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미 Jan 09. 2025

미운 네 살은 성장 중

" Terrible twos "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뻔했다.

케이토는 신발을 신지 않겠다며

몸부림쳤고 결국 난 홈맘에게 전화를 했다.



 월요일 아침.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집에 돌아와 보니 이상하게도 홈맘이 집에 있었다. '오늘 휴무인가?'생각하고는 주방으로 갔다. 점심으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려고 주방에서 재료를 준비하고 있는데 뒤에서 홈맘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다이닝룸에 있던 홈맘은 주방으로 와서 은근히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홈맘은 왜인지 오늘따라 옆에서 계속 잔소리를 했다. "프라이팬에 젓가락 쓰지 말아 줘, 코팅 벗겨지잖아."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Okay, I will be careful next time." (다음부터 조심할게요). 왜 내가 이렇게 눈치를 봐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불편하게 점심을 먹고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이오와 대화도 많이 나눴다. 아이오는 금요일이 좋다고 했다. 왜냐면 금요일마다 학교에서 피시 앤 칩스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이 얼마나 그것을 좋아하는지 신나서 이야기했다. 그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다. 아이는 이번 여름 두바이를 경유하여 홈대디의 고향인 호주로 휴가를 간다고 자랑했다. 사막여우에 대해서도 즐겁게 이야기했다. 아이오는 눈앞에 사막여우가 있는 것처럼 상상하며 들떠 있었다. 그런 아이오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이들이 휴가 가있는 동안 어디로 갈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그렇게 오늘 하루는 꽤 수월하게 넘어가는구나 생각했다...


아이오의 얘기를 듣고 갑자기 먹고 싶어진 피시 앤 칩스


 하지만 수월할 것 같았던 아이들 픽업은 케이토를 데리러 가면서부터 돌연 고난으로 바뀌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자 케이토는 세상이 떠나가라 울며 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잘 따라왔던 아이인데 당황스러웠다. 한 여자아이를 가리키며 같이 더 놀고 싶은 듯 계속 이름을 외쳤다. 겉옷과 신발을 신긴 후 데리고 나가야 하는데 아이는 계속해서 가기 싫다며 발버둥 치고 고집을 부렸다. 나는 선생님과 함께 아이를 붙잡고 신발을 신기려 했다. 하지만 케이토는 신발을 신지 않겠다며 계속해서 몸부림쳤고, 결국 나는 홈맘에게 전화를 하고 선생님은 아빠에게 전화했다. 이 상황이 답답해서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뻔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위로해 주었다. 아이는 지금 성장하고 있는 거라고. (실제로 며칠이 지나니 반복적으로 고집을 부리던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케이토. 내가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웃으며 스스로 신발을 들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집에 돌아오니 케이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누나와 엄마와 잘 놀았다. 식사 시간이 되자 오늘따라 예민한 홈맘이 아이오를 차갑게 불렀다.


"아이오, 너 선생님하고 친구들한테 우리 여름휴가 일정에 대해 말했니?"
 "Yes, Mammy..."


아이오는 평소와 다른 엄마의 차가운 말투에 기가 죽은 듯 조용히 대답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달간의 장기간 여행 계획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소문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지면 그 집은 비어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게 되는 것이고 그럼 빈집털이의 타깃이 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집이 오래 비면 도둑이 들 수 있다는 생각이 낯설었는데 나중에 집에 도난사건이 발생한다.)


 다행히 홈대디가 타이밍 좋게 사온 컵케이크 덕분에 저녁 식사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모두가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4살쯤이 되면 ‘나’라는 개념을 스스로 인식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내 거야!" "안돼!" "싫어!" 같은 강한 자기주장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며, 이 시기를 흔히 ‘미운 네 살’이라 부르는 이유를 깨닫게 됐다. 나는 케이토의 미운 네 살을 경험하며, 나중에 나의 자녀가 생겼을 때를 위한 작은 사전 교육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