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안에 혹이 생겼대요
유방촬영을 처음 해봤던 해에
수치심+엄청난 고통에 식은땀이 뻘뻘 났던 기억이 있다. 당분간 유방촬영은 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과는 이상무였지만, 여느 한국 여성처럼 치밀 유방이라 잘 보이지 않아, 초음파를 함께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1년 뒤 서른두 살을 앞둔 겨울, 처음 받아본 유방 초음파에서 1cm가 넘는 결절이 보인다며, 진료의뢰서를 써주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몸과 마음을 살피지 못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쉼 없이 열을 내며 일하던 시간, 집에 오면 보상심리로 시켜 먹었던 치킨, 업무로부터 해방되고 싶어서 새벽 2-3시까지 들여다보던 핸드폰, 일주일에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운동,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던 시간들
나조차도 나를 살피지 못했던 시간들이 큰 후회로 다가왔다. 그리고 상담을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던 마음이 분노로 뒤덮였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왔을까 자책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나를 잠식해 왔다.
보통 여자들은 호르몬 변화 등으로 통증이 잦은 편이라 몸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몸이 내는 소리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게 안타깝고 바보 같았지만 지금이라도 검사를 받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일이 바빠 바로 병원에 가지는 못했고, 2주 후 초음파 자료와 진료의뢰서를 들고 첫 병원을 찾았다. 조직검사를 위해 부분마취를 하고 가슴에 총 같은 주사를 찔러 넣었다. 주사를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정말로.. 말도 못 하게 무서웠다!
상세불명의 결절이 자리 잡은 구멍 난 그 부분은 한동안 찌릿찌릿 아팠다. 혹시나 악성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끔찍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조직검사 결과, 다행히 양성으로 보인다고 했다. 암일 확률은 아주 적지만, 크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수술로 떼어낸 다음 정밀한 조직검사를 해서 이 결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동안 축 처진 기분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원래 가려고 했던 병원에서 취소 자리가 생겨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2주 뒤 즈음 방문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조금 귀찮더라도 여러 병원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의사 선생님은 따뜻한 분위기에서 친절하고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여기는 근육이에요”
“여기는 물혹이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결절 부분을 보신 후에,
“크기도 그렇고 모양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악성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수술은 안 해도 되지만 통증이 일상에 방해가 될 정도라면 수술을 해도 되겠다고 하셨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6개월 뒤 추적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처음 갔던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는데, 이 병원에서는 나에게 선택권을 줬다. 수술을 받으면 당장 일을 쉴 수도 있으니 차라리 잘 됐나 싶다가도, 수술을 당장 꼭 할 필요가 없는데, 몸 안에 상처를 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정말 괜찮은 걸까? 수술을 해서 조직검사를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수많은 고민들 가운데 휩싸였다.
나는 고민 끝에 수술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재검을 받기 전 6개월 동안은 새롭게 살아보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