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urry up!! "
갑자기 달려와 날 문밖으로
힘껏 밀치며 소리 질렀다.
“나가!!! 우리 아직 연습 안 끝났어!”
얼어붙은 아침
아이오는 모닝클럽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에 등교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 등이 있다고 했다.) 아이는 그 시간을 좋아해 매번 모닝클럽에 가고자 했다. 하지만 추운 날씨가 계속되자 아이도 홈맘도 모닝클럽에 되도록 안 가는 것을 지향했고 한동안 우린 정상시간에 등교를 했다.
그런데 사건이 있던 전날, 우린 평소보다 일찍 집에서 나왔고 아이는 신나서 킥보드를 타고 달렸는데 의도치 않게 학교에 일찍 도착해 버렸다. 모닝클럽이 진행 중인 학교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날도 추워 놀이터에서 놀면서 기다릴 수도 없던 아이는 결국 교실 밖에서 모닝클럽이 끝나길 기다려야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홈맘의 지시에 따라 8시에 딱 맞춰 나가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버스시간에 딱 맞춰 문을 닫고 집을 나서려는 그 순간!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는 아이오. 결과적으로 우리는 버스를 놓쳤다. 배차간격이 긴 편이라 한참 뒤에야 버스가 왔고, 우린 8시 20분쯤에 출발했다. 엎친데 겹친 격 밤사이 내린 눈으로 길이 얼어붙어 미끄러웠다. 버스에서 내려 걷는 속도마저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학교까지는 버스에서 내린 후 약 20분을 더 걸어야 한다. 결국 9시에 도착. 완벽한 지각이었다...
지각에 이어 이번엔 아이와의 실랑이
오후가 되고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우리 둘은 싸우게 됐다. '무슨 다 큰 성인이 초등학생 1학년이랑 싸우나' 싶을 수도 있지만 난 타지에 와있는 외국인이었고 아이오는 현지인이었다. 나의 영어는 당시 정말 형편없었다. 말이 싸운 거지 누군가 소리만 듣는다면 아이오가 나보다 훨씬 언니고 내가 한참 동생이구나 생각했을 정도였을 것이다. 내가 영어로 말하는 수준은 거의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의 수준이었으니까. 세련되고 어른스럽게 표현하지 못하는 나 스스로가 너무 답답했다. 한국말로 소통했으면 달랐겠지 생각했다.
평소에는 4시에 아이오를 데리러 가야 하지만, 홈맘이 아이가 방과 후 활동이 있다며 4시 30분까지 가면 된다고 했다. 시간에 맞춰 갔지만, 이상하게도 아무 인기척도 없고 교실 문은 닫혀 있었다. 직원의 도움으로 안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은 뛰어놀고, 엄마들은 모여서 수다 삼매경이었다. 나는 4:30에 픽업하라는 엄마의 말을 들어야 했기에 학부모들에게 다가가 끝난 게 맞는지 우리 먼저 가도 되는지 물어보려 했다.
그때 날 발견한 아이오가 갑자기 성난 표정으로 달려오더니 날 문밖으로 밀치며 소리쳤다.
“나가!!! 우리 아직 연습 안 끝났어!”
순간 당황했지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또다시 밀침 당했다. “You are so rude.” 한마디 하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아이. 다시 들어가려고 시도했는데 또다시 밀침 당했다.... 어쩔 수 없이 밖에서 기다렸지만, 추운 날씨 속에서 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30분이 더 지나서야 아이오와 다른 아이들이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
아이오는 갑자기 본인의 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나에게 소리쳤다.
"내 가방 들어!!"
이런 아이의 모습에 다른 학부모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나는 조용히 아이오에게 다가가 말했다. “Stop being rude, okay?” 아이오는 콧방귀를 뀌며 킥보드를 타고 혼자 휙 달려가더니 갑자기 멈춰서 뒤돌아 소리쳤다. “근데 너 왜 나한테 무례하다고 했어!!!?”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가 나 3번이나 밀친 거 기억하니? 만약에 내가 너를 밀쳤으면 기분이 좋았을 것 같아?”
"난 밀친 적 없어!! 말로만 나가라고 했어!"
"밀쳤어. 그리고 가방은 왜 던지면서 나한테 들으라고 명령했니??"
".. I said PLEASE..!!" (.. 부탁한다고 말했어..!)
"I'm SURE you didn't." (아니 안 그랬어)
그제야 아이오는 자신의 행동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오는 끝내 사과하지 않으려 했고 난 아이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에 아이오는 또다시 킥보드를 타고 혼자 멀리 쉭-하고 달려가 버렸고 내가 계속해서 무반응으로 대처하자 이번에는 엄마를 찾으면서 울기 시작했다. 울기작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나도 울고 싶었다.
금쪽이 같은 행동은 내가 반응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이번에는 킥보드를 길거리에 내동댕이치더니 씩씩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가 들고 있던 자기 책가방을 당기면서 매달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무시했다.
온갖 행동을 다 해도 소용이 없자 아이는 결국 신호등 앞에서 내게 안기며 울기 시작했다.
"잘못했으면 뭐라고 해야해? "
물으니 그제야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아이오. "알겠어, 나도 미안해"라고 하니 아이오는 서러웠는지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정말 영화 <인사이드아웃>처럼 이 아이의 뇌세포들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이렇게 감정들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락가락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원래 이 또래 여자 아이들은 다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아이의 기질인 걸까. 비교대상이 없으니 답답해졌다. 그때는 금쪽이라는 표현이 없었지만 지금생각하면 정말 금쪽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장난을 치며 화해했다. 기분이 풀린 아이오는 “엄마한테 말하지 말아 줘.” 라며 내게 부탁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나중에 홈맘이 얘기하길 이런 일 있었으면 다 얘기해 달라고 했다, 학부모들이 보고는 홈맘한테 연락을 취한 모양이었다.)
"너 며칠 전에 나한테 침 뱉어서 내가 엄청 화낸 거 기억나지? 또 그렇게 행동하면 너희 엄마한테 다 말할 거야"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왜 늦었냐며 우리를 찾고 있었다. 나는 모든 상황을 설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진짜 나 못하겠다고 홈맘한테 그녀의 자녀가 얼마나 무례한지 다 말하고 싶어 턱끝까지 올라왔는데 약속한 것이 있어 한번 더 참아냈다. (그 당시 난 아이의 잘못을 하나하나 홈맘에게 일러바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아이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베이비시터로 인식될 것 같아 무서웠다.)
목욕하는 것을 도와주던 나에게 아이는 다시 한번 엄마한테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나름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 난 말했다. "네가 늦으면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근데 나는 네가 나를 밀어서 화난 거야, 다음부터는 좀 더 나이스하게 말하고 행동해 봐 그럼 나도 기분 좋게 나가서 기다릴 거야, understand?" 아이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저녁식사를 준비하기로한날이었다. 아보카도 비빔밥, 그린빈, 삼겹살 구이을 차렸는데, 모두가 맛있게 먹으며 즐거워했다. 특히 아보카도 계란 명란밥은 큰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요리에 대한 자신감도 회복되고, 가족 간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풀렸다. 아침엔 지각도 하고 오후에는 아이와 싸우기도 했지만 하루의 마무리가 좋았으니 괜찮았다.
“낼은 좋은 날이 될 거야.” 긍정회로를 돌려보고는 밤 9시가 되기도 전에 기절하듯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