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1) 지독한 고독과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은 나와 그들
이제는 신조어라고 하기에는 지겨울(?) 정도의 단어인 ‘관종’. 이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관종 하면 다들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사람들에게 관심받기 위해 모든 한다는 그런 의미... 그래서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손가락질을 하곤 한다. “쟤 또 관종짓이구나~”하면서.
그런데 정말 관심을 받고 싶고 그리고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비인기’라는 낙인에 찍힌 스포츠 선수들이다. 우리가 흔히 많이 보는 축구나 야구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즐기는 인기 종목이다보니 그만큼 관중 수요도 많고 기본적으로 국가나 해당종목 연맹이 정부기관으로 부터 받는 지원도 당연히 많을 수 밖에 없다.
반면 비인기 종목은 그렇지 않다. 연맹 직원 수가 5명이 채 안되는 경우도 많고 예산은 야구나 축구에 비할 바가 전혀 되지 못한다. 심지어 하나의 사무실을 두 개의 단체가 나눠쓰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보니 앞서 얘기한 대로 종목별 전용 경기장은 정말 머나먼 꿈에 불과하다.
여러분들은 혹시 그리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에 대해서도 알아본 적이 있나? 아니면 혹시 남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생소한 종목을 여러분들은 알아본 적이 있나? 우연히 올림픽을 비롯해 큰 경기가 TV에서 중계해줄 때 처음 보는 선수들이 화면에 지나가 “저 사람은 누구지?”하면서 찾아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내가 기자가 된 순간부터 늘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말이 있었다.
“근데 그거봐서 뭐해?”, “대체 뭐가 그리 재밌어?”, “축구가 재밌지 그게 재밌냐?”
제각기 뉘앙스와 사용하는 단어는 달라도 결국 요점은 하나, ‘비인기’로 좁혀진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나는 늘 언제나 혼자 외로움과 치열하게 싸워왔기에 혼자 스포츠를 본다고 해서 그것이 두렵진 않았다. 물론 가끔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이스링크에 친한 사람과 함께 가서 열심히 소리 지르며 경기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 그런 생각은 늘 따라다녔다. “왜 내 취미, 내 열정은 알아봐 주지 못하는 건가”.
축구, 야구가 아닌 다른 스포츠는 안되는 것인가 하는 아픔... 그래서 나는 외로움 이라는게 무섭지 않다고 말했으면서도, 어느샌가 늘 뒤로 숨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나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말하는 것을 꺼리게 됐다. 그러다가 이따금씩 어느 누군가가 친구와 함께 축구 보러 갔다더라, 놀러갔다더라 하는 얘길 들으면 그렇게 배가 아플 수가 없고 때론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내가 프리랜서 기자로 일을 시작했을 때, 그리고 일을 하던 도중 운 좋게 기회를 잡아 어느 작은 신문사에서 들어가 일을 했을 때도 그랬다. “특이하게 동계스포츠를 좋아하시네요~?” 라고 말하면서 내게 물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다른 종목에 비해 동계스포츠에는 무척 자신있었기에, 이 종목 기사들을 나는 선수별 기량과 엔트리 분석 등 마치 축구 프리뷰 기사처럼 단순 기사가 아닌 기획기사로 약 3장 분량으로 자세하게 작성했다.
그러자 편집부에서는 내게 이렇게 얘기했다.
“박영진 씨는 축구나 야구는 이렇게 못쓰나? 거참 특이하네...”
어쩌면 이 대답은 내가 동계스포츠를 택한 순간부터 숙명과도 받아진 것이었다. 하지만 간사한 사람 마음이 그것을 온전히 받아 들인다면 그건 도가 트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 꼬리표 같은 질문에 나는 어떻게 대응하고 받아 들여야 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