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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12. 2019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요?

5. 잘 생각할 수 있다.


생각한다는 건 뭘까요? 

"머릿속에 떠올리는 거요."

"고민하는 거?"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질문이 생기고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는 것. 그것을 우리는 생각한다고 표현해요. 어떨 때 생각을 하게 되죠?

"잘 모르는 게 있을 때?"

"해결방법을 찾고 싶을 때요."

"좋아하는 애가 있을 때, 그 애도 생각하고 고백할까 어쩔까, 언제 고백할까도 생각하게 돼요."

그렇죠. 사실 우리의 뇌는 우리도 모르게 계속 생각중이에요. 


그렇다면 비판적이라는 건 뭘까요?

"부정적인 거요!"

"반대로 말하는 거 아닐까요?"

"상대의 말에 반박하는 거요."

비판적이라는 말, 어렵죠? 사전에는 '비판적'은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이고 '부정적'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하거나 옳지 않다고 반대하는 것'이라고 나와있어요. 비판적이라는 건 무조건 반대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옳은지 그른지를 잘 따져서 문제점을 밝혀내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볼까요?


어느날 친구A가 얘기해요.

"있잖아. 옆반에 있는 B 알지? 복도에서 나랑 마주칠때마다 얼굴이 빨개진다? 아무래도 날 좋아하는 것 같아."

이때 친구 A가 말하고자 하는 주장은 뭘까요?

"옆반의 B가 날 좋아한다요~"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뭐죠?

"복도에서 나랑 마주칠 때마다 얼굴이 빨개진대요."

맞아요. 주장과 근거를 잘 찾아냈네요. 친구 A는 나름 논리적으로 분석을 한 후 결론을 내린 거예요. 그런데, 과연 그게 맞는 주장과 근거일까요? 다르게 생각해볼 수는 없는 걸까요?


"좋아해서 얼굴이 빨개진 게 아닐 수도 있어요. 옆반의 B가 A를 볼때마다 이상하게 급똥이 마려운 걸수도 있지 않을까요?"

"B는 원래 얼굴이 쉽게 빨개지는 아이일 수도 있어요."

"A가 맨날 얼굴에 뭘 묻히고 다니는 거 아닐까요? 그걸 본 옆반 B가 그걸 말해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얼굴이 빨개진 것일 수도 있어요."

"B가 학교 폭력 피해자일 수도 있지요. 복도에서 마주쳤다는 건 쉬는 시간일텐데, 쉬는 시간마다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복도로 도망친 것일 수도 있잖아요."

"만약에 옆반 B가 여자라면, 볼터치 화장을 너무 빨갛게 한 거 아닐까요?"


여러분의 상상력이 정말 기발한대요? 모두 그럴듯한 이야기고요. 어떤 현상을 봤을 때, 혹은 어떤 사람의 주장과 근거를 들었을 때 지금처럼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 바로 '비판적 사고'예요. 들리는 대로, 보이는 대로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다른 가능성은 없나? 우리가 모르는 어떤 것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는 거죠. 


디베이트는 준비과정부터 실제 디베이트를 하는 내내 비판적 사고를 안할 수 없게 해요. 

* 준비과정에서의 비판적 사고

디베이트 주제를 처음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게 뭘까요?

"입안문 쓰기요~"

입안문 쓰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어요.

"자료 조사요."

자료 조사를 하기 전에 해야할 것이 있어요. 이걸 하면 자료 조사도 잘 할 수 있고 입안문도 잘 할 수 있고 상대측의 주장을 예측할 수도 있고 교차질의에서 할 질문까지 준비할 수 있어요. 바로 '주제분석'이라는 거예요. 디베이트 주제 문장을 중심으로 쟁점을 분석하는 것이지요. 케빈 리 의 < 디베이트 심화편 > 에는 '마인드 맵 그리기'와 '핵심어 바꾸기'라는 방법으로 주제를 분석하는데요, 저는 '5W 1H' 라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해요. 이게 뭘까요?

"5개의 W와 1개의 H요?"

"무슨 암호같은데요?"

W로 시작하는 단어 5개와 H로 시작하는 단어 1개로 질문을 만들어보는 거예요. 

"아! 알았어요. when, where, who, what, why, how 지요?"

맞아요. 육하원칙이라도 불리우는 것으로 신문기사를 작성하는 기본 요소이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글쓰기에서도 중요한 요소예요. 저는 이걸로 디베이트 주제가 갖고 있는 쟁점을 분석하는 데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5W 1H는 주제를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기본 도구인 거죠. 특히 why와 how가 핵심 쟁점을 찾아내는데 큰 역할을 해요. 객관적 사실을 묻는 질문보다는 관점이나 입장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질문이 쟁점을 이끌어 내죠. 


< 청소년 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 라는 주제를 만났다고 가정해봅시다. 주요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 질문을 끊임없이 만들어보는 거예요. 일단 '청소년'이라는 단어에 대해 질문을 던져볼까요?

"청소년의 특징은 뭐지?"

"청소년은 누구를 말하는 거지?"

"청소년은 몇살부터 몇살까지를 말하는 거지?"

청소년을 몇살부터 몇살까지로 봐야하는지,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겠죠? 청소년 보호법과 소년법에서 다루는 청소년의 기준이 다른데 이 주제에서는 어떤 걸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될 거예요.


이번에는 '청소년 범죄'로 조금 범위를 넓혀서 질문해볼까요?

"청소년 범죄는 뭐지?"

"청소년 범죄는 어른들의 범죄와 다른가?"

"청소년들이 범죄를 많이 저지르나?"

"청소년들은 어떤 범죄를 많이 저지르지?"

"청소년들은 왜 범죄를 저지를까?"

질문이 끝없이 만들어지죠? 이렇게 만들어진 질문에서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만들어질 수 있어요.

'청소년 범죄는 어른들의 범죄와 다른가?' 라는 질문에 대해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까?', '같다면 처벌도 어른처럼 해야하는 것 아닌가?','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지?', '왜 그렇게 하고 있지?'와 같은 질문이 이어질 거예요.

'청소년들은 왜 범죄를 저지를까?'라는 질문에 대해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걸까?', '계획하는 걸까?', '우발적이라면 처벌을 약하게 해야하나?',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 중 가장 결정적 원인은 무엇일까?'등으로 이어질 겁니다.


이어서 '처벌',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의 순서대로 질문을 이어가고 답을 찾다보면 주제 속에 숨은 쟁점이 보여요. 무엇과 무엇의 대립인지, 찬성과 반대가 각각 어떤 주장을 펼칠지가 드러나는 것이죠. 

- 오늘날 청소년 범죄는 원인과 양상이 성인 범죄의 그것과 같다 vs. 다르다. 청소년 시기의 특징에 따른 원인이 있으면 양상도 다르다. 
- 청소년 범죄에 대한 현재 법은 큰 효과가 없다 vs. 충분하다
- 처벌을 강화하면 범죄율, 재범율이 줄어들 것이다 vs. 변화가 없을 것이다. 
- 청소년 범죄의 원인은 약한 처벌때문이다 vs. 다른 원인이 있다. 
- 처벌 강화가 최선의 해결책이다 vs. 청소년의 특징을 감안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매번 새로운 주제가 주어질때마다 이렇게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고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찬성과 반대의 주장을 정리하는 경험은 비판적 사고 역량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디베이트 진행 중의 비판적 사고

디베이트는 매 순간 상대의 주장과 근거를 의심하는 과정이에요. 의문을 품고 나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하죠. '상대의 주장과 근거가 적절한가? 우리팀의 주장중 어떤 것으로 상대팀 주장을 반박할 수 있을까? 상대팀의 근거가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가? 상대측의 주장과 근거를 뒤엎으려면 우리팀은 어떤 주장과 근거가 필요할까? 상대팀이 우리팀의 주장에 반박한 내용에는 어떤 허점이 있을까?' 

주제를 분석해 논리적인 사고를 전개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그에 대한 우리측의 주장을 전개하고 상대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디베이트. 그 비판적 사고의 반복적인 경험은 어떠한 돌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상황을 인식헤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시야에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으며 합리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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