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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07. 2019

잘 선택할 수 있다고요?

6. 잘 선택할 수 있다. 

디베이트를 꾸준히 하면 비판적 사고를 신장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질문하는 것은 여러분의 삶에 어떤 도움을 줄까요? 우리는 왜 자꾸 생각해야 할까요? 

"잘 살려고요."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요?

"행복하게요~"

"부자로 사는 거요."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요."

잘 산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각자 생각이 다 다르죠? 여러분 각자가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여러분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분의 뇌와 마음은 끊임없이 고민을 했던 것이죠. 어떤 것이 내 마음에 드는 흡족한 선택인지를 말이에요. 


디베이트는 여러분이 좀 더 합리적이면서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알아볼게요.

우리는 하루에 하게 되는 선택, 결정은 몇 개 정도 될까요?

"열개 정도요."

"백개 아니에요?"

어떤 조사에 의하면 70개 정도라고 하고요, 또 어떤 학자는 35,000개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된다는 의미지요. 철학자 사르트르는 말했어요. "인생은 B와 D사이의 C다. Birth, 태어나고 Death, 죽는 것 사이의 Choice, 수많은 선택이라는 거지요."  여러분의 하루를 따라가며 알아볼까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여러분들이 처음 겪는 갈등과 문제는 뭘까요?

"5분만 더 잘까 그냥 일어날까요."

"아침밥을 먹고 학교에 갈까 그냥 갈까요."

"세수할까 말까요. ㅋㅋ"

"학교에 갈까 말까요~"

사소하지만 꽤 중요한 문제들이 눈뜨자마자부터 우리를 괴롭히지요. 더 잘까 그냥 일어날까를 고민할 때, 어떤 이유들이 서로 부딪힐까요? 

"어제 늦게 잤으니까 더 자야 된다, 안 그러면 오늘 학교에 가서 계속 졸릴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해요."

"어차피 눈 떴으니까 그냥 일어나자. 그러면 아침밥도 여유롭게 먹을 수 있고 준비물도 잘 챙길 수 있다, 그러니 그냥 일어나자고 생각해요."

그렇죠. 우리 마음속에서는 우리도 모르는 새에 디베이트가 벌어지고 있었던 거예요. 더 자야 하는 이유와 근거를 들어 '나 A가' 나타나 주장하고, 빨리 일어나야 하는 이유와 근거를 '나 B'가 주장하죠. 그러면 '나'라는 사람은 양측의 주장을 듣고 판단, 결정하는 거예요. 무엇이 나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인지 말이죠. 보통은 그저 내가 더 편한 쪽, 나에게 더 많은 이익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쪽을 선택하기 마련이고요. 


그런데 우리는 가끔 나에게는 이익과 행복을 주지 못하는데도 고민하는 경우가 있어요. 나에게는 손해가 있을 수 있지만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라던가, 내가 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선택에 어려움을 겪게 되죠. 어려운 선택 앞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행동하나요? 선택을 좀 더 쉽고 빠르게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요?

"친구나 부모님에게 물어봐요."

"계속 생각하고 생각해 봐요."

"책을 읽어보거나 검색을 해요."

어려운 선택일 때, 쉽게 결정 내리기 힘들 때 우리가 하는 방법은 다양한 근거를 찾아보는 거예요. 주변에 먼저 경험해 본 사람의 조언, 책에 나온 이야기, 검색을 통해 찾은 자료들을 비교해 보면서 무엇이 더 나은 결정인지를 저울질해 보는 거지요. 그냥 원하는 것, 마음이 끌리는 것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어떤 근거가 더 나를 설득하기에 합리적이고 바람직한지를 디베이트 하는 거예요. 디베이트를 통해 조금은 더 나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계속 쌓이다 보면 각자의 삶도 점점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현명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우리 사회도 더 나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리라 믿고요. 선거에서 후보자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친한 사람, 잘 생긴 사람, 왠지 더 끌리는 사람에게 표를 던지는 게 아니라 여러 후보의 공약, 과거 행적, 평소 행실, 살아온 날들의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하면서 디베이트를 붙여보는 거예요. 누구를 뽑는 것이 나와 우리 사회에 더 도움이 되고 바람직한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과정, 이것은 여러분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인으로 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주어지는 대로 살다 보면 주인이 되는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주인이 되는 삶을 적극적으로 찾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디베이트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 송코치 단상    

저는 디베이트 코치가 '디베이트라는 수업 tool을 가르치러 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 순간의 선택과 그 선택이 모인 삶을 더욱 풍요롭고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도구가 바로 디베이트라는 것을 알려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갈등 상황에서 늘 고민하고 그 끝에 무엇이든 하나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선택한 결과에 후회가 없으려면 공부해야 합니다. 여기서 '공부'란 학창 시절 시험 직전, 교과서와 문제집을 중심으로 달달 외우고 문제 풀이하고 답을 맞히던 방식의 공부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밤낮으로 집, 학교, 도서관을 반복하며 대학 합격과 취업성공의 행운을 누리는 도구적 관점의 공부를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삶과 그 삶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 고민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이며, 질문과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세상과 열심히 소통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생이 다하는 날까지요. 이렇게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저는 "오래가는 공부력"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지?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하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오늘 뭐 먹지? 왜 그걸 먹어야 하지?'등의 소소한 질문을 거쳐, '나라가 왜 이리 시끄럽지? 난 왜 세상일에 관심이 없었지? 관심이 생겼는데 어디서 어떻게 알아보지?' 등 시야를 좀 더 확장해서 질문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의문, 질문이 생겼다면 스스로 궁리를 하고, 궁리를 해도 답이 안 찾아진다면 타인과, 세상과 소통하며 답을 찾아봐야 합니다. 답을 못 찾겠다고 상심하지 맙시다.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세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것입니다. 깊어지면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더불어 관대함도 쌓이고 결국, 타인과의 소통도 조금 더 원활해질것입니다.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 세상에 대한 이해가 쌓이면 그게 바로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즉, 오래가는 공부력은 행복한 삶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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