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질문을 잘할 수 있다.
여러분은 수업시간에 질문을 잘하는 편인가요?
"아니요~~"
"쉬는 시간 되려는데 질문하는 애 있으면 짜증 나요."
궁금한 게 있을 때는 어떻게 해요? 그럴 때는 질문을 해야 하지 않나요?
"친구들이 뭐라고 할까 봐 참아요."
"궁금한 게 없는데요?"
2010년 G20 정상회담이 우리나라에서 열렸어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었어요. 우리나라에 왔으니까 우리나라 기자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준 거예요. 그런데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어요.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흔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굉장히 불편한 정적이 한동안 흘렀고 결국 중국 기자에게 질문권이 넘어갔어요. EBS 다큐멘터리에서도 소개되었던 장면이지요. 기자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장면만 놓고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창피해요."
"이해가 안 가요."
"왜 그런 기회를 뺏겨요?"
그 기자들은 도대체 왜 질문을 못한 걸까요?
"영어를 못해서 아닐까요?"
"궁금한 게 없어서요."
"좀 창피했을 거 같아요. 다 자기만 보니까요."
"너무 떨려서 그랬을 수도 있지요."
<완벽한 공부법>이라는 책에서는 우리가 질문을 못하는 이유를 크게 4가지로 제시해요.
첫째, 질문이 금기시되는 분위기
둘째, 낮은 자존감
셋째, 비판적 사고의 부재
넷째, 지적 호기심의 부재
첫 번째 이유는 한국 사람들이 남의 눈치를 많이 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예요.
어려운 말로 고맥락 사회라는 건데, '개인'보다는 '관계'를 중시하고 상황에 대한 이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의식하는 사회라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질문하기는 주저되는 일이 된다는 것이죠. 여러분이 수업 시간에 질문을 못 하는 이유, 안 하는 이유와 비슷하죠. 모두는 아는 걸 나만 모를까 봐, 다른 친구들의 학습권을 침해할까 봐, 곧 쉬는 시간이 되는데 친구들의 쉬는 시간을 빼앗았다는 비난을 받을까 봐, 나대는 아이라고 할까 봐...
나머지 세 가지 이유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가장 손쉽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상은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이에요. 주입식 교육, 달달 외워서 평가받는 시험에 길들여지면 '실력'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남지 않게 되지요. 분명 밤새 외우고 시험도 잘 봤는데 기억나는 게 없다면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존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어요. 주는 대로 받아만 먹었으니 왜 그런지,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해 고민하지도 못합니다. 당연히 궁금한 것도 없어요. 어쩌다 궁금한 게 생겨 질문했어도 친절한 답변보다는 '그것도 모르니?'라는 핀잔이나 '다음 시간에 알려줄게!'와 같은 회피의 경험이 더 많았을 거예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긴 것은 분명해요. 학교 현장도 토론과 발표식 수업의 비중이 높아졌고 수행평가 때문에 수업 시간에 질문과 답변을 적극적으로 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하면 질문을 잘할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것만 남았지요.
디베이트에는 '교차질의'라는 순서가 있다고 했죠?
입안 후, 반박 후, 요약 후에 각 3분씩 상대방에게 질문하고 그 질문에 답변을 이어가는 시간. 아무 말 대잔치가 되기에도 딱 좋은 시간이지만 교차질의를 준비하고 경험하다 보면 무엇을 질문해야 효과적인지를 알게 되고, 어떠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는 단단한 맘을 덤으로 얻게 돼요.
물론, 교차질의는 디베이터에게 가장 어려운 시간임에는 분명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어떤 질문을 해야 상대의 부족함을 드러낼 수 있을지를 단박에 알 수는 없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하면 질문을 잘할 수 있을까요?
"잘 들어야 돼요."
"잘 적으면서 들어야 돼요."
"미리 어떤 질문을 할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용기를 내야 해요."
맞아요. 앞에서 말했듯이, 먼저 잘 들으면서 적고 생각해야 해요.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이라는 책에서 '경청'을 "가장 열정적인 침묵"이라고 표현했어요.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이 있을까요? 상대의 말을 구석구석, 꼼꼼히 들어야 이해도 하고 궁금증도 생기고 더 나아가 질문도 가능해지니까 말이에요. 상대의 입안문을 제대로 듣지 못하면 반박도 못하지만 그전에 질문도 못하게 돼요. 입안 교차질의에서부터 질문 한마디 못하고 상대편에게 질질 끌려가게 되는 것이죠. 상대에 대한 관심, 집중, 배려가 응집된 열정적인 침묵 후에는 더 열정적인 소통, 질문과 대답이 뒤따를 수 있어요.
그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요.
"난 말빨이 좀되니까", "순발력이 뛰어나니까"라며 교차질의를 우습게 보던 아이들은 결국 큰코다치는 날이 와요. 질문의 질적 수준에 한계가 오기 때문이지요. 처음엔 주위의 친구들도 "오~"하며 멋있다고 치켜세워주지만 몇 번의 디베이트를 하다 보면 늘 비슷한 유형의 질문을 별 준비 없이 한다는 걸 알아채게 됩니다. 가지고 있던 밑천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에요. 주제에 따라, 상대의 입안에 따라 구체적이고 명확한 질문을 던져야 상대방도 답변을 잘하던가 못하던가가 명확히 드러나지요. 탁구 경기하듯이 질문과 답변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3분을 열심히 쓰는 디베이터들도 신이 나지만 보는 사람도 흥미롭습니다. 이렇게 흥겨운 디베이트를 만들려면 주제에 대한 충분한 공부가 필요해요. 뭘 알아야 질문할 수 있는 거니까요. 열심히 준비해서 상대가 당황할 만한 날카로운 질문을 몇 번 던지고 나면 뿌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왜 그렇게 선생님이 열심히 준비하라고 했는지를 깨닫게 될 거고요.
디베이트를 경험한 친구들은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경청하고 관찰하게 돼요. 호기심 가득 관찰한 후에는 비판적 생각을 하게 되지요. 비판적 사고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행위의 반복은 실력으로 이어지고 결국 자존감으로 마무리됩니다. 어느 상황에 던져져도 거리낌 없이, 주저 없이 질문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비판적 사고가, 뭐예요?"
좋은 질문이에요. 질문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