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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도령과 덕숭낭자의 전설따라 ㅡ덕숭산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41화 덕숭산

by 그리고

덕숭산은 아담한 영락없는 동네 뒷산 수준이다.

그런데도 100대 명산에 선정될 수 있었던건 순전히 수덕사 덕분이다.

아니 어쩌면 수덕도령과 덕숭낭자의 전설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덕사는 사찰이기 이전에 여행 명소 중에 한곳이다.

한때 유행했던 '수덕사의 여승'이라는 노랫말이 말해주듯 얽힌 이야기 또한 많은 곳이다.

사찰이라는 장소와 어울리지 않게 경내는 아니지만 바로 턱밑에 수덕여관이라는 여관도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원래 수덕사에 얽힌 전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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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 의하면 수덕이라는 부잣집 도령이 있었다.

어느날 사냥을 갔다가 덕숭낭자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집에 돌아와 상사병에 걸린 수덕도령은 수소문끝에 건너마을에 혼자 사는 덕숭낭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정식으로 청혼을 했으나 여러번 거절 당했다.

그러나 끈질긴 청혼 끝에 낭자의 집 근처에 절을 하나 지어주는 것을 조건으로 청혼이 이루어진다.

수덕도령은 기쁜 마음으로 절을 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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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탐욕스런 마음 때문에 두번씩이나 완성단계의 절이 불타 버렸다.

수덕도령은 탐욕을 버리고 오직 부처님만을 생각하며 세번째 절을 완성했다.

그후 덕숭낭자와 결혼을 하였으나 낭자는 수덕도령이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이를 참지 못한 수덕도령이 끌어안고 말았다.

순간 뇌성벽력이 일면서 낭자는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수덕도령의 손에는 낭자의 한쪽 버선만 쥐어져 있었다.

덕숭낭자는 관음보살의 화신이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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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자리는 바위로 변하고 옆에 버선모양의 하얀 꽃이 피어 있었다.

이 꽃을 버선꽃(물단초)라 하고 수덕도령이 지은 절은 수덕사라 부르게 되었으며 그 뒷산은 덕숭낭자의 이름을 따서 덕숭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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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숭산의 산행 기점은 당연히 수덕사다.

먹음직스러운 식당간판들이 즐비하고 기념품가게에서 내놓은 기념품들이 넘쳐난 수덕사 진입로를 지나자 수덕여관이 나왔다.

수덕여관은 내려오면서 관람하기로 하고 바로 수덕사 경내로 들어섰다.



수덕사 절마당

깨끗한 절마당이 일품인 수덕사는 그 유명세와는 달리 창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백제 말기에 창건된것으로 추정되며 나옹, 원효대사등이 중창한것으로 전해지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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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의 나이를 새기며 무수히도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를 때로는 희망으로, 때로는 절망으로 되돌려 주었을 기쁨과 슬픔의 흔적.

그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대웅전은 1,308년에 건립된 목조 건물로 국보 제 49호로 지정되었다.



또한 대웅전 안에는 중앙의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불, 아미타불의 삼세불이 모셔져 있다.

이 목조삼세불좌상은 보물 제1381호로 지정되어 있다.


산행은 절마당을 왼쪽으로 돌아서 조금은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서 시작된다.



아름다운 절마당에서 30여분 사진놀이를 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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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산행이지 초반은 산행이라고 해 봐야 수덕사 경내나 다름없는 분위기의 사찰 관람이다.

다른점은 수평이동이 아니고 수직 이동이라는것 뿐이다.



산행 20여분만에 만날 수 있는 탑이다.

만공이 건립한 25척의 석불로서 머리에 이중의 갓을 쓰고 있다.

1924년 만공스님이 조성한 관세음보살상으로 모든 중생의 8가지 고통을 덜어주시는 감로수병을 들고 계신단다.

여기서 8가지 고통이란

'살아있는 괴로움, 늙는 괴로움, 병드는 괴로움, 죽는 괴로움,구해도 구해지지 않는 고통,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 원수를 만나는 고통, 오음이 치성하는 괴로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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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공탑과 향운각

만공스님이 수도하신 암자 향운각이다.

지금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반인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그냥 지나친다.



그리고 다시 정혜사를 향해서 가는 길에 득도를 한 듯한 나무 한그루를 만난다.

아니 온갖 번뇌를 깔고 가부좌를 튼 모습 같기도 한 경외스러운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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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사.

만공탑에서 다시 5분쯤 오르면 나오는 사찰이다.

559년 지명법사가 창건했다고 한 백제시대의 절이다.



앞에서 소개한 수덕도령과 덕숭낭자의 전설에서 수덕도령이 다른 이름으로 정혜라고 한다.

그 후 정혜도령이 이 곳에 암자를 짓고 수도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암자다.



수행중이라는 푯말과 함께 문이 닫혀있다.

그래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빼꼼히 열린 문사이로 잠시 들여다보고 발길을 돌린다.



빼꼼히 들여다 본 내부 모습이다.

정갈한 절마당이 고즈넉하다못해 아름답다.



이제 정상이 500m 남았다고 안내를 하고 있다.

그래도 등산인듯 유람인듯 오른 거리가 1km 남짓이다.

쉬엄쉬엄 오르다보니 어느새 7부능선에 오른 것이다.

아내와 나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오른다.

여기서부터는 첫 조망지가 나올때까지 볼거리가 없는 동네 뒷산 같은 길이다.



이윽고 나오는 첫 조망이다.

역시 딱 동네 뒷산만큼의 평범한 조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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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에 도립공원인 가야산이 보인다.

아마도 산으로만 보면 가야산이 더 높고 산다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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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덕숭산의 정상에 섰다.

정상이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100대 명산쯤의 정상다운 면모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나마 9년전에 왔을땐 정상석도 초라했었는데 지금은 정상석이라도 우뚝 서있어서 초라해 보이기까지는 않았다.



하긴 애초에 495m의 산이라서 정상에서의 감흥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름 충분하지는 않지만 사방의 조망은 즐길 수가 있었다.


죽음이 새로운 삶을 잉태한 모습에 한 컷 담아본다.

불교에서의 윤회가 생각났다.

아무튼 죽는다는 것은 꼭 윤회가 아니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새로운 생명을 품는다.



정상에서 다시 쉬엄쉬엄 내려서다보니 수덕사다.

수덕사에서 정상까지는 1.6km남짓인데 그나마도 구경거리가 많아서 거의 산행 기분을 느낄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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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올라갈때 지나쳤던 수덕사 들어가기 전 암자들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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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지구에는 수덕사 말고도 수덕여관과 견성암등 많은 볼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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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숭산은 산행이라기보다는 여행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산이다.

산 아랫쪽은 불교유적과 소나무 숲으로 아기자기하고 윗쪽은 그냥 평범한 동네 뒷산 형태를 하고 있다.

수덕사까지 포함해도 왕복 4km가 채 되지않은 산행거리다.

그래서 아무런 준비 없이도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는 말 그대로 동네뒷산 같은 산이다.



등산코스:수덕사 ㅡ향운각 ㅡ만공탑 ㅡ정혜사 ㅡ정상 ㅡ정혜사 ㅡ향운각 ㅡ수덕사(천천히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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