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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치조골 수술한 지 한 달이 됐습니다.

언제 가나 했던 시간에 이미 도달했네요.

by 환오

2025년 4월 30일 치조골 이식수술을 마친 기특이는 오늘부로(5월 30일) 한 달이 되었다.

무심코 지날뻔했다. 오늘이 30일이라는 사실을.


수술하고 골반에 있던 실의 흔적은 이제 대부분 씻겨 내려가 흉터처럼 형태만 남아있다.

처음에는 그 상처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울컥, 딸기코로 변할 때가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수술.

신이 너에게 주지 않은 잇몸뼈.

한때는 미친 듯이 세상을 원망했었다.

왜 하필 내 아이냐고.

10년을 자책과 고통 속에 몸부림을 쳐봤지만,

내가 아이한테 해줄 수 있는 일은 딱히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그저 수술이 끝나면 아이를 잘 케어해 주는 일,

수술장 입구에서 아이 손을 꼭 붙잡아 주는 일,

무섭다고 하면 괜찮다고 엄마가 네 곁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일.

나는 아이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들만 감당하고 있었다.

언제나 몸을 찌르는 고통은 아이의 몫이었다.


감사하게도 기특이는 한 달 동안 좋아하는 치킨도 못 먹었지만, 씩씩하게 잘 버텨주었다.

수술 후에는 학교 급식이 제일 문제였다.

초반에는 죽을 도시락에 싸서 보내기도 했다.

그나마 미역국, 계란국 같이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국들은 밥을 말아먹을 수 있으니 매일 식단을 확인하고 먹을 수 음식들이 나오면 속으로 올레를 외쳤다.

그 와중에 한 달 케어기간 동안 얻은 게 하나 있다면,

기특이가 안 먹는 된장국을 먹일 수 있었다.

된장을 풀고, 애호박과 양파를 잔뜩 넣어서 달달하게 끓인 외할머니표 된장국.

그건 그냥 된장국이 아니라 외할머니의 사랑이란 걸 알아서인지,

기특이는 그 된장국에 밥을 말아 한 그릇을 먹었다.


수술 자국을 피해 양치질을 해주는 일도 중요한 일과 중에 하나였다.

처음에는 수술실밥이 뭉치로 있는 잇몸 쪽에 칫솔을 대는 것도 무서웠지만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기특이가 직접 칫솔질을 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기어이 또 하나의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 산이 눈앞에 왔을 때 이걸 어떻게 넘어가지 무섭고 두렵기만 했다.

매번 처음 경험하는 수술 앞에 내 유리멘탈은 과감 없이 털렸다.

그래도 변한 게 있다면 아이를 수술장으로 보내고 눈물을 확 쏟는 일은 없어졌다.

(코딱지만큼 찔끔 흘리고 쓱 닦는다.)


10년 동안 나와 기특이는 남들하고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그 쉽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나 역시 얻은 게 있다면,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배울 수 있었다.

네가 내 아이로 와줘서 고마웠고,

엄마가 너의 곁에서 너를 지켜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또 아산병원 진료가 예약되어 있다.

한 달이 넘었으니 이제 교수님도 치킨을 허락해주시지 않을까?

그 대답을 들으면 기특이가 원하는 메뉴들을 매일같이 도장 깨기 할 생각이다.

(기특이는 이미 달력에 날짜별로 다 표시해 두었다. 치킨, 햄버거, 피자.........엄마도 같이 먹으면서 다이어트는 물 건너가려나..또르륵)




기특아~~우리 며칠만 더 참자!!
고지가 눈앞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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