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flict "
겁에 질린 아이오는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나는 혹시라도
손지검이 있을까 걱정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전날밤부터 집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홈맘과 홈대디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새벽이 되자 더욱 선명해졌다. 사건은 이랬다. 둘째 아이가 자다가 불편했는지 새벽에 크게 울기 시작했고, 멀리 떨어진 내방까지 들려 나도 잠에서 깼다. 그리고 울음소리는 갑자기 더 크고 선명하게 들렸다. 누군가가 아이의 방문을 열은듯했다.
이내 울음소리는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 ‘곧 잠잠해지겠지’ 싶어 다시 잠을 청하려던 그때, 이번에는 홈맘과 홈대디의 말다툼이 시작되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애가 울 때마다 들어가서 달래주니까 자꾸 밤에 우리를 찾잖아! 혼자 진정할 시간을 주기로 했잖아! 네가 다 망쳤어!"
홈맘은 감정적으로 소리쳤지만, 홈대디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간밤의 소란으로 잠을 설친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첫째 아이오의 방으로 갔다.
"아이오 일어나, 학교 갈 준비 하자."
역시나 간밤의 소란으로 푹 자지 못한 아이오. 오늘아침도 잔뜩 짜증을 냈지만,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시간이 조금 남자 아이오는 방으로 올라가 색종이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내가 뭐라고 말을 걸자마자 아이오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Talking rubbish." (헛소리하네)
충격적이었다. 아이오의 이런 무례한 표현에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저번에는 버스에서 나한테 '뇌가 없냐'라고 했다.) 어디서 이런 말을 배운 걸까? 학교에서? 아니면 부모님에게서? 홈맘과 홈대디는 아이가 이런 표현을 쓰는 걸 알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침을 무사히 넘기고 아이를 등하교시키며 하루를 보냈지만, 저녁이 되자 긴장이 되었다. 홈맘과 홈대디가 화해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계속 맴돌았다.
평소보다 일찍 집에 온 홈대디는 둘째에게 밥을 먹이고 있었다. 나는 케이토의 목욕물을 받으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때 아이가 목욕하기 싫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고, 인내심이 바닥난 홈대디가 결국 큰소리를 냈다.
곧이어 홈맘이 집에 돌아왔지만, 둘 사이의 싸늘한 기운은 여전했다. 상황을 눈치채지 못한 아이오. 결국 트리거를 당겼다. 홈대디의 올라가서 씻으라는 잔소리를 시작으로 둘은 실랑이를 하게 됐고
"Okay then!!!!"
라며 거실 문을 쾅 닫아버렸다. 홈대디는 말레시아계 호주인이다. 키가 2미터에 육박하고 체격이 굉장히 좋다. 그런 홈대디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문을 세게 열은 뒤 아이에게 ‘쿵쿵쿵’ 소리를 내며 위협적으로 다가갔다. (순간적으로 공룡 같다고 생각했다.) 겁에 질린 아이오는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나는 혹시라도 손지검이 있을까 걱정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그때 홈맘이 달려가 아이를 안아 진정시켰고, 남편을 째려보았다. 홈대디는 결국 자기분에 못 이겨 씩씩거리며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홈맘은 아이를 타이르면서 맞는 말을 했지만,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은 계속 이어졌다.
이번엔 엄마가 아이에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고, 아이는 펑펑 울었다. 온 집안이 난리법석이었다. 서로 기분이 상해 예민하고 지친 상태에서 아이에게 감정이 전가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순간, 이번엔 진정된 상태로 내려온 홈대디가 아이를 데리고 위층으로 갔다. 조곤조곤 훈육을 시작했지만, 아이는 여전히 울며 아빠를 더 열받게 했다. I WANT MAMMY!" (난 엄마를 원해!!!) 결국 홈대디는 또다시 폭발하고 말았다.
이날 밤은 정말 길고 힘들었다. 가족 모두가 예민하고 지쳐 있었다. 나는 외부인으로서 그들의 갈등에 휘말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이 상황이 아이들에게 상처로 남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시간이 지나면 이 긴장감도 사라질까?
집안에 평화가 다시 찾아오길 간절히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