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절대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재구성한 이야기임을 밝힌다.
남편 나이 쉰이 가까워지는 집마다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 한 가지가 있단다.
'남편이 점점 애가 되어간다는...'
그 어떤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에 아내들의 이야기꽃은 질 줄을 몰랐다.
"허구헌날 징징거려요~ 도통 살 수가 없다니까?"
"자식이랑 자기를 동급으로 여긴다니까요? 특히 반찬투정을 어찌나 하는지..."
"맞아요~ 애들만 고기 궈준다고 성화예요~"
"집에 오면서 반찬 냄새부터 맡는다니까요? 분명 맛있는 냄새를 맡았는데 식탁에 별게 없으면 금세 삐져요."
"자신한테는 관심 안 갖고 애들한테만 신경 쓴다고 늘 툴툴거리죠."
"저희 집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우리 집은 과자 가지고 애들이랑 늘 싸워요. 애들이 먹으려고 사둔걸 홀딱 먹어버리거든요. 그렇게 그러지 말라고 해도 소용이 없어요. 어떤 땐 일부러 그러나 싶다니까요?"
아내들의 말에 따르면 남편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섭섭함, 노여움, 외로움을 점점 많이 느끼더란다. 여태 자식과 가정을 위해 희생해온 모든 것들을 제대로 보상받겠다는 심리가 발동하기라도 한 것처럼 투정을 넘어 심술을 부리기까지 한단다. 특히 먹을 것에 있어서는 유독 집착이 심해지고 아이들과 경쟁에 열을 올린다는 것.
남편들의 심리는 대략 이런 걸까?
'회식에 각종 약속이 차고 넘쳐 집에서 하루 한 끼를 챙겨 먹는 것도 쉽지 않을 만큼 바쁘게 살아오다가 이른 귀가가 잦아지는 시점이 다가왔다.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겹치는 바람에 작년부터 저녁 식사를 집에서 하는 일이 익숙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의 식사, 저녁 일과 등에 별 관심 없이 지내왔는데 작년부터는 가족들의 일정에 그들 역시 끼어들게 되었다. 그랬더니 웬걸? 그들의 자리는 없었다. 그들 몫의 고기도, 그들 몫의 과일도 없었다. 대화를 해볼라니 어색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러움이 몰려왔다. 말을 걸어보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색할 땐 먹는 얘기가 최고다. 그런데 먹는 얘기만 한다고 아내와 아이들이 타박을 해온다. 이러지도 못하겠고 저러지도 못하겠다. 아이처럼 징징거려도 보고 화도 내보지만 그럴수록 거리만 멀어진다.'
안타깝고 처연하다.
그런데 놓친 장면이 있지 싶다. 남편과 아이의 고기를 굽느라 정작 제 입에는 한점도 넣지 못하는 아내 말이다. 가족들 줄 후식으로 사과를 깎으며 한점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것으로 그날의 과일 배를 채운 엄마 말이다.
이제 좀 주방일을 쉬어볼까 할 때면 어김없이 들어오는 주문으로 앞치마를 다시 동여매는 그녀 말이다.
궁상떠는 게 싫어 내 몫을 철저히 챙겨 먹고 퇴근시간을 칼같이 지키리라 맘먹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이 역시 안타깝다.
애가 되어가며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와 식구들 챙기며 종종거리는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점점 없어지는 남편의 철을 걱정하는 아내들의 수다와
점점 없어지는 철을 이유로 아내에게 앵기는 남편들의 어리광.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
그런 게 나이 들어가는 거구나...
나이 든다는 건 그래서 아름다우면서 슬프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