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 耽美_나태와 음울
제 2곡
검은 튤립과 푸른 달리아, 파란 장미
I.
그의 꽃에서는 감정이 느껴졌다. 꽃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뒤틀린 몸짓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괴이하다는 인상을 먼저 주었다. 꽃잎은 전부 어딘가 뒤틀려 있었다. 무서운 생명력이었다. 꽃잎의 생동감이 너무 강하게 다가와 넋을 놓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꽃병에 다발로 꽂혀 있을 때나 흙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을 때나 매한가지였다.
그의 꽃은 푸른빛이 도는 보라색이 많았는데, 특히 그것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꽃의 종류는 많지 않았다. 강렬한 인상은 대체로 한가지의 꽃이었고 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떤 말이라도 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기괴함이 마음에 들었다.
꽃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실제의 꽃처럼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꽃을 본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여자는 달랐다.
그의 꽃은 욕망과 좌절되는 이상, 슬픔, 분노,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희망 따위의 감정을 말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이 가느다란 빛을 품은 음울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그의 인생이었다.
그의 꽃을 보기 전에 그가 먼저 다가오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꽃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밤의 꽃은, 몸짓으로 얘기를 했다. 흐르는 음악의 박자에 맞추어 움직이는 듯 보였다.
꼭 춤을 추는 것처럼. 여자가 꿈꾸는 자유로움과 손을 뻗어 가지고 싶은 이상을 동경하는 마음을 알고 있는 듯한 몸짓이었다.
탐미 耽美.
음악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입니다. 내용의 일부만 적었습니다.
완본은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온라인/오프라인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우울과 몽상, 그리고 데카당스> <블루, 밤의 가스파르> 와 비슷하면서 결이 다른,
시적산문을 표방한 그림 에세이입니다.
독립출판 그림 에세이 '우울과 몽상, 그리고 데카당스'
https://brunch.co.kr/brunchbook/moonjiha
그리고, 또 다른 독립출판 그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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