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고 Jul 07. 2020

북한산 원효봉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5화 북한산 ㅡ6

장거리 산행을 할까? 하다가 몸의 컨디션이 최상이 아닌것 같아서 오후 근거리 산행이나 하려고 뭉그적거리고 있는데 영하 8도까지 내려갔던 추위가 오후 들어서면서 급격히 따뜻해 졌다.

그래서 몸의 컨디션을 생각해서 북한산에서도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원효봉을 목적지로 정하고 느긋하게 집을 나섰다.

단체산행이 아닌 혼자만의 산행은 이래서 좋다.

조금 게으름을 피워도 남의 눈치 볼 필요없고,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보리사 대웅전

원효봉 산행은 주로 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한다.

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백운대 이정표를 따라서 오르다가 오른쪽으로 오르면 의상봉,왼쪽으로 오르면 원효봉이다.

원효봉은 대웅전만 달랑 있는 보리사를 끼고 왼쪽으로 접어들어 소나무 숲 계단으로 올라야 한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무허가 식당들이 꼴사납게 자리하고 있던 계곡이 완전 복원되어서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보리사에서 원효봉까지는 거의 외길로 가파른 계단이 조금 있지만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난이도다.

그렇다고 호젓하다거나 빼어난 경관이 있는것도 아니다.

오히려 조금 산만한 느낌이다.

 


원효봉 가는 길에 만나는 또하나의 절 상운사

‘상서(祥瑞)로운 구름 속의 사찰’이란 이름의 상운사는 북한산의 대표적인 사찰 가운데 하나로 염초봉 아래 원효봉,영취봉,백운대,만경대,등 내노라하는 북한산의 수려한 봉우리들에 둘러쌓인, 경관이 아주 뛰어난 곳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천년고찰이지만 차로가 없어서 모노레일로 생필품을 운반해야 하는 열악한 조건을 반영이라도 하듯 사찰 내 분위기는 조금 어수선 했다.

그나마 불음각과 오래된 향나무와 느티나무가  천년고찰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상운사의 정확한 창건연대는 알 수 없지만 일설에 의하면 신라시대 원효스님이 당나라 유학을 포기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북한산에서 잠시 수행하면서 창건했다고 한다.



북문

상운사를 지나 북한산성의 북문에 도착했다.

조선시대에 화재로 소실된 북문은 지금까지 지붕없는 문으로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덕분에 성문의 속살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나름 괜찮은것 같기도 하다.

문득 도심의 궁궐 문도 아닌 산정의 성곽 문인데도 참 아름답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찮은 것에도 예술혼을 불어 넣었던 우리 조상들의 예술혼에 다시한번 감탄한다.



이제 성곽길을 따라 쉬엄쉬엄 오르면 원효봉 정상에 다다른다.

그런데 이쪽 성곽은 북한산성의 도심쪽 성곽과 달리 좀 허술하다.

어찌보면 이 모습이 아마도 본래의 모습에 더 근접한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원효봉 정상

정상 바로 아래에서 담은 정상 풍경이다.

원효봉은 높이가 505m로 북한산의 많은 봉우리들 중에서는 비교적 낮은 봉우리다.

그러나 정상이 하나의 거대한 암반으로 되어 있어서 원효대사의 품처럼 넉넉하고 사방의 조망이 장관이다.

남쪽으로는 의상봉과 마주하고 있고 북동쪽으로는 염초봉과 백운대의 웅장한 뒷태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눈을 다시 동남쪽으로 돌리면 만경대와 노적봉이 연이어 솟아있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마주하는 두 봉우리인 의상봉과 원효봉이 각각의 이름을 갖게 된 이유는 옛날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대의 두 큰 스님이었던 원효와 의상이 양쪽 봉우리에서 수련을 하며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었다고 해서라고 한다.

좀 황당하기도 하지만 워낙 소음이 없던 옛날이라서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뭏튼 원효와 의상은 많은 일화를 남긴 스님들로 유명하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일화다.

'어느날 두 스님은 당나라로 불경공부를 하러가려고 산길을 가다가 밤이 되어 어느 토굴에 들어가 잠을 자게 되었다.

원효스님이 잠결에 목이 말라 옆에 있던 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다시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잠을 잔곳은 묘혈이었고 바가지는 해골이었다.

그러자 갑자기 어제 마신 물때문에 구역질이 났다.

해골 바가지인줄 모르고 물을 마실때는 그렇게 달작지근 하던 물이었는데 이튿날 해골바가지라는 것을 알고 나니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구역질이 나는것은'생각' 때문인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만사가 다 생각하기 나름인데 당나라에까지 유학을 가면 뭐 뾰족한 수가 있을 것인가?

여기서 원효는 깨달음을 얻어 유학을 포기한다.'

그래서 그 일화에서 몇년전 광고카피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원효봉 정상에서 본 조망이다.

왼쪽부터 염초봉,백운대,만경대,노적봉이 병풍처럼 둘러쳐져있다.



다시 세분해서 담아본 염초봉과 백운대.


그리고 만경대와 노적봉.


전망바위

원효봉 정상을 넘어 원효암쪽으로 내려가다보면 흡사 백운대를 축소해놓은 듯한 바위하나가 있다.

전망도 좋고 비록 계단으로 오르지만 오르는 스릴도 있고해서 이름 하나쯤 있을법도 한데 이름을 찾을길이 없다.

그래서 그냥 전망바위라 해둔다.

누가 멋있는 이름하나 지어주길 바라면서.....



다시 하산길에 담아 본 염초봉이다.

마치 공룡의 등처럼 거친 암봉으로 이루어진 능선은 백운대로 이어져 있지만 장비를 갖춘 산악인만 등반이 가능하다.

염초능선은 북한산에서 가장 긴 릿지능선으로 알려져 있으며 봉우리 이름으로는 생소한 '염초봉'이란 이름은 조선시대에 화약의 원료로 쓰였던 '염초'를 보관했던 곳이라서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아뭏튼 다른 봉우리들의 이름은 대부분 다른 산에서 겹치는데 염초봉이란 봉우리 이름은 유일한 이름이 아닐까 싶다. 



역시 하산길에 담은 백운대다.

태극기 휘날리는 백운대 정상도 선명하게 보인다.


원효봉은 천천히 오르내려도 3시간이 채 안걸리는 봉우리다.

물론 원효사쪽에서 오르면 난이도가 높지만 상운사쪽으로 오르면 난이도도 낮아서 남녀노소 쉽게 오를 수 있다.

쉽게 오를수 있지만 사방의 조망이 오르는 수고로움에 비해서 훨씬 좋은 봉우리로 유명하다.

*산행코스:산성주차장 ㅡ산성계곡 ㅡ보리사 ㅡ상운사 ㅡ북문 ㅡ원효봉 ㅡ전망바위 ㅡ원점회귀



ㅡ2011.12.18.북한산 원효봉 ㅡ


이전 15화 북한산 의상능선을 가다.(의상봉,용출봉,용혈봉,증취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