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멋진 근육, 삶을 바꿀 줄이야

<떼인 근력 찾아드립니다>를 읽고

by 태양이야기

이 책은 한마디로 유쾌 상쾌한 책이다. 운동을 시작한 2013년 4월 2일이 생각난다. 처음으로 PT를 받으러 GYM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낯설기도 했고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도저히 운동을 안 하면 제대로 살지 못할 거 같아 발을 들이밀었는데 마치 저자가 크로스핏을 처음 했을 때 표현과 비슷했다. 운동을 실제 해보니 너무 좋은 선생님이었지만 처음엔 외모와 몸의 크기 덕분에(?) 조금 망설여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거다. 그렇지만 하기로 마음먹고 갔기에 무조건 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처음 나의 운동 이야기는 항상 같다. 스쾃도 못했던 충격적인 실화가 존재하지만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점점 믿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시간이 지나 남들이 운동을 잘한다고 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니 10년이 훨씬 지난 운동을 못하는 시간이 있다는 상상이 안되나 보다. 여기 저자들처럼 처음부터 운동을 잘할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에피소드처럼 어릴 때부터 여러 경험을 통해 단련된 몸이었던 거다. 그에 비해 난 타고난 운동신경 따윈 전혀 없었다. 처음 PT를 받을 때 스쾃 자세를 해본 적이 없어서 짐볼 위로 앉았다가 일어나는 방법으로 스쾃 자세를 가르쳐주셨다. 그런데 짐볼에 앉기만 했을 뿐 일어날 수 없었다. 전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학생 때는 분명 한 개는 됐던 거 같은 푸시업이 전혀 안 되는 거였다. 아주 근육이 사라지다 못해 녹아내린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게 운동이 시작되었고 또 한 번 시작하면 그만두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거의 쉬지 않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무려 10년 넘게 이어져온 운동습관은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몸을 만들어줬다. 스쾃도 못했던 내가 핸드스탠드 푸시업이나 맨몸 풀업을 스트릭으로 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신체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영향 또한 운동을 안 했을 때와 1대 1로 비교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확실히 체력이 좋아졌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만큼 나이가 많아졌는데 아픈 곳 없이 잘 살고 있다니 주변과 비교해 보면 거의 로또 당첨 수준이다. 거의 대부분이 아픈 곳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하니까 말이다.


실제로 사람은 약하지 않다. 사회적 여건이나 개인적인 선호로 우선순위에서 운동이 밀리다 보니 약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을 하든 체력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운동은 뭔가 지적인 활동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터부시 했던 시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책에서도 여자들이 빼빼 마른 모습이 가장 이상향에 가까웠던 때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회적으로 멋있다는 감탄사를 내뱉는 상황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게 만든 문장이 있었다. '나는 줄곧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p.155)' 나도 그랬던 것 같다. 학생 때는 그 방법이 공부여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런데 유연성이 떨어져서 하나만 잡고 다른 것들은 다 놓치고 갔었다. 이후에는 취업을 잘해야 멋지기 때문에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돈을 벌었다. 학교나 회사는 사회적으로 만들어 놓은 환상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외부에 나를 맞추려다 몸이 망가진 내 모습을 보고 정신을 차렸던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시작한 운동도 멋있어지고 싶어서 계속하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목표나 이유가 있는 게 좋다. 왜냐하면 진정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PT를 거쳐 이후 운동을 고민할 때 우연히 친구로부터 크로스핏을 해보라는 권유를 듣게 된다. 그리고 이후 경험했던 건 너무 책과 동일했다. 웃음이 나올 뿐만 아니라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흘렀다. 공감받을 수 있는 엄청난 문장을 만났을 때의 황홀함이랄까. 지옥도라던지 압도적인 풍경 그리고 내가 찾던 그곳이었다는 것을 나도 알아차렸던 것 같다. 그때의 선택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지 모른 채 말이다.


오래 앉아 집중하는 데도 체력이 필요하다는 걸 꿈에도 모를 정도로 그렇게 무식했다.
한 시간 후 내가 내린 결론은 '못 하겠다'였다. 크로스핏 수업을 받는 사람들은 정말 잠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였고 허리를 제대로 못 펼 정도로 헉헉거렸다. 150
나는 줄곧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운동도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시작했다... 멀리 보고 저 끝에서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지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 나는 그것을 크로스핏을 통해 배웠다. 155
호흡이라기보다는 그르렁거리거나 토하는 것에 가깝게 거친 숨을 내쉬며 몇몇은 입가의 침을 닦았고 몇몇은 검은자위 보다 흰자위가 더 많이 보이는 그곳의 모습은 지옥도 그 자체였다. 그 충격적이고 압도적인 풍경에 나는 전율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곳이 바로 내가 찾던 그곳이었다는 것을. 16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민주 시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