없는 발달과정을 할머니는 알 수 있기에 예측이 가능하다. 물론 아이마다 다르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 아이의 유전자가 담긴 복돌이는 크게 다르지 않은 듯.


아이는 언제든지 마음을 바꿔먹고 할머니를 당황하게 할 수도 있다. 내 아이 둘 다 백일날 저녁부터 밤낮이 바뀌어 육 개월간 고생한 기억이 새롭다. 그래서 순하게 잘 자는 복돌이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계속 보냈다. 다행히 마의 백일을 무사히 지나는 듯하다.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복돌이의 준비된 루틴이 제 역할을 하는 듯.


복돌이가 백일을 지나며 수면패턴이 확실히 좋아졌다.

일곱 시경에서부터 수면 모드로 전환 한 시간 정도면 깊게 잠이 들고 새벽 두 시경 한번 수유를 하면 아침 일곱 시까지 숙면하고 있다. 말 그대로 통잠을 자며 아침에 일어날 때도 해맑은 미소를 보여준다. 밤잠을 잘 자면 낮시간 컨디션도 좋아 보채지 않고 잘 지낸다. 오후 한 시, 오후 네 시 두 번의 낮잠은 할머니가 곁에 있어주길 원한다. 혼자 뉘어놓으면 30분 남짓인데 같이 누워 토닥이면 두 시간 꿀잠을 잔다. 낮잠 이후 기분도 당연히 굿.


놀이에도 패턴이 생겨 오전에는 모빌과 대화하며 누워서 놀고 오후에는 보행기나 바운서 등을 타고 움직이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뒤집기 성공 이후에는 엎어져서 노는 시간도 제법 많아졌다. 수다쟁이 복돌이는 하루종일 옹알이하며 기분을 표현 한다. 대꾸해 주면 끝없이 수다삼매에 빠진다. 아이의 기분 좋은 웃음이 집안 가득 생기를 불어넣는다.


좋아하는 음악도 시간대별로 다르다. 육아에 유튜브 음악의 협조가 크다. 특히 섬집아기와 수면유도음악의 공로는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처음 한 달 정도는 이것저것 테스트하며 아이의 선호도 조사를 했다면 지금은 맞춤 음악으로 실수 없는 선곡을 하고 있다.


브런치 작가님 글을 읽다가 '육아 예비군'이라고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재미있고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현역에서는 은퇴했지만 언제든 비상투입 될 수 있는 예비군이 친정엄마 아닐까. 남자들 경우 재입대는 꿈에서도 치를 떤다지만 친정엄마는 기쁜 마음으로 투입 즉시 현역을 능가하는 경험치를 발휘하며  경력직의 화려한 스킬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MZ세대는 출산을 위해 3M을 고려한다고 들었다.


1. muscle

  육아는 근력이 있어야 한다.


2. money

   육아는 돈이 있어야 한다.


3. mother

   육아는 경험치가 확실한 엄마가 있어야 한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M은 엄마.

인구절벽의 현실을 보며 정책 하는 분들께 조언한다면 엄마를 최전선에 세울 정책을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안전하고 가장 믿을 수 있는 할머니표 육아, K-인구절벽을 단박에 해결할 빅카드가 되지 않을까.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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