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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완벽주의자.

그게 접니다.

by 환오

<엄마의 유산>을 만나고 나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아이에게 물려준 정신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맞으나

지난주 아이 수술을 위해 3박 4일 병원에 입원하면서 나의 루틴은 깨져버렸다.

아, 다행히 1일 1 글 발행은 지켰다.

하지만 매일 걷기 40분 코스와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니

병원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세상이 멈춘듯한 느낌이었다.


금요일 퇴원을 하고 지금까지 긴 연휴의 끝물을 보내고

아이들과 어디 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집콕을 했다.


좋았다. 분명 집에 돌아올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생각했는데

연휴 동안 집에 머물면서 머리가 멍해지고 몸에 기운이 빠졌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었나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니다.

이도 저도 아니다..


이래 가지고 계속 갈 수 있을까.

이유도 모르는 눈물이 솟구쳤다.

뭐가 나를 또 이렇게 다운시키는 걸까.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래야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 같았다.


내가 쓰는 글이 나를 위한 위로였는데

지금은 글이 조금 무서워졌다.

내 밑바닥에서 나를 건져준 게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나에게 글은 어떤 의미일까.

잘 쓰는 건 뭔지,

좀 더 깊이 파고들어서 주옥같은 문장을 건져야 하는 사명감에 빠진 건 아닐까.


잘하고 싶다는 욕구가, 그 욕망이 나를 너무 옥죄는 건 아닌지 돌이켜본다.

하면 할수록 내가 많이 모르는구나를 매일 깨닫는 요즘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아는 건 없고, 공부할게 지천이고 태산이다.

그래서 더 재밌지 않냐고, 긍정회로를 돌려야 하는데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또 발동이 걸린다.


감정이 정신을 지배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감정의 놀음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내 정신이 더 강해지기 위한 과정일 뿐인가.

그러니 오늘 하루 못했다고 실패한 것은 아니다.

다음 날 다시 오뚝이 인형처럼 일어서면 된다.

완벽하게 하지도 않으면서 핑계만 늘어놓는 것은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의 변명이다.


하루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자.

오늘은 어제와 다른 새로운 날이다.

흰 도화지에 다시 물감을 묻혀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면 된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다시 하면 된다.





[환오 연재]


월요일 오전 7시 : [주부지만 요리를 못하는 요똥입니다]

화요일 오전 7시 : [책! 나랑 친구 해줄래?]

수요일 오전 7시 : [환오의 도전, 엄마의 유산2]

목요일 오전 7시 : [공대생이지만 경리만 10년 했습니다]

금요일 오전 7시 : [거북이 탈출기 두 번째 이야기]

토요일 오전 7시 : [구순구개열 아이를 낳았습니다]

일요일 오전 7시 : [환오의 도전, 엄마의 유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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