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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Nov 27. 2020

여름의 일상

탐미 耽美_나태와 음울 

습하다.


눈을 뜨기가 쉽지 않다. 눈꺼풀 위에 얇게 씌어진 습기 탓이다. 밤사이 그대로 고여 버린 것 같다. 

반쯤 일어나 창문에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댄다. 밖을 좀 더 자세히 본다. 기묘하다는 생각을 한다. 오래되어 누렇게 변색 되어버린 하얀 건물과 무색의 하늘 경계가 사라졌다. 홀로 우뚝 솟아있는 건물의 부동성이 새삼 크게 다가온다. 

그대로 죽어있는 느낌을 준다. 죽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어쩐지 자꾸 바라보게 되는 묘한 끌림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멍하니, 

끝남과 소멸에 마음을 쏟는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곳곳에 스며든 습기에 금방 더워진다. 침대 위에 앉아서 보던 것과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그것은 파도, 

혹은 바다의 한 가운데. 


갑자기 쏟아지는 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스팔트 바닥이 되받아친다. 

희뿌연 물안개가 시선으로, 죽어있는 건물로, 공중으로 수면을 이룬다. 파도의 거품이 밀려온다. 

하늘에 떠 있는 일렁이는 띠. 

그렇게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 잠긴다. 

바다의 아래로, 

햇빛이 들지 않는 깊은 곳으로. 

그렇게 여기는 바다의 한 가운데. 




탐미 耽美.
음악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입니다. 내용의 일부만 적었습니다. 
완본은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온라인/오프라인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우울과 몽상, 그리고 데카당스> <블루, 밤의 가스파르> 와 비슷하면서 결이 다른, 
시적산문을 표방한 그림 에세이입니다. 




독립출판 그림 에세이 '우울과 몽상, 그리고 데카당스' 

https://brunch.co.kr/brunchbook/moonjiha



그리고, 또 다른 독립출판 그림 에세이.

https://brunch.co.kr/brunchbook/jiha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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