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잘 선택할 수 있다.
디베이트를 꾸준히 하면 비판적 사고를 신장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질문하는 것은 여러분의 삶에 어떤 도움을 줄까요? 우리는 왜 자꾸 생각해야 할까요?
"잘 살려고요."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요?
"행복하게요~"
"부자로 사는 거요."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거요."
잘 산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각자 생각이 다 다르죠? 여러분 각자가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여러분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분의 뇌와 마음은 끊임없이 고민을 했던 것이죠. 어떤 것이 내 마음에 드는 흡족한 선택인지를 말이에요.
디베이트는 여러분이 좀 더 합리적이면서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알아볼게요.
우리는 하루에 하게 되는 선택, 결정은 몇 개 정도 될까요?
"열개 정도요."
"백개 아니에요?"
어떤 조사에 의하면 70개 정도라고 하고요, 또 어떤 학자는 35,000개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된다는 의미지요. 철학자 사르트르는 말했어요. "인생은 B와 D사이의 C다. Birth, 태어나고 Death, 죽는 것 사이의 Choice, 수많은 선택이라는 거지요." 여러분의 하루를 따라가며 알아볼까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여러분들이 처음 겪는 갈등과 문제는 뭘까요?
"5분만 더 잘까 그냥 일어날까요."
"아침밥을 먹고 학교에 갈까 그냥 갈까요."
"세수할까 말까요. ㅋㅋ"
"학교에 갈까 말까요~"
사소하지만 꽤 중요한 문제들이 눈뜨자마자부터 우리를 괴롭히지요. 더 잘까 그냥 일어날까를 고민할 때, 어떤 이유들이 서로 부딪힐까요?
"어제 늦게 잤으니까 더 자야 된다, 안 그러면 오늘 학교에 가서 계속 졸릴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해요."
"어차피 눈 떴으니까 그냥 일어나자. 그러면 아침밥도 여유롭게 먹을 수 있고 준비물도 잘 챙길 수 있다, 그러니 그냥 일어나자고 생각해요."
그렇죠. 우리 마음속에서는 우리도 모르는 새에 디베이트가 벌어지고 있었던 거예요. 더 자야 하는 이유와 근거를 들어 '나 A가' 나타나 주장하고, 빨리 일어나야 하는 이유와 근거를 '나 B'가 주장하죠. 그러면 '나'라는 사람은 양측의 주장을 듣고 판단, 결정하는 거예요. 무엇이 나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인지 말이죠. 보통은 그저 내가 더 편한 쪽, 나에게 더 많은 이익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쪽을 선택하기 마련이고요.
그런데 우리는 가끔 나에게는 이익과 행복을 주지 못하는데도 고민하는 경우가 있어요. 나에게는 손해가 있을 수 있지만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라던가, 내가 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선택에 어려움을 겪게 되죠. 어려운 선택 앞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행동하나요? 선택을 좀 더 쉽고 빠르게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요?
"친구나 부모님에게 물어봐요."
"계속 생각하고 생각해 봐요."
"책을 읽어보거나 검색을 해요."
어려운 선택일 때, 쉽게 결정 내리기 힘들 때 우리가 하는 방법은 다양한 근거를 찾아보는 거예요. 주변에 먼저 경험해 본 사람의 조언, 책에 나온 이야기, 검색을 통해 찾은 자료들을 비교해 보면서 무엇이 더 나은 결정인지를 저울질해 보는 거지요. 그냥 원하는 것, 마음이 끌리는 것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어떤 근거가 더 나를 설득하기에 합리적이고 바람직한지를 디베이트 하는 거예요. 디베이트를 통해 조금은 더 나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계속 쌓이다 보면 각자의 삶도 점점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현명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우리 사회도 더 나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리라 믿고요. 선거에서 후보자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친한 사람, 잘 생긴 사람, 왠지 더 끌리는 사람에게 표를 던지는 게 아니라 여러 후보의 공약, 과거 행적, 평소 행실, 살아온 날들의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하면서 디베이트를 붙여보는 거예요. 누구를 뽑는 것이 나와 우리 사회에 더 도움이 되고 바람직한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과정, 이것은 여러분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인으로 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삶과 그 삶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 고민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이며, 질문과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세상과 열심히 소통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생이 다하는 날까지요. 이렇게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저는 "오래가는 공부력"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지?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하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오늘 뭐 먹지? 왜 그걸 먹어야 하지?'등의 소소한 질문을 거쳐, '나라가 왜 이리 시끄럽지? 난 왜 세상일에 관심이 없었지? 관심이 생겼는데 어디서 어떻게 알아보지?' 등 시야를 좀 더 확장해서 질문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의문, 질문이 생겼다면 스스로 궁리를 하고, 궁리를 해도 답이 안 찾아진다면 타인과, 세상과 소통하며 답을 찾아봐야 합니다. 답을 못 찾겠다고 상심하지 맙시다.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세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것입니다. 깊어지면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더불어 관대함도 쌓이고 결국, 타인과의 소통도 조금 더 원활해질것입니다.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 세상에 대한 이해가 쌓이면 그게 바로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즉, 오래가는 공부력은 행복한 삶을 가져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