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기 Nov 01. 2020

걷자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어리석은 사람인지라

종종 내 입장, 내 상황에만 관점을 맞추려 할 때가 있다.

실은 종종이 아니라 자주 그렇다.

내게는 중요하지만,

상대에겐 비루할 수도, 심심풀이일 수도 있는 것.

나는 애달프고 절실하지만,

다른 이에겐 지루하고 귀찮을 수도 있는 것.

요즘 내가 잘 잊고, 자주 깜빡거리고,

심하게 멍청해지는 이유다.

남들에겐 심심풀이 요기인데,

나 혼자 예술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거 같다.

그렇다고 진짜 예술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혼자만 비장한 것 같다.

혼자만 비장하다는 거,

참 웃기고 참 슬프다.

덜어내야지, 말은 자주 하는데

사실 터럭만큼도 비우질 못한다.

그러면서 혼자만 비장하다니......

이만한 코메디도 없다.

비가 그치면 반성의 순례를 해야겠다.

하루 종일 걸으며

마음에 작은 구멍 하나 뚫어야겠다.

그 사이로 줄줄, 버려야 할 것들 흘러내렸으면 좋겠다.

이전 09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