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살기의 맹점
요즘들어, 아니 사실 요즘이 아닐 수도 있다. 알고리즘은 개인적인 것이니까.
<갓생 살기!>
<한 달 동안 4시에 일어나기>
<1년 간 매일 러닝을 하면 생기는 일>
유튜브에 이런 것들 혹은 이런 것을 표방하는 것을 실천하는 이들이 뜬다.
4시에 일어나서 독서하기, 글쓰기, 러닝하고 출근하기 등...
할 일로 가득차 있다.
나는 무조건 무언가를 비우고 가볍게, 내려두고 살라는..
세상만사 제쳐두고 멍하니 살라는, 도 닦는 소리를 하고 싶지 않다.
무언가를 원하면 치열하게 전념하라는 것이 주된 마음이다(이에 따라 충전, 즉 휴식도 치열함에 포함된다.).
스마트폰의 미리알림, 리마인더, 같은 앱을 써서 하루의 할 일을 꼼꼼하게 챙기며 착실한 삶을 산다거나
아날로그 종이 다이어리를 써서 손글씨로 하루의 할 일, 감상, 회고 같은 것들을 적는 것은 이러한 마음에 부합하는 것인 줄로 안다.
나는 어느 날 이런 경험을 했다.
무언가 할 일을 쓴다.
일과를 마친 밤 모든 했던 일들을 체크하고 노트를 덮는다.
하지만 이상하게 찝찝하고 뭔가 덜 된 느낌...을 느낀다.
할 일은, 그리고 (해야 하는) 챌린지는 왜 정하는 것일까?
하고 나서의 만족감, 정확히 말하면 충만감을 느끼려는 것이다.
빈 네모 칸을 까만 펜으로 샤샥- 체크로 날려버리는 쾌감이란.
하지만 아무리 체크를 해도 그 쾌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 공식을 알아야 한다.
원하는 것(Need) -> 충족하려는 행위(Doing) -> 만족(Satisfaction)
할 일을 작성하고, 하는 것은 Doing에 해당한다. 이것을 했을 때 뒤따르는 만족이 없다면
Need, 즉 욕구가 없었다는, 아니 없다기 보다는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이런 걸 했더니 만족스럽다. 가 되어야 하는데,
그냥 일단 뭔가를 했는데 만족스럽지 않다... 가 되는 것이다.
다음 내용을 읽기에 앞서 안도감과 충만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했을 때의 만족은 누구나 동일하게 느끼는 경험이 아니다.
꼭 해야 할 것을 다 했을 때는 안도감(이것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다. 심하게 말해 안 하면 죽는 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열망하는 무언가(대단한 것, 거대담론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를 위해 무언가를 했을 때의 충만감(자신이 바라는 것을 쫓는 의미, 한편으로 보면 이건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
이것들 중 나는 무엇을 채우려하는가?
해야만 하는 일을 안하면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완료하지 못하면 아쉬운 걸 넘어 불안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할 일을 당연히 해야 한다. 하지만 안하면 안되는 게 아니라, 안하면 안될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생각들 중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라는 질문을 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을..'
머리가 빈 느낌이다. 떠오르지 않고 마치 처음부터 비어있는 경험이 지나간다.
이럴 때는 항상 감각과 정서가 답이 된다.
나는 가슴이 답답하다. 이 답답한 가슴은 무슨 '말'을하고 있을까.
'뭔갈 좀 해.', '일단 박차고 나가.', '가만히 있으면 더 답답해 미쳐버릴 것 같아.'
무엇이 존재하길래, 도대체 누가 이 가슴을 미치게 만드는 걸까.
정확한 인과가 떠오르지 않으면 그냥 연상을 사용해도 좋다.
갑자기 뭔가가 마음에 떠올랐다거나 생각나는 것들.
회사 사람들. 부장님의 얼굴. 사무실의 장면.
'아, 회사가, 사회사, 환경이 이 가슴을 미치게 만들고 있구나.'
'내가 무시 받는, 내가 뒤쳐지는 것들이 두렵구나.' 그래서 뛰는 것이구나.
나는 무시 받지 않고 뒤쳐지거나 앞서는 것 없이도 인정 받고 성과에 상관 없이 한 사람으로서 존재하고 안전하고 싶구나.'
'수용 받고 안전하고 싶구나.'
단, 한 문장이 남는다.
그리고는 수용과 안전이라는 Need가 떠오른다.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이때는 이것을 위해서 오늘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한 자 한 자 쓸 수 있는 것이다.
일견 이것은 시급한 것이 아니다. 수용 받거나 안전하고 싶은 것은 좀 미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에 기반한 할 수 있는 일(할 일, 즉 해야만 할 일이 아니다.)이 오늘 하루 행해지는 순간,
우리는 충만감을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