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9일,
생후 1년,
7살,
11살,
사이사이 중이염 시술 3번.
아이가 지금까지 한 수술들이다.
감사하게도 그 모든 수술에 문제가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찌 보면 기적 같은 날들이었다.
그 기적 같은 날들에 나는 감사함을 모르고 지냈다.
아이가 뱃속에서 구순구개열임을 알고 오열하고 아파하던 시간이 길었다.
왜 하필 내 아기냐고, 하늘을 원망하고, 신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나 같은 유리멘탈에게 왜 이런 감당할 수도 없는 시련이 왔는지 툭하면 눈물이 터졌다.
돌도 되기 전에 기특이를 꽁꽁 싸매고 병원에 가던 날,
처음 보는 선배맘은 내가 가질 수 없는 세상 밝은 표정으로 우리 기특이를 보고 있었다.
아기가 너무 귀엽다고 말이다.
나보다 더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내 아이를 보고 있었다.
그 선배맘의 아이는 이미 초등학생.
자신의 아이에게 기특이가 너무 귀엽지 않냐고 얘기한다.
나보다 아이의 많은 수술들을 먼저 겪은 그녀의 여유로움이 부러웠다.
아니, 더 정확히 그 밝음이 부러웠다.
왜 나는 그런 밝은 미소로 아이를 바라봐주지 못했을까.
왜 인정하지 못했을까.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온몸으로 힘듦을 표시했을까..
예전에 환우카페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뱃속에서 교통사고를 당해서 태어난 거라고.
그러니 태어나서 수술을 해준 것뿐이라고.
살다 보면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고 내 의지와 상관없는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런 사고들이 나를 피해 갈 것이라고 왜 확신하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이라는 걸 왜 모르는가.
구순구개열.
지나고 보니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적절한 시기에 수술과 언어치료와 치아교정, 삼박자만 잘 이뤄지면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란다.
아이가 구순구개열이라 마음이 많이 아픈 엄마 아빠가 있다면..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도 물론 이걸 깨닫는 게 10년이란 세월이 걸렸지만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매번 수술을 통해서 깨달았다.
그러니 사실 부모만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늘 하루 아이에게 웃음 한 스푼 더해주고, 어제보다 더 사랑해 주기를.
바로 지금 내 아이가 내 옆에 있음에, 감사함을 온몸으로 만끽하기를.
그렇게 매일을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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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글을 끝으로 <구순구개열 아이를 낳았습니다> 연재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구순구개열로 태어난 아이를 둔 부모님이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신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연재를 시작해 보았습니다.
키워보니 제 생각보다 아이는 정말 강한 존재더라고요.
그러니 걱정은 걱정인형에게 넘겨주고 사랑만 듬뿍 담아 키워주세요 ^^
그동안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