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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an 07. 2021

눈이 슬프다.

삽시간에 쌓인 눈을 보고 들떠버렸다.

작은 아들을 꾀어내어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썰매를 매고 오가는 아이, 눈사람을 만드는 가족의 소리가 정겹다.


아파트와 담장 하나로 맞닿은 건물 앞에서 한숨이 났다.

"OOOO교회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기도합니다. 대한민국을 지켜주소서..."

눈발을 맞으며 펄럭이는 현수막이 가증스럽다.

열심히 준비한 아이들을 생각해 재롱잔치를 강행했다는 그들 눈에는

한밤중 내린 눈에 잠시 뛰쳐나와 세상을 맛보고 후딱 들어가는 아이들이 안 보이는지...


어떤 소원을 빌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코로나 종식과 가족의 건강이요~"라고 답하던 해맞이 관광객이나,

노마스크 재롱잔치에 들떠

"주여, 저 아이들과 대한민국을 지켜주소서."라고 기도했을 교인들이나...


흰 눈 위에서는 온갖 더러움이 도드라지더라.

코로나 앞에서는 온갖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더라.

더러워진 눈은 녹으면 그만이고

추악한 인간들은 거르면 그만이다. 


비겁한 기도 따위에 기대지 않겠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교회 이름을 가려줄 필요가 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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