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ur-party encounter "
아이오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이날 확신했다. 이 집에는 나를 감시하는 CCTV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퇴근 후 매일 밤 유아용 CCTV를 확인해 왔다는 사실도. 그러나 이날만큼은 CCTV 덕분에 오히려 나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아이오가 자신의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결국 내 머리에 물건을 던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그동안 아이의 모든 버릇없는 행동을 참고 잘 타일러왔지만, 이번만큼은 선을 넘은 일이었다.
사건은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오며 시작됐다. 아이오는 간식을 먹고 피아노 연습을 시작했고, 나는 케이토와 장난감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 날따라 아이오는 피아노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나와 케이토가 노는 곳으로 다가왔다. 홈맘이 요청한 연습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아이오에게 연습을 마치라고 독려했다.
"아이오, 연습이 끝나면 셋이서 같이 놀 수 있어. 벌써 4시잖아."
"지금 벌써 4시라고? 시계 보여줘 봐."
"지금 4시 맞아. 앞으로 30분만 더 하면 돼."
"아니? 아닌 거 같은데 너 핸드폰 시계 보여줘 봐."
아이오는 연습 대신 딴짓을 계속했고, 나는 다시 단호히 말했다. "아이오, 그만하고 연습해!"
"퍽!"
아이오는 자기 몸집만 한 노란색 짐볼을 내 얼굴로 던졌다.
짐볼은 얼굴 측면과 머리에 정통으로 맞고 튕겨 나갔다. 아이오의 분노와 함께 힘껏 던져진 큰 공은 내 얼굴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아픈 것보다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나는 화를 억누르며 차분히 말했다.
"아이오,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뭐!!"
아이오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차분해졌다. (홈맘이 CCTV를 확인할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공을 사람 얼굴에 던지면 되니? 이번엔 너희 엄마에게 정말 말할 거야." "말해!!!!"
아이들이 모두 잠든 뒤, 나는 홈맘에게 문자를 보내 저녁에 있었던 일을 알렸다.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다며 나도 꽤 격앙된 말투로 타이핑을 쳐내려 갔다.
이날은 그들의 결혼기념일이라 밤늦게 돌아올 것이라며 베이비시팅을 맡은 날이었다. (부모 없이 밤시간 내내 같이 있는 것) 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홈맘과 홈대디가 귀가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마 내 문자를 보고 계획과 다르게 서둘러 온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홈맘이 나에게 먼저 다가와 사과하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나는 있었던 일을 그대로 설명했고, 홈맘과 홈대디는 이미 CCTV를 통해 상황을 확인한 상태인듯했다.
그렇게 결국 우린 4자 대면을 하게 됐다. 둥근 테이블에 앉은 우리 넷. 홈맘은 아이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아이오는 발뺌했다. 그러자 홈맘은 조곤조곤 말했다.
"야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야미가 말한 건 모두 사실이었어. 그런데 넌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잖아."
아이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왜 야미에게 공을 던졌니? 화가 났니?" "Yes..."
"만약 엄마나 선생님이 너에게 그랬다면 공을 던졌을 것 같니?" "No..."
"그럼 왜 야미에게는 던진 거야?" "... I don’t know”
"BECAUSE YOU ARE NOT AFRAID OF HER!!!" (넌 그녀가 안 무섭기 때문이야!!)
홈맘의 그라데이션 분노에 놀란 아이오는 결국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울면서 홈맘에게 안기려 했지만, 홈맘은 단호히 아이를 밀어내며 말했다. "넌 다른 사람을 그렇게 대하면 안 돼. 잘못된 거야. 알겠어?"
아이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홈맘은 아이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했다. 아이오는 울먹이며 나에게 다가와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모습에 나도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괜찮아." 나는 아이를 안아주며 말했다. 그리고 홈맘 홈대디는 말했다. 아이를 좀 더 단호하고 무섭게 대할 필요가 있다고. 그리고는 다시 한번 사과를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그날 내가 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낯선 땅에서 누군가 나를 이해하고 돌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태어나 처음으로 온 유럽. 적응하기도 전에 남의 아이들을 돌보며 그들에게 맞춰야 했던 시간이 너무나 힘들고 외로웠다. 타지에서 느끼는 고독감, 나와 전혀 다른 가족과 살며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이 가장 컸던 것이다.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쌓여 머리에 공을 맞은 서러움과 함께 터져 나온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