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크루 < 별바라기의 목요일에 만난 자연 > 2026. 01.29.
< 라라크루에서는 목요일마다 별바라기 작가님이 발견한 자연을 글감 삼아 글 쓰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베란다 한가득 피어있는 나비사랑초를 발견한 때는 1월 말, 발견한 곳은 친구의 본가였다. 친구를 도와 어머님의 집 정리를 도와주던 중이었다. 버릴 물건과 남길 물건을 분류하며 분주하게 오가던 와중에 물건이 아닌 것, 살아있는 것, 꼿꼿하게 서 있지만 숨죽이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주인 없는 집에서 3년을 살아낸 이들이었다. 친구가 가끔 집에 들러 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대신해 물을 주었다고 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는지, 그들은 잘 자라 있었다.
이사가 아니라 '정리'라는 게 문제였다. 이들을 데리고 갈 곳이 없었다. 버리자니, 마음 한구석이 시렸다. 저렇게 살아있는데, 살아남았는데, 기다리고 있는데......
5주에 걸친 정리작업이 끝나갈 즈음, 큰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줄기와 잎은 온전히 데려가기 힘들지만 흙속에 박혀있는 구근이라도 캐내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신을 지켜주겠습니다, 당신을 버리지 않을 거예요'라는 나비사랑초의 꽃말처럼, 이 식물을 지켜내면 어떤 영험한 기운이 어머니를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켜주시지 않을까 하는 토테미즘이 발동한 탓이다.
어머님이 모종삽 대신 쓰셨던 기다란 주방 도구를 화분 가장자리에 깊숙이 집어넣었다. 구근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 가며 흙을 뒤집었다. 이윽고 드러난 주황색 구근들은 수분과 영양을 충분히 머금고 있는 듯 보였다. 그 단단하고 건강한 자태에 감탄이 나왔다. 친구가 말하기를, 어머님은 평소 사람이 먹는 액상 비타민이나 한약을 식물에도 주셨단다. 흙을 파내자, 곳곳에서 밤 껍데기도 나왔다. 어머님의 사랑을 가득 머금고 3년을 버텨낸 것이리라.
우리 집에 있는 화분이란 화분을 모조리 찾아내 뽑아온 구근을 옮겨 심었다. 조금이라도 버리고 싶지 않아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빽빽하게 심었다. 이제 심은 지 나흘밖에 안 지났건만, 매일 들여다보며 새싹을 기다리고 있다. 따뜻한 봄이 오고, 구근에서 새싹이 올라오고, 보라색 잎이 펼쳐지고, 그보다 연한 색 꽃이 피고, 그런 일이 몇 년이나 반복되는 동안, 친구의 어머님이 내내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나비사랑초를 키웠던 기억은 희미해지셨겠지만, 특유의 건강하고 밝은 모습은 여전하시다는 어머님.
친구 곁에 오래오래 남아계시도록, 사랑초를 지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