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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 Jul 11. 2024

"이유식으로 가는  세 가지 조건"


육아 중에 뭔가 전환되는 시점이 많이 생긴다.

분유를 바꿀 시기, 기저귀를 바꿀 시기, 젖꼭지를 바꿀 시기. 그중 젖꼭지에 한바탕 전투 벌인 경험이 있어서 뭐든 바꿀 때는 신중하자 라는 기본 방향을 정해뒀다.


복돌이 에미, 그러니까 내 딸이 태어났을 때 난 정말 생 초보 엄마였다. 외가에서도 친가에서도 내가 맏이 게다가 나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갓난아기 구경도 한 적 없는 내가 엄마가 됐으니 자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좌충우돌했을지 상상할 수 있으리.


분유가 제조사에 따라 그렇게 많은 제품이 있는지도 알지 못했던 내가 마트에 갔다. 제품정보가 없으면 비싼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해서 비싼 깡통하나 사 왔을 뿐인데 아이는 수유거부에 밤샘 울기로 초보엄마를 울렸다. 아이발달단계에 따라 분유 성분이 달라지는지 그 조차도 몰랐던 얼치기 엄마.  


내가 두 번째 겪은 전쟁은 이유식이었다. 한창 G사의 병에 든 이유식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어린 엄마가 유행은 어찌 알았는지, 종류별로 구입하고 아이가 즐거워할 것을 멋대로 상상하며 뚜껑을 열었다. 딸에게 주었다. 딱 한수저를 입에 넣고 아이는 입을 닫았다. 물 건너온 식품 따위는 먹지 않겠다는 고집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남은 이유식 맛을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이유식 단계를 싹 다 무시하고 아이는 곰국을 선택했다. 그렇게 쉽게 밥을 먹었다.


이유식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는 대략 4개월에서 6개월이며 아무리 늦어도 6개월에는 고기를 이유식에 포함시켜야 철분 보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오늘이 125일 차인 복돌이는 남들 6개월 발달과정을 백일이 안 돼서 달성했고 현재 몸무게가 돌잡이 수준인데 일반적 숫자에 의존하는 것이 맞나?


예전과는 다르게 인터넷에, 유튜브에, 인스타에 엄청난 육아 정보들이 넘쳐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정보를 취득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여전히 중요하다.


결국 세 가지 조건을 검토했다.

출생 시 몸무게의 두 배(현재 거의 세배), 혼자 앉을 수 있는지(당근 말밥이지), 어른 먹는 것에 관심을 보이는지(애 앞에서 물도 못 먹을 상황) 결국 복돌이는 이유식을 시작해도 될 시기라고 판단했다.  일단 시작해 보자.


처음 준비하는 이유식은 쌀미음이다. 쌀:물을 1:10으로 시작한다. 첫날에는 한번 그리고 먹는 양상을 보면서 양을 늘릴 수 있고 일주일쯤부터는 야채 한 가지씩을 추가해서 반응보고 알레르기 음식을 걸러낸다. 의외로 쌀에 알레르기 반응이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유식을 먹이는 시간은 혹시 있을 알레르기 반응에 대처하기 위해 오전이 좋다고.


초기 이유식에 피해야 할 식품이 있다. 맛이 강한 양파나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높은 두부 그리고 질산염이 높아 빈혈을 일으킬 수 있는 당근, 시금치, 배추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사실 이런 내용까지는 몰랐지만 찾으면 얼마든지 정보는 있었다.


어제 빈숟가락으로 적응 훈련하고 드디어 오늘 복돌이 첫 이유식을 먹었다. 쌀미음 한 수저. 아이 표정을 찍어 놓을 수 없음이 너무도 아쉬울 만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첫 이유식을 즐겼다. 만약 먹는 대로 다 준다면 한 사발을 원샷드링킹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출발이 좋아서 한숨 돌렸다.  


이유식 전용 푸드 스타일러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동방박사님들이 출산선물보낸 이모님 시리즈 중  세 번째 이모님이다.

재료만 넣어주면 알아서 이유식이 만들어지는 마술 같은 일이 MZ육아에서는 벌어지고 있었다. 처음 만난 브레짜이모님 때 놀래서 세 번째 이모님에 대해서는 아무 소리 않고 등장할 시기를 기다렸다.

역시 이모님 시리즈가 왜 유명세를 타는지 한 번에 알게 됐다. 분쇄, 가열, 젓기 죽에 필요한 모든 일들이 그 작은 통 안에서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신세계를 만났다. 이유식이모님 덕분에 다른 조리 기구들은 필요 없다.

세 번째 이모님은 오롯이 나를 위한 우군이라서 행복지수가 최고로 올랐다.


하루종일 이유식 메뉴를 찾아보며 또 놀이처럼 즐거운 육아 노트 한 페이지를 채웠다.

복돌이가 나에게 선물한 타스틱 한 세상에 오늘도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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