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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소년 Sep 20. 2021

비인기란 낙인 두번째

(6장-2) 숨겨진 영웅들이 말하는 메시지 "포기는 없다"

비인기라는 것은 선수들에게도 벗어나고 싶은 굴레와도 같다. 평창을 앞두고 운이 좋게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는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훈련 후 간이 컨테이너 박스에서 바이애슬론 간판 선수인 문지희 선수와 평창을 위해 귀화한 러시아 선수인 안나 프롤리나, 티모페이 랍신 선수를 인터뷰 했다.     


문 선수는 오랜기간 동안 국내 바이애슬론 대표팀을 홀로 이끌어오다시피 했던 선수다. 2006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아 무려 13년째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올림픽만 무려 5번을 참가했을 정도로 베테랑으로 꼽힌다. 그와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인터뷰 말미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물었다. ‘비인기’요. ‘사람들에게 바이애슬론 선수라고 하면서 그게 무슨 종목이냐’라고 묻는 것.    


* 참고기사: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만난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문지희 선수 기사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_w.aspx?CNTN_CD=A0002401431&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바이애슬론 팀을 만나기 얼마 전 나는 집근처에서 운 좋게 골프여제 박세리 선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평창 올림픽 성화봉송 때였는데 인천 쪽에서 박 선수가 주자로 참여하게 됐기 때문. 나는 급하게 주최 측에 연락해 박 선수가 성화봉송을 하는 날 집합현장에서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박 선수는 김연아 선수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여자골프라고 하는 종목을 알린 선구자와 같은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그로 인해 많은 박세리 키즈 선수들이 탄생했고 지금 한국 여자골프는 LPGA를 비롯한 국제 메이저대회를 싹쓸이하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이 과거 1998년에 맨발 투혼을 펼치며 우승하면서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 전까지는 홀로 외로운 여정을 견뎌야만 했다. 그에게 그런 고통을 물었다.     


“"선구자라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죠. 처음에는 누구나 어렵고 참 많이 외롭고 더 힘들죠. 하지만 그런 자리가 있었기에 지금의 선수들이 선구자의 자리를 보고 꿈을 갖고 그 선수들이 뒤를 이어 갈 수 있음으로써, 스포츠 선수들이 앞으로 더 세계적으로 이끌어 나갈 기회가 많아지는 거죠. 골프뿐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들에서 선구자들을 보고 후배 선수들이 따라가는 그런 일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런 것이 지속된다면 아마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이 더욱 크게 높아지지 않을까요.”  


(* 참고기사: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성화봉송에 참가한 박세리)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393949&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도전인 것 같아요. 물론 위기상황에서 이 선택을 했을 때 과연 옳을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해서 고민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도전이라 생각해요. 도전을 통해 좋은 결과 있을지 아닐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런 도전이 있기에 미래가 있고, 미래가 있어야 발전이 있기 때문에 도전은 항상 미래를 있게 하며 자신을 믿는 자신감입니다. 도전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내가 있고 나를 위해,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과연 내 노력을 누가 알아줄 것인가, 과연 꿈에 원하는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괴로움과 아픔 말이다. 그런 패배의식이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프고 힘들 수 밖에 없다. 그 낙인에서 벗어나고자 선수들과 나는 그렇게 발버둥치며 악착같이 훈련을 하고 기사를 쓰려고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발 좀 봐주세요”, “제발 나 좀 봐줘요”와 함께 말이다.      


비인기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도 아니면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가는 인생에 있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걸 이겨냈는지에 대한 결과보다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누구는 쉽게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하기도 하지만 그리 쉽게 판단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것.      


박세리 선수가 얘기한 대로 그런 자세를 이어 나간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내 인생에 있어 커다란 이정표가 하나 세워질 것이다. 그런 믿음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것이 어쩌면 이 고난을 이겨내는 가장 정직하고 우직한 방법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스포츠 스타들을 통해 본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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