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 耽美_ 나태와 음울
어둠이 내려 카페의 분위기가 밤에 어울리는 것으로 확 달라졌을 때,
마침 조지 거슈윈의 'Summertime' 이 흐르고 있었다.
Am6와 E7, 두 개의 반복적인 코드가 만들어내는 재즈풍의 몽환적 분위기가 사람들을 먼저 취하게 만들었다.
그 음악은 그런 매력이 있었다.
어디를 가나 방금 갠 비의 냄새를 느낄 수 있는 달빛 아련히 부서지는 밤,
희끄무레한 빛이 아지랑이 흔들리는 모양에 섞여 흐려지는 멀어지는 밤,
물안개가 거리의 불빛을 바다 위로 실어 나르는 꿈같은 밤.
단 몇 마디의 전주 부분으로 모든 밤을 나타내기에 충분했다. 음악은 모든 분위기였다.
재즈는 그랬다.
소리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소리가 내 것일 수 있을까, 하는
지금의 소리를 영원히 소유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
왠지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설렘이 생기는 밤이었다. 테이블에는 이제 막 맥주를 주문한 사람이 마개를 따는 청량한 소리와 빈 병이 달그락거리는 소리, 진한 레드와인의 쌉쌀한 향기가 불어왔다.
맥주의 향과 섞여 이상야릇한 냄새인 것 같기도 했다.
늦여름의 향기였다. 모두의 마음이 재즈 선율을 바람삼아 떠다니고 있었다.
밤과 계절과 풍경을 그리는 음악이었다.
탐미 耽美.
사로잡는 것, 아름다움, 소유하고 싶은 것들에 흔들리는 마음에 대하여.
음악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입니다. 내용의 일부만 적었습니다.
완본은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온라인/오프라인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우울과 몽상, 그리고 데카당스> <블루, 밤의 가스파르> 와 비슷하면서 결이 다른,
시적산문을 표방한 그림 에세이입니다.
독립출판 그림 에세이 '우울과 몽상, 그리고 데카당스'
https://brunch.co.kr/brunchbook/moonjiha
그리고, 또 다른 독립출판 그림 에세이.
https://brunch.co.kr/brunchbook/jiha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