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미 Jan 02. 2025

우리 엄만 날 사랑하지 않아

" miscommunication "


"네가 우리 엄마는

케이토를 더 사랑하고,

나는 덜 사랑한다고 했잖아!"



"똑똑똑."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아이들과 바쁜 하루를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채 침대와 한 몸이 되어있던 참이었다.


(누구지? 잠든 척해야지...)


 "똑똑똑." 다시 들려오는 노크 소리. 이상했다. 퇴근 후에는 아무도 내 방문을 두드린 적이 없었는데.


"Yes?"

"자고 있었니? 너에게 할 얘기가 있어."

방문을 열자, 꽤 심각한 표정을 한 홈맘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무슨 일이지? 긴장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야미,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

"...??"

"혹시 아이오한테 내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얘기한 적 있니?"

"네...? 제가요??"

"응. 아이오가 며칠 전부터 계속 엄마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면서 날 괴롭히는데, 내가 아니라고 하니까 야미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전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아마 며칠 전에 제가 저희 엄마 얘기한 걸 잘못 이해했나 봐요."

"어떤 얘기?"

"둘이 같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오가 ‘엄마는 케이토한테만 관심을 가진다’고 했어요,

‘너희 엄마는 동생이 어려서 돌볼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고, 너와 동생 둘 다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

"그리곤 저도 남동생이 있고 ‘저희 엄마가 어릴 적 남동생을 더 많이 사랑한 것 같다’고 느꼈던 제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잘못 전달된 것 같아요."


홈맘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지. 그때 나랑 티타임 하면서 그 얘기 한 적 있었잖아. 기억나."

"네. 아이가 잘못 이해하고 엄마를 귀찮게 했다니 죄송해요. 오해가 있었나 봐요."

"그런 거였다니 다행이네. 아이랑 의사소통할 때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해 줘. 너한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 이런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네. Good night!"


그 대화가 끝난 후, 나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무심코 했던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이에게 전달될 때 이렇게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구나.. 그냥 공감을 해주려던 것뿐이었는데.. 아이오하고 대화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길에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


"아이오, 홈맘한테 얘기 들었어. 홈맘이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내가 그랬다던데, 어떻게 된 일이야?"


아이오는 멈칫하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난 똑똑히 기억해. 네가 그렇게 말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적 없어!"

"네가 우리 엄마는 케이토를 더 사랑하고, 나는 덜 사랑한다고 했잖아!"

"난 그렇게 얘기한 적 없어. 케이토가 아직 어려서 너희 엄마가 더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을 뿐이야."


"아니야!!! 너는 분명히 그랬어!!!!"


울먹이며 소리친 아이오는 킥보드를 타고 앞으로 휙 달려가버렸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내 기억에는 그런 말을 한 적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내가 영어로 말하면서 표현을 잘못한 걸까? 아니면 아이가 내 이야기를 듣고 오해를 한 걸까? 아이는 정말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믿고 있는 듯했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이후에도 난 꼬집은 적 없는데 내가 꼬집었다고 홈맘한테 일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아이는 거짓말을 종종 하곤 했다, 그리고 그걸 진짜처럼 믿는 것 같았다.)


만약 그날밤 홈맘이 나에게 먼저 다가와 이 일을 허심탄회하게 물어봐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 그녀가 오로지 아이의 말만 믿었다면?? 그 상태로 같은 집에서 계속 생활해야 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나한테 먼저 다가와 물어봐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준 홈맘에게 감사했다. 이번 사건은 당혹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휴...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꽤나 억울하고 황당했던 날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