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시간에 쌓인 눈을 보고 들떠버렸다.
작은 아들을 꾀어내어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썰매를 매고 오가는 아이, 눈사람을 만드는 가족의 소리가 정겹다.
아파트와 담장 하나로 맞닿은 건물 앞에서 한숨이 났다.
"OOOO교회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기도합니다. 대한민국을 지켜주소서..."
눈발을 맞으며 펄럭이는 현수막이 가증스럽다.
열심히 준비한 아이들을 생각해 재롱잔치를 강행했다는 그들 눈에는
한밤중 내린 눈에 잠시 뛰쳐나와 세상을 맛보고 후딱 들어가는 아이들이 안 보이는지...
어떤 소원을 빌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코로나 종식과 가족의 건강이요~"라고 답하던 해맞이 관광객이나,
노마스크 재롱잔치에 들떠
"주여, 저 아이들과 대한민국을 지켜주소서."라고 기도했을 교인들이나...
흰 눈 위에서는 온갖 더러움이 도드라지더라.
코로나 앞에서는 온갖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더라.
더러워진 눈은 녹으면 그만이고
추악한 인간들은 거르면 그만이다.
비겁한 기도 따위에 기대지 않겠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