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때가 있더라
모든 자연이 내게로 기울어지고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 의미 없어 보일 때
희망은 동아줄 위에 걸려 있고
나는 밧줄 걸린 노란 나무 아래를 빙빙 돌며
깊은 한숨만을 내쉴 때
이도저도 못할 때 사실 나는 들판 끝의
한 그루 나무를 향해서 걷고 있는 중이라고
어린 종달새가 그랬다
내 양 옆으로 줄지어 선 은행나무들은
노란 흐느낌을 흘린다
나는 마침내 마른 낙엽 밭에 드러눕는다
내게 보이는 것은 전에 볼 수 없었던 푸른 하늘
한 세월이 지나고 다시 그 자리에 서서
나는 질문한다
과연 그 시간은 무얼 의미했느냐고
날 갇혀서 나가지도 못하게 했던
그 숨 막히는 목적들은
무얼 위해 있었느냐고
'아무 의미 없다'라는 중년 남자 목소리가 들려오는 한편
어디선가 '그건 오늘을 위해서'라는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누워
떨어지는 은행잎을 잡듯이
젊은 여자 목소리를 붙잡는다
잎을 가슴 위에 얹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 그건 오늘을 위해서 였어
내가 여기 누워
그날과 꼭 같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끔 한 건
신의 배려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