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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Oct 22. 2023

아프리칸 타임 아세요?


‘아프리칸 타임'. 이를 설명하려면 '코리안 타임'부터 말문을 열어야겠습니다. 그러니까 1980년 대 중반 쯤이였을 겁니다. 착실한 학생이었던 저는 선생님께서 가르치신대로 시간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걸로 알았더랬습니다. 그런데 약속 시간에 도착하면 기다리기 일쑤였죠. 화가나서 뭐라하면 '사람이 야박하다'란 핀잔이 돌아왔죠. ' 뭐지? 여유를 중시하는 조상님들의 미풍양속을 잘못 이해한 건가?'


하지만 코리안 타임은 한국 전쟁 때 미군이 약속을 빈번이 어기는 한국인을 좋지 않게 생각해서 만든 말이랍니다. 툭 하면 약속을 어기는 한국인을 바라보며 체념하듯 'Damn, Korean Time!' 이라 중얼 거렸을 미군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아프리칸 타임'은 한때 우리나라서 유행했던 '코리안 타임'과 닮은 구석이 적잖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리안 타임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식 코리안 타임이랄까요. 그래서 '아프리칸 타임'이라 했습니다. 아프리칸 타임을 받아들인다는 것, 아프리카 타임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다는 것은 아프리카에 익숙해졌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아프리카 일을 시작할 때, 아프리카 동료들에게 신뢰감을 느꼈습니다. 어디가나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 라니 불안한 마음에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허망한 립서비스였습니다. '말씀만 하세요.' 다음 말이 없으니 착각일 수도 있겠죠.  


 프로젝트는 쓴 돈을 제대로 확인해야 하는 게 기본입니다. 그래서 이 기본을 하려 아프리카 사무소에 전화 했습니다.

 

"지금까지 쓴 예산 내역서와 남은 예산에 대한 자료 좀 보내주세요."


이 요구를 하고서, 얼마나 되도 않는 핑계로 일이 미루어질 수 있는 지를 절절이 깨닫게 됩니다. 그나마 보내온 자료는 초등학교 6학년도 혀를 끌끌찰 수준이었죠. 첫번부터 운이 없었던 겁니다.  사실 시간 늦는 것은 다반사지만 이리 일을 엉망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니 말입니다.  아시아 출신 동료들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들은  한국보다 적어도 2,3배의 시간을 더 주고서 일을 시키라 조언해줬습니다. 


 그 이후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를 경유하는 현장교육 프로그램 운영해야 할 상황이 생겼습니다. 배운대로 2,3배 시간을 더 주었죠. 이때 제 성격이 한국에서도 무척 급한 편이라는 것을 제대로 자각해게 되었습니다.  


교육계획은 연기되습니다.  기분이 상할대로 상했지만, 눌러 참았지요. 어쩌겠습니까. 저들은 많고 저는 혼자고.  제가 잘못된 거지, 그들이 늦은 건 아닌 겁니다.  그 이후 머릿 속 시간셈이 4배 이상으로 확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 타임'이 적용되지 않는, 시간이 칼 처럼 지켜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지에서 일정을 잡을 때입니다. 교통 수단이 좋지 않고, 테러나 강력 범죄가 빈발하는 위험 지역이 많기에 일정이 어긋나면 목적지로 못가거나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프리카에서 이동할 때, 차량이 약속시간보다 꽤 늦는다면 무슨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됩니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이 교통에 있어는 약속을 정확히 지켰습니다.   


또 한가지는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지시입니다. 높은 분이 강력하게 지시하면 시간에 맞추어 움직여 줍니다. '불가능은 없다'를 보여준다고한 할까요. 한번은 우리나라 경운기를 운반하는 수송선이 일정보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코트디부아르 높은 분이 관심을 가진 ‘한국 경운기 교육’이 연기될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습니다. 경운기 통관은 하루 이틀사이에 끝날 일이 아니었죠. 그런데,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통관과 수송이 번개 같이 이루어져, 제 시간이 경운기가 도착했습니다. 저는 정말 깜짝 놀랐었습니다. '아프리카에도 이런 일이 있구나.' 


'아프리칸 타임'엔 파생상품도 있습니다. 무엇을 요구할 때 심하게 독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아프리카 사람이 독촉하면 큰일이라도 난 줄 았었더랬죠. '얼마나 다급했으면, 저렇게 말할까.' 나중에 알고보면 별로 급하지 않은 일도 호들갑을 떤 것입니다.  일종의 습관입니다.  왜 그럴까 싶었습니다.  그렇게라도 독촉해야지 안 그랬다간 일처리가 한 없이 늘어지기 때문이다, 라고 이해하게 되었죠. 


모든 아프리카 사람이 아프리칸 타임을 삶의 지침으로 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프리칸 타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에 덤벼들면,  속이 부글거려 위장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집니다. 머릿속 셈에서 4배는 늘이고 일을 하는 자세. 아프리카 타임에 대응하는 데 지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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