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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소년 Sep 22. 2021

세상에 꼭 알리고 말거야! 첫 번째

(7장-1) 조재범 성폭행 사건 그 후 취재 일기 첫 번째

책을 통해 동계스포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달해왔다. 내가 동계스포츠를 좋아하고 팬이기에 물론 좋은 얘기와 밝은 미래들을 많이 소개하려고 해왔다. 하지만 모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동계스포츠에도 그림자가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빙상계에서 여러 잡음과 문제가 일어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잊혀질만 하면 꼭 한 번씩 스포츠 뉴스 메인면에 나오곤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쇼트트랙 파벌 사건이다. 과거 안현수(현 빅토르 안) 선수가 파벌의 피해자라는 보도가 수차례 나왔고 결국 러시아로 귀화 하면서 이 문제는 소치 동계올림픽 때 또 한번 절정에 달했다.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 최고 효자종목이지만 과거부터 여러 끊임없는 잡음들이 이어져 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심석희 선수가 선수촌에서 무단이탈을 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고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계주 경기에서 이를 악물고 전력질주를 펼쳐 기적의 역전극까지 만들어낸 천재. 내가 2012년 심 선수를 태릉 선수촌에서 처음 인터뷰 했을때, 키가 상당히 크고 웃으면 얼굴이 빨개지고 수줍은 성격이지만 쇼트트랙 얘기만 하면 눈이 반짝이는 그 선수였다.


그런데 그런 선수가 무슨 이유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쇼트트랙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에서 이탈을 한 것인가. 추후 뉴스를 통해 알고 보니 지도자였던 당시 여자대표팀 코치였던 조재범 코치가 무려 4년간이나 심 선수에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압력과 폭행을 행사한 것이다. 결국 이 지도자는 코치 자격을 박탈당했고 올림픽 기간 동안 해당 자리는 다른 코치가 대신했다.     


조재범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인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 그는 현재 2심에서 징역 13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로부터 1년 후 스포츠계는 물론 사회계를 뒤흔든 엄청난 소식이 전해졌다. 심 선수에게 폭행을 가했던 그 코치가 단순 폭행이 아니라 성폭행을 무려 4년간 지속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심석희 선수는 직접 자신의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전달하면서 사회에 큰 울림을 알렸고, 이 외침 이후 유도를 비롯한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여성 선수들의 성폭행이나 폭언 관련 증언이 쏟아져 나오면서 미투 운동으로 확산됐다.      


나는 해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여러 기자회견들에 외부 취재를 다니며 해당 사건을 기사로 작성해 세상에 지속해서 알렸다. 그러던 와중 한 가지의 의문이 생겼다. “혹시 같은 빙상계에 비슷한 다른 문제는 없을까...” 기자라면 다들 갖고있는 호기심이자 흔하디흔한 의문이라고나 할까. 무언가 새로운 사실을 파헤치고 싶은 그런 욕구가 생겼다. 그리하여 나는 피겨스케이팅쪽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이리저리 알아보기 시작했다.


     

전명규 한국체대 전 교수. 그는 쇼트트랙을 동계스포츠의 메달 밭으로 일군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동시에 파벌과 선수들을 희생시켜 많은 논란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해당 사건에서 배후로 지목된 사람은 전명규 교수였다. 전 교수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쇼트트랙 대표팀을 이끌었던 지도자로 매 올림픽때마다 다양한 변칙작전들을 구사해내며 강력한 경쟁국이었던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여러차례 수확해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당시 빙상계의 파벌 문제가 드러나면서부터 이 문제의 정점에 서있는 사람으로 지목되고 난 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후부터 빙상계 내부의 문제가 터질때마다 그가 항상 거론됐다. 10 여년이 넘도록 이 문제가 반복된데다가 성폭행 문제의 배후로까지 지목되면서 결국 국민적인 공분이 들끓고 말았다.    


  

한 가지 의문. 그것이 내 스포츠 기자 7년 경력에서 가장 치열하게 취재해 탄생한 기사의 출발점이었다


워낙 빙상계에서 입김이 센 인물로 유명했는데, 그와 관련해서 정보를 차곡차곡 수집하면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혹시 피겨계에도 이와 관련된 일이 있을까...'


그 작은 물음이 내가 동계스포츠 전문 기자 7년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그리고 길게 공을 들인 장문의 기사를 탄생시킨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이 물음에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관계자 분들의 증언과 제보가 필요했다.


'과연 제보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컸지만 그래도 나는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때 과거에 한 지도자분으로부터 얼핏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나는 곧장 그 분께 연락해 제보를 요청하게 됐다. 그런데 의외의 난관에 봉착했다. 제보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변을 받은 것이다. 그 분의 대답은 이랬다.


“이런 내용이 뉴스로 나간다고 해서 이 곳이 바뀔 것 같지 않아요. 바뀌었다면 진작 바뀌었을 거에요. 뉴스가 나간다면 결국엔 아이들(선수)에게만 상처로 돌아올 거에요”  


여기서 포기해야만 하는건가... 고민과 갈등이라는 커다란 파도가 나를 휩쓸었고 하루 밤을 꼬박 샜다. 다음날 나는 다시 그 분께 연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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