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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Jul 07. 2023

책임만 강요하는 무책임한 어른들

<우리가 만난 아이들>을 읽고

 저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아이들과 대화를 하기 전까지 아이에 대해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근대 자본주의 세계 속에서 살다 보니 아이들이 계몽의 대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어른이 되기 전까지 불완전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저도 그런 교육을 받았고 그런 대상으로 취급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 서두에 나오는 문구로 저도 마찬가지로 시작해보고 싶네요.


이 책이 당신의 단단한 편견에 아주 조금의 균열이라도 냈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가 취재를 시작한 이유다. p.18


"우리가 마약에 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딱 두 가지뿐입니다. 하나, 마약은 삶을 파탄 내는 악마의 약. 동경과 혐오. 얼핏 보면 이 둘은 완전히 상반된 감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둘은 결코 다르지 않아요. 우리는 무언가를 잘 모를 때, 그것을 동경하거나 혐오합니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중에서


 아이들에 대해 모를수록 동경하고 예뻐하기만 하거나 혐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요즘 더 많이 와닿네요.


아이들의 권리는 사라졌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의 권리가 사라졌다는 생각이 매번 강하게 듭니다. 노키즈 존도 그렇고 아이들의 보행권이 위협받는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아이들에 대해서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대학생 때 잠깐 봉사활동을 했던 시기에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막상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얼마나 우리가 아이들을 무시하고 어른인 채 하면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아이들에 대한 보육과 교육을 받을 권리인 어린이집과 유치원 또한 마찬가지로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돌봐주는 교사들의 권리도 침해당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데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죠. 그중 아이들의 권리는 엄마들 개인의 능력으로 대체해서 만들어야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엄마의 정보력이 없으면 제대로 가지 못하거든요. 그에 관해서는 궁금하신 분은 따로 글을 보셔도 될 거 같아요.           

    

계몽해야 할 존재에서 책임져야 할 존재로 바뀌다     


 아이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고 정규 교육과정 안에 가둬두고 교육정책을 끊임없이 바꾸는 것은 아이들을 계몽해야 할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계몽도 건너뛰면서 스스로를 책임져야 할 존재로 바꾸고 있죠. 학폭을 생활기록부에 적어서 기회를 주기보다는 사회로 건너올 다리를 없애버리는 등 선택받은 아이들만 사회에 진입시키려는 어른들의 효율성 중심에 따른 무책임한 선택이 아이들을 병들게 만들고 있어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아이러니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 어른들을 보면서도 그것이 어른들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라고 내면화시키는 것도 속상한데 그 와중에 아이들은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렇지만 주변에 살펴보면 좋은 어른의 표본이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 콘텐츠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요즘 호기심 때문에 나라별 학생물을 보는 중입니다. 한국, 중국, 튀르키예, 인도, 스웨덴, 스페인, 멕시코까지 봤고 그 후 6개국이 더 남아있어요. 그중에 어른을 믿지 못한다는 테마가 가장 직접적으로 나오는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직접적인 대사뿐만이 아니라 행동까지 정말 믿지 못할 어른들이 잔뜩 등장합니다. 지금 초중고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선생님을 믿지 못하는 다양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책에서도 이야기하는 것처럼 조건만남을 하는 학생들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법이 최근까지도 유지됐던 것과 가해자인 어른들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전반적으로 성에 대한 폐쇄성과 유교적 세계관을 아직도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이 바꾸기란 어렵습니다. 이제라도 개방적인 사고방식과 현실과 괴리되어 있는 학생들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합니다. 누구나 사람이라면 호르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외면하고 덮어버린다고 없어지지 않잖아요. 문제를 드러내고 그것을 해결해야지 덮어놓고 없애야 한다고만 하면 절대 개선되지 않을 겁니다.      


문제 원인제공자인 어른들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기 위해서 당연히 돈이 필요한데 그것을 볼모로 사업을 하는 어른들의 손발이 되는 아이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돈을 합법적으로 벌거나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죠. 결국 어른을 거쳐 무엇인가를 하거나 불법적인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아직도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음성 화하고 있습니다. 성범죄는 오래된 범죄이지만 왜곡된 방식의 소비, 특히 아이들의 성을 구매하는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음성화됐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죠.


 왜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리고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고 싶다면 아래 발췌한 문구를 읽어보셔도 될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성범죄를 묵인하고, 왜곡된 성 인식을 공유하는 어른들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126


잘 모르지만 어쨌든 그게 나쁜 일이라고 깎아내리면서 그 애와 나머지 '정상적인'아이들, 즉 우리를 구분하려 했던 것 같다. '혼전 순결'이 당연한 가치로 받아들여지던 때였다. 174


원래부터 미성년자 성매매는 불법 아닌가? 처벌해야 할 성 매수남은 따로 있지 않나? 왜 피해자인 아이들이 처벌받아야 하나? 그 답은 법에 있다. 얼마 전까지 우리 법은 이 아이들을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로 분류했다. 2020년 4월 아동 청소년보호법 개정 전까지만 해도 하은과 같은 아이들은 모두 보호처분 대상으로 처벌받았다. 182


이런 현상에 대해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청소년 시기에 똑같은 사춘기적 특성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특징은 분노를 배출할 곳이 훨씬 적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187


이런 문화를 만든 건 우리 사회다. 아이들의 몸을 사는 것도 성인이다. 모두가 잘못이란 걸 알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 성매매를 노동으로 볼 것인지 말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현재 불법으로 놓인 상황에서 성매매한 여성들, 소녀들한테만 손가락질하는 게 잘못됐단 얘기다. 190

         

그래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져 가고 있는 지금 과연 우리는 아이들이 이 사회의 미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이제라도 제대로 된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을 써볼 기획을 하고 있어요.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당사자성을 언급하는 것이 너무 폐쇄적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아이들과 관련된 이야기는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해줘야 할 부분도 꽤 많다고 생각해요. 어른의 시선과 잣대로 평가하고 재단한다면 그것은 아이들을 타자화하는 시작일 수 있잖아요.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어른들이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여기서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많은 것을 전부 담아내진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문제의 결과로 나온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 보는 의미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더 좋은 독서를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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