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양이야기 Dec 18. 2023

공급 없는 대책에 피해받는 수요자

부동산 공급 대책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1. 주택 수요자가 누구인가

2. 주택 수요자에게 필요한 것

3. 주택 공급 지표와 현황

4. 공급되는 주택은 어디에 있나

5. 공급되지 않는 주택

6. 공급하는 주체에 대한 대책

7. 공급될 장소에 대한 대책


1. 주택 수요자가 누구인가


 간단하게 분류하면 주택을 가지지 못한 사람과 주택이 있지만 주택을 옮기거나 추가로 매입하려는 사람입니다.

 주택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 중에 임대가 아니라 자신의 집을 가지고 싶어 하는 시기가 언제일까요. 집이라는 재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시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동산과 다르게 움직이지 않아요. 움직이지 않는 집을 가진다는 것은 고정된 삶을 원하는 시기에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고정되어 삶의 안정을 추구하는 시기를 살펴보면 자신이 책임져야 할 누군가가 생겼을 때나 충분히 삶에 대해 이해가 깊어져 더 이상 변동이 없을 시기가 되겠죠. 한마디로 아이가 생겼을 때와 이제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낼 때입니다.

 이 두 수요자 중에 능동적이고 어쩌면 공격적인 수요자는 아이가 생긴 가정이겠죠. 앞으로 돈을 더 많이 벌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조금은 무모한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반대로 인생의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하는 수요자는 돈을 더 많이 벌 가능성은 낮아지죠. 되도록이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주택연금 등 다양한 활용가능성을 생각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택 수요자가 될 사람들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눈여겨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아이를 양육할 수요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확인해 볼게요.


2. 주택 수요자에게 필요한 것


 아이를 양육할 수요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겠죠. 보육과 교육시설, 의료시설, 교통과 환경입니다. 


 이미 3가지를 모두 갖춘 곳은 서울 도심의 아파트입니다. 가격이 높기 때문에 접근할 수 없어 대출제도를 이용해야 합니다. 대출은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어 대출이자로 인해 쉽지 않고 대출 규제가 있어 이자를 부담하더라도 대출을 많이 받지 못해 매수가 힘듭니다.


 3가지를 갖출 가능성이 있는 곳은 신도시입니다. 바로 2019년에 발표한 3기 신도시가 있죠. 3기 신도시 사전청약도 2021년 7월부터 했지만 아직도 본청약이 확정된 곳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3기 신도시가 지어지는 시기는 아직도 한참 남았다는 거죠. 게다가 신도시가 생기더라도 교통대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있는 풍경이 한동안 지속될 겁니다. 신도시가 정상화되어 사람들의 수요를 해결해 줄 시기는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이미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3가지를 모두 갖춘 서울 도심에서 좀 더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주택 형태가 필요합니다. 대체 주거상품으로는 오피스텔, 빌라,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있지만 아파트보다 착공 물량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주택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대출, 신도시, 다양한 주택 형태 중 그 무엇도 제공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어서 현재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지표를 살펴보며 객관적인 사실을 알아보겠습니다.


3. 주택 공급 지표와 현황


 주택 공급 지표를 나타내는 세 가지 과정은 인허가, 착공, 준공입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7월까지 서울 기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할 수 있어요. 기사에 따르면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최저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각 지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죠.


인허가

 건축을 할 때 임의로 지을 수 없고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허가 및 신고'가 됐다면 인허가가 났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주택인지 도시형 생활주택인지에 따라서 인허가 물량을 나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택 인허가 물량이 줄어든 것도 확인할 수 있지만 대체 주거상품인 도시형 생활주택 또한 많이 줄어든 상황입니다.


착공

 아래 건축 절차에서 인허가를 받은 이후 철거/멸실 이후에 착공신고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인허가는 받았지만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곳도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임장을 가보면 인허가를 받았지만 철거/멸실이 진행되지 않는 곳들이 눈에 띕니다. 실제 아래 표를 보면 인허가 지표가 줄어든 것보다 착공이 엄청나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죠.

준공

 건축물의 사용승인을 받는 단계가 바로 준공입니다. 그렇지만 착공이 줄어들었는데 준공이 늘어날 리가 없죠. 공사도 안 했는데 갑자기 주택이 생길 수 없으니까요.




4. 공급되는 주택은 어디에 있나


 새롭게 지어지는 주택은 도심에서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외에는 택지개발이나 신도시 개발이 되어야 하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신도시개발은 아직도 시기가 먼 상황입니다. 그 와중에 택지개발을 하겠다는 대책은 나왔는데 그 이야기는 마지막에 다루겠습니다.


 여기서는 재건축 환경에 대해 확인하면서 공급되는 주택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확인해 볼게요. 재건축을 하게 되면 추가로 분양할 수 있는 물량이 나옵니다. 그런데 2012년 도입된 기존 주택을 둘로 쪼개는 1+1 재건축 재개발로 가구수가 줄어든 상황입니다. 조합원(기존 아파트 소유주)이 40평 대를 가지고 있었다면 30평 대를 나중에 재건축 이후 받겠다고 했을 때 10평를 1+1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때 1 가구 2 주택에 대한 규제로 인해 한 채를 더 받기를 포기하고 넓은 평형을 선택하는 등 규제로 인한 왜곡된 선택이 생겨 결국 공급 가구수가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적절한 규제는 시장에 도움이 되지만 어떤 규제는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죠. 물론 단기적으로 봤을 때 가구수가 줄어든 것이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효과와 비교해 봤을 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했을 때 의도치 않았던 효과가 생길 수 있으니 그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재건축과 관련되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단연 돈 문제입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도입된 이후에 재건축이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부담금을 줄이는 재건축 하이패스법이 통과됐습니다.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그동안 재건축이 진행되지 못한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부담금이거든요. 부담금이 향후 줄어들 수 있게 정책을 개편했기 때문에 재건축 걸림돌을 하나 제거했지만 그것만으로 재건축이 과연 많이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부담금을 줄인 결과 초과이익에 대한 환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악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세금이 줄어든 것도 나라 전체로 봤을 때 이득일지 알 수 없습니다. 정책의 맞고 틀린 것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으니 앞으로 지켜봐야겠어요.


 저번 뉴스레터 내용도 같이 적어놓아 볼게요.

[재건축 하이패스법 통과]
목적: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안
배경: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도입 17년 만에 처음으로 조정, 재건축 사업이 전반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한다.
대상: 20년이 넘는 100만 제곱미터 이상 택지.
변경: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이는 방안, 안전진단 규제를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효과: 일부 재건축 사업장의 부담금이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 재건축 하이패스법 통과의 예상 여파]
용적률 최대 500%로 지어질 1기 신도시의 주거 집중화 현상으로 서울 공화국을 더 강화할 가능성 우려스럽다.
중장기를 대비했다기보다 2024년 4월 총선을 겨냥한 단기적 부동산 대책으로 비친다.



5. 공급되지 않는 주택


 주택의 형태 중에 다세대주택 즉 빌라도 있습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대체 주거상품도 인허가, 착공 물량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어요.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불안정 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주거의 질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가격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은 아파트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습니다.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있죠. 분양가격이 올라가는데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공급하는 건설사의 이익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분양부터 준공까지 과정 중에 원자재 수급, 인력 비용 등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건설업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선분양입니다. 아직 지어지지 않은 주택을 약속만 믿고 먼저 선금을 지불하는 구조죠.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주택이 지어지지 않거나 늦어지거나 지었는데 문제가 있는 경우에 여러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아마 나중에 이 문제는 따로 다뤄야겠죠)


 민간주택 착공 대기물량과 실제 분양실적을 비교해 봐도 올해 주택 공급이 적게 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숫자만으로 결론을 낼 수 없지만 워낙 주택 가격과 공급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라 거듭 이야기하지만 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어떤 대책이 나올지, 그 대책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단기성 대책에 그칠지 두고 볼 일입니다.



6. 공급하는 주체에 대한 대책


 9월 26일 부동산 대책이 나왔습니다.

 공급을 하기 위해서는 공사를 담당할 건설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건설사가 공사를 시작하려면 또한 돈이 필요하죠. 사람의 에너지원이 음식인 것처럼 건설에는 돈이 있어야 해요. 초기에 필요한 돈은 선분양을 해서 계약금의 일부로 공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더 많은 돈은 PF라는 형태로 금융업체에서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여러 가지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돈줄이 막히는 돈맥경화 현상으로 건설할 수 있는 건설사가 줄어드는 공급의 문제가 발생했던 거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일시적으로 부동산 PF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한번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세요. 건설을 시작할 돈을 풀었다고 해서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그저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대책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죠. 동맥경화 같은 건강상의 문제도 실제 발생한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겠죠. 공급하는 주체에 대한 대책이 나오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대책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7. 공급될 장소에 대한 대책


 11월 16일에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했습니다.

 이미 2019년 3기 신도시 공급에 대해 발표했었습니다. 아직 4년이 흘렀는데도 사전청약 이후 착공이 진행된 곳이 없습니다. 그 와중에 신규 택지 개발이 발표됐습니다. 택지 개발은 물론 신도시만큼 큰 규모의 개발이 아닙니다. 신도시는 330만 제곱미터(10만 평) 이상의 규모, 택지 지구는 신도시의 절반 이하의 면적입니다. 물론 아래 3기 신도시 공급 규모와 신규 택지 개발 규모를 보면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공급을 늘리기 위한 장소를 지정했지만 실질적인 공급이 언제 될지는 모른다는 겁니다.


 장소를 추가적으로 정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기존에 3기 신도시의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대책이라고 발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바로 부동산 대책이 현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마치 굉장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엔 신규 택지 개발이 그럴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표심을 붙잡는데만 급급하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공급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내놓지 못했다는 결론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5539#home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1699#home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1699#home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5540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0114#home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588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7626


짓다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혹시라도 구독을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아래 링크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https://jit-tta.stibee.com/

매거진의 이전글 부동산 이슈 정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