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면서 나의 독일인 친구 가족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나의 수영 실력.
나는 많은 나의 한국인 친구들처럼 수영을 하지 못한다. 어릴 적 수영장에 다닌 기억이 있어 당연히 수영을 할 수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년 태국 여행에서 물에 빠진 이후로 내가 수영을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작년에 태국에 나의 독일인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갔었다. 꽤 깊고 큰 워터 파크에 다녀왔는데 친구는 당연히 내가 수영을 할 수 있겠거니, 생각하고 물에 먼저 들어갔고 나는 이후에 들어가 물에 빠졌다. 정말 예상치 못하게 허우적댔고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한 찰나 친구가 나를 물에서 구해주었다. 능숙하게 나를 뒤에서 잡아 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물 위로 끌어올려주었다. 친구도 나도 엄청나게 충격을 받은 사건이었다.
그리고 독일에서 수영장을 갈 기회가 많았다. 집 근처에 수영장도 많았고 여름에는 야외 수영장도 개방하여 걸어갈 수 있는 곳도 많아졌다. 친구 부모님은 내가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걸 처음 말했을 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거지? 너는 학교에서 수영을 배우지 않았니?'라고 되물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걸 몸소 보여주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내가 수영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계신다.
내가 어릴 적 한국에서 배워온 수영은 뭐였을까,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수영은 자전거 타기 같아서 한번 배우면 잊어버리지 않는다던데, 그러면 나는 왜 수영을 하지 못하는 거지?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은, 한국에서 배웠던 수영법은 생존이나 물을 즐기기에는 너무 어려운 수영법이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호텔 풀장에서 수영을 할 때 보이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대부분 어푸어푸하며 물을 엄청나게 튀긴다. 그리고 작년 태국에 있는 호텔 풀장에서 보았던 중국인도 그렇게 수영을 했다. 어푸어푸. 허우적허우적. 엄청난 물을 튀기며.
그런데 유럽 사람들이 수영하는 걸 보면 엄청 여유롭고 또 한편으로는 우아하기까지 하다. 머리를 물 위로 빼고 자연스럽게 수영한다. 물도 한 방울 튀기지 않고. 캄보디아 호수에서 수영하던 아이들도 그렇게 수영했다. 다리는 개구리가 수영하듯이.
이 수영법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더니 생존수영이라고 한다. 내가 배운 수영은 자유영, 평영 같은 좀 더 어렵고 고급 기술이 필요하다. 에너지도 훨씬 많이 소모되어 오래 물 위에 떠 있기 힘들다.
그렇지만 개구리헤엄 자세는 에너지 소모도 덜하고 한번 배워두면 물 위에 오래 떠 있을 수도 있다. 내 친구는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수영을 배웠다고 한다. 물에서 오래 머물기, 잠수, 인명구조까지 훈련했다. 그래서 나를 구해줬을 때 그 능숙함이 발휘되었다.
오늘도 친구 부모님은 내게 수영 특훈을 하겠다고 한다. 내가 독일을 떠나기 전까지 수영을 꼭 배우고 가는 게 친구 부모님의 목표인 것 같기도 하다. 수영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