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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ㅈluck Jul 29. 2021

내가 왜 아빠의 목숨을 걱정해야 할까

집에 가는 지하철, 내가 펑펑 운 이유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으나, 부모님은 서류 상 이혼을 하셨던 것 같다. 나와 내 동생에게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주진 않으셨으나 그럴 거라 생각한다. 아무튼 그 이후에도 계속 우리 가족은 함께 살았다. 


아빠의 사업이 그 이후에도 나아질 기미는 없었고, 한 번 깨진 부부의 신뢰는 돌이킬 수 없었던 건지 점점 부모님의 사이는 안 좋아졌다. 갈등도 점차 심해졌고, 내가 대학교에 다니는 초반에 그 갈등은 최고치를 찍어가고 있었다.


그 당시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나는 그때 매우 싸가지가 없었다. 나는 아빠가 보고 싶지 않았다. 아빠에 대한 신뢰가 컸던 만큼 그에 대한 배신감이 컸던 건지 뭔지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당시 아빠를 피해 다녔다. 집에 가기 너무 싫었다. 내 방 문밖에서 아빠가 집에 오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크고 높은 소리, 우는 소리, 싸우는 소리 뭐 다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빠를 의도적으로 피하기 시작했다. 아빠 입장에서는 상처가 크셨겠지만, 그 당시 내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지금이라면, 나는 집을 나왔을 것 같다. 왜 굳이 나는 그 집에 남아있었을까... 란 생각이 든다. 뭐가 무섭고, 어떤 게 두려워서 계속 거기 있었는지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이해가 가진 않는다. 그렇게 맨날 싸우는 소리 듣기 싫어하면서 꾸역꾸역 집에 갔으니...)


벽 뒤에 소리에 숨 죽이고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내 은신처이나 내 고문 장소였던 내 방에서 항상 숨어 지내던 그때, 사건이 벌어졌다. 아빠가 죽겠다고 엄마한테 문자를 보낸 것이다. 이게 처음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내 기억에 엄마는 굉장히 담담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고, 경찰서에 신고를 했는데 경찰서에서 이건 소방서에 신고해야 한다고 해서 소방서에 신고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아빠를 피해 다녔던 나도 아빠한테 울면서 계속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 이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났고, 아빠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 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내 방에 있는데 어느 날처럼 아빠, 엄마가 싸우고 있다가 잠잠해져서 들어보니 엄마가 울면서 부엌칼을 들고 죽겠다고 아빠 앞에서 협박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매우 무서웠는데 방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그냥 작게 웅크리고 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대학생이었던 나야... 뭐가 그리 무서웠니... 지금이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매일매일 이런 크고 작은 해프닝이 일어나다 보니 편지를 썼던 것 같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그 당시 아빠를 피해 다녔고, 엄마, 아빠 모두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엄청 긴 장문의 편지를 썼다. 5장은 넘게 썼던 그 편지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를 적었던 것 같다. 제발 다 그만 좀 해달라고... 근데 용기가 없었던 나는 그 편지를 적고도 부모님께 드릴지 말지를 오랫동안 고민했고, 지금은 사실 전달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 편지를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했던 내 모습만 떠오른다.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던 그 당시, 집에 돌아가려고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아빠가 또 죽겠다고 하면 어떡하지?'란 걱정을 하는 내 모습이 너무 답답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싸가지 없고, 나쁜 자녀인 건 맞는데 애매하게 또 나빠서 아빠를 보고 말할 자신은 없으면서 뒤에서 이렇게 걱정하고 있는 내가 너무 답답하고 내 상황이 너무 슬펐다. 그래서 엄청 울었다. 지하철 기다리던 다른 분들이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하하. 


나는 점점 더 그 상황에 잠식되어갔다. 제정신도 아니었고 그런데 이건 클라이맥스로 가는 시작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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