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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Oct 22. 2023

최면술에 홀리듯

삶을 되돌아 보면, 별 같잖은 남 탓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꼬맹이도 속지 않을 남탓인데도 종종 진짜 그럴지도 모른다고 홀랑 넘어갈 때도 있지요. 사방에서 진실인 양 떠들어 대면 최면술에 걸리듯 홀려버려 그리 됩니다. 아프리카에서의 남 탓이 그랬습니다. '처음엔 무슨 말을 저리 하나.' '저 사람들 이상하네.' 가 나중에는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로 바뀌기도 했지요...

 

A: "그러니까. 100만 달러가 넘는 설비가 방치되는 게 순전히 한국 탓이라고요?"

B: "당연하죠. 생각해 보세요. 아프리카에 전기가 신통치 않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데.. 이런곳에 전기로 가동되는 설비를 지원해 준거잖아요."

A: "그 설비를 지원해 달라는 건 당신네 아닌가요?"

B: "그러니까 말이죠. 그런데 그런 최신 설비가 어떻게 가동되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전문가도 없는데. 남들이 좋다니까 달라고 한거지. 발전된 한국이라면 그 정도는 딱딱 알아서 해줘야 하는 거 아녀요? 생각이 짧아도 너무 짧은거죠. 당연히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발전기도 같이 지원해 줘야지. 이건 도와주겠자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3년간 아프리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간간이 고철로 나뒹구는 기계들을 봤습니다. 방치된 건물도 있었죠. '저건 뭐에요?' 하면 해외에서 원조 받은 것들이랍니다. '왜 그리 된거에요?' 그러면 원조 받은 물건을 제대로 관리 못해서 그리 된 거란 답이 돌아옵니다. 한번은  원조로 잔뼈가 굵은 영국인과 대화한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에도 기계나 건물을 지어주나요?"

"예전에나 그랬죠.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아요."

"원조를 안해준다는 말씀인가요?"

"아니요, 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유럽국가들은 자국민이 주도하는 연구활동에 돈을 점점 더 많이 쏟아 붓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원조긴 원조죠. 자국민들을 위한 일자리를 위한 원조기도 하고요. 스스로 할 생각 없이 남탓에 골몰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요. 

 

21세기 들어 중국이 다양한 투자와 원조로 아프리카에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경제학자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중국이 아프리카를 착취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의 자원을 빨아 먹으면서 아프리카를 너덜너덜 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아프리카가 중국의 경제 식민지가 되고 있다면서 중국 탓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청산유수. 아프리카가 왜 이리 가난하게 되었는지. 발전을 못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이유가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아프리카 서민들은 중국을 그리 나쁘게 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요. 덕분에 일자리가 생겼어요. 정부는 백날 가도 못해주는 그 일자리요.'  제가 보기엔 아프리카의 남탓은 배운사람이나 못배운사람이나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성차별도 없이 평등하게 만연해 있었습니다.

 

1960년 이후 대부분의 나라가 독립한 아프리카. 독립 후 반백년은 훨씬 넘었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아프리카에서 만난 사람들은 여전히 유럽 탓에 아프리카가 못산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유럽은 그 책임을 다해야 하고,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을 아끼면 안되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아프리카의 가난과 문제는 유럽사람들로 인해 기인한 것일까요? 궁금하면 못 참는지라 아프리카의 역사를 뒤적여 보았습니다. 중세시기엔 이슬람 학자들이 적은 기록이, 근대에는 유럽사람들이 적은 기록이, 21세기 이후엔 아프리카 출신 학자가 적은 기록이 있었습니다. 

 

역사를 기록한 사람에 따라 국적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의 가난과 문제는 유럽사람에게서만 기인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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