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방법: [오늘의 문장]을 보고 [나의 문장]을 만듭니다. 정해진 방법은 없습니다. 끌리는 단어나 문장이 있다면 나만의 표현으로 만들어보세요. (단, 타인의 문장을 따라서 쓰는 건 피하시기 바랍니다) 비슷한 주제로 새로운 글을 써보셔도 좋습니다.
1. 오늘의 문장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과거를 내려놓지 못하는지, 혹은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선의 일화가 있다. 탄잔이라는 선승이 에키도라는 승려와 함께 폭우가 쏟아진 뒤 몹시 진흙탕으로 변한 시골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마을 근처까지 오자 그들은 길을 건너려는 젊은 여인과 마주쳤다. 그런데 진흙탕이 너무 깊어서 입고 있는 비단 기모노가 더러워질 위험에 처해 있었다. 탄잔은 곧바로 그녀를 등에 업고 길 반대편으로 데려다주었다.
그 후 두 수도승은 침묵 속에서 발걸음을 계속했다. 다섯 시간 뒤, 그날 밤 머물게 될 절이 보일 때쯤 에키도가 마침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있을 열었다.
“왜 그 처녀를 등에 업고 길을 건너다 주었는가? 우리 수행자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모르는가?”
탄잔이 말했다.
“나는 몇 시간 전에 그 처녀를 내려놓았는데, 자네는 아직도 그녀를 업고 있는가?”
출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저/류시화 역
2. 나의 문장
어느 일요일 오전, 한산한 도로에서 유턴을 했다. 유턴 차로였다. 내 앞에 있던 택시가 먼저 유턴을 하고 있었다. 모범택시였다. 어떤 고민도 없었고 스스로 판단하려는 의지도 없이 앞차만 따랐던 자의 최후는, 교통경찰의 부름을 받아 6만 원짜리 범칙금 고지서를 받는 것이었다.
운전 경력 26년에 처음 겪는 일이다, 모범택시가 그럴 줄은 몰랐다, 너희들이 운전한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물론 너희들이 운전했으면 그러지 않았을 테지, 너희보다 나는 6만 원 더 비싼 점심을 먹는구나... 뒷좌석에 앉은 아들들이 듣거나 말거나 혼잣말을 쏟아내었다. 아이들은 그저 들어줄 뿐이었다.
경찰관이 즉석에서 끊어준 범칙금 고지서를 받았던 순간부터 정해진 기일의 마지막 날 납부하던 그 순간까지 자책은 이어졌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운전해야지 남이 간다고 따라가면 어떻게 하냐, 생각 없이 살면 그렇게 되는 거다, 새해에는 정신 단단히 차리고 살아라...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부족했던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똑같은 실수를 피하고 조금은 다른, 혹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과거를 잊으면 안 된다. 다만 과거의 행위와 그에 따른 교훈을 복기하는 데서 멈추어야지 책망으로 이어지면 안된다. 자신이나 타인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과거가 책임추궁과 원망 쪽으로 방향을 트는 순간 현재와 미래는 소멸하고 만다.
딱지를 끊고 나서도 이건 글감이라며 사진을 찍는 나도 참... 덕분에 과거에서 글 하나를 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