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찾아온 깊은 슬픔.
병원에 도착하고 약 3시간 만에 시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시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하신 말씀은,
“와이리 키가 커..”
딱 저 한마디였다.
내 키는 163cm로 그리 크다고는 할 수 없는데 시아버지의 마지막 그 말은 무슨 의미였을까.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가족들은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았지만
심장 박동수가 삐............ 소리가 나자 다급히 의사가 찾아왔고,
시아버지의 동공이 반응 없음을 확인하고, 기어이 몇 시 몇 분에 사망하셨다며 사망선고를 내렸다.
그 소리에 방에 있던 가족들은 일제히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뱃속에 둘째 튼튼이가 있었는데 울다가 몸이 밑으로 점점 고꾸라지는 걸 느꼈다.
주위 사람들이 기절하는 나를 간이침대에 눕히고
남편은 그 와중에도 나에게 정신 차리라며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살아생전 상처를 많이 준 시아버지였지만 이렇게 마지막 모습을 보니 그동안 우리 관계가 안타깝기만 했다.
이렇게 빨리 가실 거면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어야 했다.
당신도, 나도 말이다.
나는 그날 장례식장에서 밤을 꼴딱 새 버렸다.
현실이 아닌 듯 꿈만 같았다.
임신 6개월의 몸으로 48시간 정도 잠을 자지 않고 어찌 버텼는지 내 체력이 받쳐준 게 신기했다.
다음날부터 밀려 들어오는 조문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상복으로 갈아입고 병원에서 정해진 코스대로 가격표를 보며 어떤 음식을 대접해야 하는지 가족들과 의논하는 상황이 웃프기도 했다.
슬프지만 사람이 죽은 것도 비즈니스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산 사람은 뒷일을 처리해야 한다.
정신없이 2박 3일 장례식이 끝나고 집에 온날, 남편은 장례식장에서 꾹 참았던 눈물을 그제야 터뜨렸다.
그저 남편을 꽉 안고 같이 울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속으로 감정을 삭이는데 익숙한 사람이다.
그런 남편이 펑펑 울면서 통곡을 한다.
그런데 우리의 고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장례를 치르고 4개월이 지나 튼튼이가 구개열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출산을 하게 됐다.
첫째 기특이는 뱃속에서 이미 알고 있던 터라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튼튼이는 낳고 나서 안 사실이라 충격은 기특이 이상으로 컸다.
내 심장이 두 번째 칼로 베이는 고통을 마주했지만 그나마 구개열만 있고 나머지는 이상이 없는 걸로 위안을 삼으며 산후조리를 했다.
그래, 구개열은 수술 한 번이면 끝나니까 기특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조그만 입술에 콧구멍도 두 개, 인중도 붙어있는 튼튼이 얼굴이 마냥 신기했다.
고통을 감사함으로 승화시키는 시간이었다.
남들에게는 당연하지만 나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일.
나는 두 번 출산을 했지만 두 번 다 정상아를 못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튼튼이는 힘든 시기에 우리에게 큰 선물로 와주었고, 시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 남편에게도 큰 힘이 되어주었다.
진짜 문제는 튼튼이가 태어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시작됐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의 정리되지 않은 재산 문제로 형제끼리 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던 남편은 묵묵히 형의 욕심을 감내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형의 욕심을 받아들이는 남편과 싸우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여기에 글로, 말로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그때의 고통을, 그때의 마음을.
기어코 형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은 흘러갔다.
대신 우리는 모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없어졌다.
며칠 전 브런치에서 본 제목이 진짜 형제관계는 결혼을 하고부터 라는 말을 봤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말이다.
하늘에서 보시는 시아버지는 뒷골이 당기실지 몰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형제관계는 부모가 정해주기도한다.
누군가 한쪽만 희생하는 관계가 지속되고 공평하지 못하다 느끼다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그게 굳이 형제 관계가 아니어도 말이다.
이번 주 목요일에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시짜 이야기] 마지막화 에필로그를 발행하겠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환오 연재]
월요일 오전 7시 :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시짜 이야기]
화요일 오전 7시 : [책! 나랑 친구 해줄래?]
수요일 오전 7시 : [환오의 도전, 엄마의 유산 2]
목요일 오전 7시 : [시금치도 안 먹는다고 시짜 이야기]
금요일 오전 7시 : [거북이 탈출기 두번째 이야기]
토요일 오전 7시 : [구순구개열 아이를 낳았습니다]
일요일 오전 7시 : [환오의 도전, 엄마의 유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