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을 위한 시낭송 수업(프로조디, 억양, 템포를 중심으로)
사랑의 변주곡變奏曲/김수영(1921~1968)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都市의 끝에
사그러져 가는 라디오의 재갈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삼三월을 바라보는 마른 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
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
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끼
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
이제 가시밭, 덩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
까지도 사랑이다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절도節度는
열렬하다
간단間斷도 사랑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신 방에서
심부름하는 놈이 있는 방까지 죽음 같은
암흑 속을 고양이의 반짝거리는 푸른 눈망울처럼
사랑이 이어져가는 밤을 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
눈을 떴다 감는 기술-불란서 혁명의 기술
최근 우리들이 사일구四․一九에서 배운 기술
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소리내어 외치지 않는다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이여
고요함과 사랑이 이루어놓은 폭풍暴風의 간악한
신념信念이여
봄베이도 뉴욕도 서울도 마찬가지다
신념信念보다도 더 큰
내가 묻혀 사는 사랑의 위대한 도시에 비하면
너는 개미이냐
아들아 너에게 광신狂信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인류人類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미대륙美大陸에서 석유石油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도시都市의 피로疲勞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 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瞑想이 아닐 거다
- 사랑의 변주곡變奏曲 김수영 전집 1, 민음사, 1995, 271~273쪽.
(김수영 시인이 '사랑의 변주곡'을 창작한 시기는 196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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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조디, 템포, 억양’을 통한 새로운 리듬 논의,"를 다룬 광운대 장석원 교수의 논문을 바탕으로 자유시의 운율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이 논문에서는 김수영의 시 「사랑의 변주곡」에 담긴 리듬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시에서 확인되는 독특한 음악적 구조와 리듬을 파악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 논문에서는 '리듬' 개념은 규칙적인 반복에 의해 형성되는 시의 음악적 특성을 포함하면서도 동시에 불규칙적인 반복 요소들이 이루는 시스템에 의해 구축되는 자유로운 현대시의 리듬에 대해 일컫는다. 리듬이라는 것은 시 전체에서 작동되는 구성적 원칙이면서, 동시에 시니피앙(Signifiant)*은 소리나 이미지를 그리는데, 이 시니피앙은 의미와 서로 상보적인 관계를 이루어 형식과 의미가 통합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소쉬르의 언어학에 따르면 시니피앙 signifiant은 소리나 이미지를 시니피에signified는 개념을 의미한다.
이러한 새로운 리듬 개념을 논의하기 위한 방법적 장치로 '프로조디(prosodie), 템포(tempo), 억양(intonation) 세 가지 개념을 사용한다.
「사랑의 변주곡」에서의 리듬은 점층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시의 중간 부분에서 사랑의 의미를 발견하는 지점에서 흐름이 급작스럽게 바뀐다. 이 지점은 화자가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고 고백하는 부분이다.
시의 전반부는 일반적인 호흡이 아니라 거칠고 혼란스러운 호흡으로 배치되어 있다. 화자가 사랑에 도달하기까지 앙장브망*( enjambement)을 통해 호흡을 단절하며 이는 의미를 혼돈시킨다. 이 부분은 어떤 특정한 모양이 없는 움직임으로 인해 빠르기가 불규칙하게 작동한다.
*enjambement, 시의 구문이 다음 행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
사랑을 만드는 기술이 제시된 4연 이후에는 혼돈이 줄어들고 긴 행과 짧은 행이 교차 배치되면서 행 배치가 안정적으로 변화한다. 화자가 획득된 의미를 격정정으로 전달하려는 감정의 고조와 의미의 강세가 드러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리듬과 의미가 서로 상보적으로 응대하면서 시의 의미를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사랑이 변주되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이 논문에서 밝히고 있는 리듬을 구성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는 프로조디(Prosodie)와 템포(Tempo)와 억양(Intonation)을 분석한다.
프로조디(Prosodie)는 시의 리듬으로 구현된 언어의 자음적, 모음적 조직과 그 계열체이다. 이 작품에서는 '사랑'이라는 자음과 관련된 'ㅅ' 계열체와 모음 'ㅕ' 계열체가 리듬을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자음 'ㅅ'이 시의 주도적인 자음으로 '사랑'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인 기술, 신념, 명상, 씨 등의 단어와 이와 반대로 부정적인 언어인 광신, 의심, 슬픔, 술, 가시 등의 양극화된 의미 맥락을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감정이 폭발 진전에 'ㅅ'음이 제저된 강력한 휴지 부분이 배열되어 폭발 전의 고요함을 느끼게 하며 'ㅅ'음을 변주한 것이 실제가 된다고 본다.
또한 모음 'ㅕ'는 호격 조사 '~여', '열다", "발견하다", "열렬하다", "혁명", "신념", "명상", "미치다" 등의 동사 계열을 형성하며 화자의 의지와 사랑의 동적인 움직임을 리듬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템포(Tempo)는 시의 빠르기를 결정하는 요소이다. 이것은 휴지((休止)에 의해 설정되며 이 작품의 빠르기는 일정하지 않고 불규칙하게 운동한다.
억양(Intnation)은 시행 단위에서 구현되는 시적 리듬의 중요한 구성 단위이다.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와 같은 의문문에서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와 같은 느낌표가 사용된 부분에서 억양이 상승한다.
"입을 열어라"와 같은 명령문이나
"욕망이여", "신념이여"와 같이 명령문이 사용된 부분에서은 음성적 억양 상승은 통제되지만 의미의 구심적 역할에 의해서 심리적 강세가 주어져 리듬을 형성한다고 본다.
호격 "~이여"는 모음으로 종결되어 독자의 호흡을 개방 상태로 지속시키는 효과를 준다고 하였다.
또한 전반부의 과격한 앙장브망은 문법적인 의미 종결에 따른 하강조 억양을 실현시키지 않고 평탄조의 억양을 강제적으로 지속하도록 하여 그 내부에 긴장감을 함축시키고 이 에너지가 고조되는 억양의 폭발로 축적시킨다고 하였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에 의하면 김수영의 시 「사랑의 변주곡」에서는 리듬이 단순한 소리나 규칙적인 반복을 넘어서 시니피앙 체계로서 시인의 정서적 특성과 의미 생산에 상호의존적으로 작용하며 역동성을 형성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곧, 리듬이 곧 의미의 중요한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준 것이다.
자료 출처
장석원(2011)‘프로조디, 템포, 억양’을 통한 새로운 리듬 논의의 확대*김수영의 사랑의 변주곡(變奏曲) 을 중심으로국제어문 제52집(231~2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