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린 책이 성경인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이벤트 사업은 크리스마스 아닐까.
종교 , 나이, 성별, 국가 등등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날만큼은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날이지 싶다. 아이들은 선물에 설레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할 생각에 설레고.
그래서였을까. 딸이 선물이라도 받을 요량으로 크리스마스이브에 교회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아버지도 한 달 전부터 호들갑 떨며 장식하는 크리스마스트리는 허용하셨다. 심지어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일어나 보면 나무 아래 선물도 놔두셨다. 크리스마스트리야말로 화목하고 평화로운 가정의 상징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집에 있는 화분에 반짝이 장식만 해도 트리인 줄 알던 시절...
아이들 어렸을 때는 귀찮은 줄도 모르고 11월 중순이면 거실 한편에 트리를 설치했다. 작은 전구를 빙빙 두르고 그 위에 반짝이는 동글이 볼, 작은 양말, 리본, 반짝거리는 가랜드 등을 규칙도 없이 여기저기 달았다. 마지막에는 어디서 본건 있어서 트리 꼭대기에 별 모양 장식을 올려주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트리는 추운 겨울을 조금은 따뜻하게 보내주게 하는 이상한 매력이 있었다. 물론 크리스마스가 한참 지나서도 치우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봄이 오는 것 같다 싶을 때 마지못해 치우기는 했지만 말이다.
엄마의 귀차니즘과 아이들의 무관심 속에, 혹은 아이들이 산타의 실체를 파악했을 무렵부터 크리스마스트리는 자취를 감췄다. 때마침, 치킨집을 하던 시절이라 가게 앞에 180cm가 넘는 큰 트리를 설치해놓고 어른 허리 높이의 사슴까지 놓는 것으로 대체했다. 가까이서 보면 길거리 먼지를 옴팡 뒤집어써서 새까매졌지만 밤에 점등을 해놓으면 꽤 그럴듯했다.
밤에만 봐줄만 하던 트리와 사슴... 현재는 다락방에 찌그러져 있다...
3년간의 장사를 접고 오갈 데 없던 트리는 애물단지가 됐다. 누구에게 주자니 더럽고 버리자니 멀쩡했다. 그래서 모든 잡동사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우리 집 다락방에 올려놓았다. 이미 더러워진 몸이니 닦아놓을 생각도 안 했다.
그렇게 묵히기를 3년째 되던 해. 큰아이가 갑자기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다락방에 있는 트리를 내려와 설치를 하기 시작했다. 말릴 새도 없고 거부할 명분도 없던 나는 그저 걸레를 들고 닦아주었다. 성탄절 기분을 내고 싶은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생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사실, 아들에겐 큰 뜻이 있었다. 설치를 마치더니 큰 소리로 "산타 할아버지가 문상 선물 주셨으면 좋겠다~~~"며 외쳤던 것... 그렇게 3년 전 음흉한 계략에 의해 잠깐 설치되고 다시 다락방행을 했던 대형 트리다.
다락방에서도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트리를 볼 때면 매번 고민한다. 저걸 버려? 말아?
혹시 남편이 다시 음식점을 하게 된다면 필요하지 않을까? 썩는 것도 아닌데 그냥 놔둔다면 쓸 일이 생기지 않을까? 다시 사려면 그것도 돈인데, 폐기물 스티커를 사서 버리느니 일단 갖고 있어 볼까?
그러기를 벌써 6년째다.
코로나로 집콕하느라 연말연시 분위기를 제대로 못 느껴 트리라도 샀다는 사람들 얘기도 들리던데, 올해는 우리 집도 다시 설치해볼까? 아니지 아니지... 덩치 큰 트리를 닦고 설치하는 것도 다 나의 일이요, 1월만 돼도 찬밥 신세가 될 운명이거늘 순간의 감상에 젖어 벌일 일은 아니다.
차라리, 아이들 키울 때는 건사하지 못해 죽어나가기 일쑤였으나 이제는 나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진짜 나무들을 트리 삼아 바라보자. 정 서운하다면 아기 사슴 두 마리만 근처에 놓아두련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화려한 장식과 조명으로 화목함을 대신하던 가짜 트리 대신, 소박하지만 내 사랑으로 잘 자라는 진짜 트리를 보며 연말 분위기를 내봐야지. 다락방에 고이 모셔둔 트리는... 내년에 다시 생각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