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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Dec 09. 2023

질문하는 부동산 전문가

<가볍게 읽는 부동산 왕초보 상식> 서평 @강가애

<가볍게 읽는 부동산 왕초보 상식>에 대한 후기를 써주신 강가애님의 글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엄마 밑에서 자란 내게 집은 늘 오르지 못할 산 같았다.


 "엄마 우리도 해외여행 가자."

 "안돼. 집도 없는데 무슨 소리야."

 "엄마 우리도 승용차 사자."

 "안돼. 집도 없는데 무슨 소리야."

 "엄마 우리도 갈비 먹으러 가자."

 "안돼. 집도 없는데 무슨 갈비야. 그러다가 엄마가 네 할아버지처럼 되면 좋겠어?"


 엄마가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꺼낸 순간 나는 조용해져야 한다. 엄마는 그렇게 차비를 아끼고, 비닐봉지 값을 아끼고, 양말 값을 아끼고, 콩나물 천 원어치로 세 가지 반찬을 해가며 돈을 모았고, 내가 스무 살이 되던 해 결국 집을 장만했다.


 연탄을 갈던 단칸방에서, 연탄은 갈지만 작은 내 방이 있는 곳으로, 기름보일러를 쓰지만 교통은 불편했던 곳에서 드디어 "한미숙" 엄마의 집을 갖게 되었다. 심지어 역세권에 대단지에 요즘말로 초품아였다. 엄마는 집도 돈도 없지만 늘 경제 뉴스를 듣는다고 너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돈이 한참 모자랄 때도 엄마 아빠는 둘이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걸리는 먼 곳까지 자주 집을 보러 다녔다. 그런 날은 꼭 우리 집 근처 둔촌 시장에서 곱창을 포장해 오셨다. 육천 원에 검은 봉지가 터질 듯이 가득 찬 야채 곱창 한 그릇에 나는 무진장 행복했지만, 어쩐지 엄마 아빠는 곱창을 많이 드시지는 않았다. 그렇게 내게 집은 늘 오르지 못할 산 같았다.


 결혼을 하려고 보니 집이 참 어려웠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집이 참 어려웠다. 그러다가 태유정 선생님을 만났다. 나는 자연스레 내 삶의 굵직한 고민인 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주 당연하게, 지금 집을 사는 것이 좋냐,라고 물었는데 선생님은 나에게 집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우리 옵션에 맞는 (영혼과 팽창하는 우주의 영혼의 끝까지 끌어 끌어 모아) 얼마짜리 어떤 집을 사는 것이 좋을지 궁금해서 선생님의 부동산 강의를 신청했는데, 내 돈의 몇 퍼센트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지금의 현금 흐름과 은퇴 후에 대해 물었다.


 그 후로 나는 남편과 집에 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결혼 후 한 3,4 개월은 집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은 집뿐만 아니라 돈과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한다.


 질문하는 부동산 전문가 태유정선생님의 책이 나왔다. 안전마진 몇 억! 로또 청약 같은 말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 집을 통해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도록 묻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선택을 위한 콤팩트하고 기본적인 정보가 촘촘하게 담겨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쉽고 재밌다.


 유정쌤 책 출판 축하합니다. 제 삶에 좋은 질문들을 던져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자 부동산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고 살아가죠. 그런 사람들을 위해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누군가에게 가 닿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부동산 이야기를 해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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