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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Dec 27. 2018

 독일로 가는 길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열렸다

박사과정 어드미션 받기까지


사회학을 석사로 공부한 내게 많은 사람들은 미국 유학을 권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에 돌아와 정착하려면 미국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처음부터 미국을 나의 선택지에 두고 있지 않았고, 학비가 없고 지인 찬스를 사용할 수 있는 독일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주변에 아무도 사회학으로 학위를 받은 사람이 없지만(한 번 수업을 들은 적 있는 대학원 교수님 한분 제외하고는) 그 울퉁불퉁 꼬불꼬불한 길을 가기로 했다.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는 내 성향이 한몫했다.


2017년 인턴을 다니면서 무작정 지원한 한 군데 학교는 광탈. 학교에 대한 정보도 없었고, 내가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도 알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당연했다. 그리고 2017년 독일에서 몇 달간의 체류 후 박사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조금씩 박사과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독일 박사과정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DAAD를 통해, 다른 하나는 직접 대학(혹은 기관) 사이트를 들어가서.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들어가 보아야 할 사이트. DAAD. 독일 고등교육기관. 유학 프로그램, 장학금 등 여러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아래 사이트로 들어가면 내가 원하는 박사과정에 맞춰서 학교를 검색할 수 있다.


https://www.daad.de/deutschland/studienangebote/international-programmes/en


나의 전공, 언어 등을 선택하고 검색을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창이 뜬다. 내게 맞는 학교 프로그램이 올라오고,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DAAD 홈페이지 내용


나는 DAAD 사이트를 통해 Structured programme(미국, 영국과 같은 코스웍 있는 학위)을 제공하는 학교를 찾을 수 있었고 두세 군데 학교에 지원을 했다. 실제로 합격 통지를 받은 곳은 내가 직접 학교 사이트를 방문하여 담당자에게 연락한 곳이었다.


두 번째 방법이 이것인데, 학교 사이트의 내가 원하는 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관심 있는 교수에게 직접 연락을 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코스웍이 없는 unstructured programme의 박사학위일 확률이 높다. 아래의 포맷은 내가 대충 짜 맞추어 만들어낸 편지 형식인데, 교수님들께 연락할 때 아래와 같은 형식으로 보냈다. [만약 아래 편지를 참고하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완전 동일한 내용을 써서 보내면 엄청 이상하다고 교수님들이 느끼실 거다. 자신의 언어로 바꿔서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독일행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정해졌다. 관심 있게 보아 온 몇몇 교수님께 나의 연구계획서와 CV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고, 취업이냐 박사과정이냐 자꾸만 갈팡질팡 망설이고 있었다. 실패를 연거푸 맛보면 나의 자질과 가능성도 의심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 찾아본 한 학교의 학과 홈페이지를 살펴보다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거긴 박사과정의 입학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엄청 간단하게 보냈다. 나의 소개를 간략히 하고, 해당 학과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으니 입학 과정에 대해 알려달라는 질문이었다. 이메일을 너무 성급하게 작성해 상대방의 호칭(Mr, Ms)도 빠져있었다. 그런데 놀랍게 다음날 저녁이 되기 전 해당 학과의 교수님이 내게 이메일을 보내주었다. 어떤 이유로 자신의 학교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내겐 첫 답장이었다.


나는 이번에는 심기일전해서 나의 연구 관심을 자세히 써 보냈고(최대한 교수님과 학교의 연구주제에 맞추어서) 이번에도 교수님은 내게 답장을 해 주셨다. 엄청 친절하게 흑흑. 우린 이후로 이메일을 통해 나의 연구계획서에 대해 몇 번 더 논의를 했고 결국 교수님은 내게 '흔쾌히!' 지도를 맡아주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이렇게 unstructured programme에서는 교수의 연구지도 승낙이 어드미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연구지도 승낙을 받으면 어드미션의 90%는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물론 이후도 중요하다. 모든 과정은 서류상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나의 경우 교수의 연구지도 승낙 -> Faculty에 다시 지원서 제출 -> faculty에서 위원회 회의 후 합격 전달 -> 대학원 측에 등록

이 과정을 거쳤던 것 같다. 모든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고 시차도 달랐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아무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올해 일하게 된 연구소도 마찬가지였고, 2018년은 내게 중요하고 감사한 해이다. 대부분의 일들이 내가 예측하지 못한 때 일어났고 기회가 주어졌다.

나와 같은 방식으로 유학 길이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박사과정을 시작하고, 교수님을 만나보면 그 내막을 알 수 있겠지만 난 운이 좋았던 것 같고, 타이밍도 잘 잡은 느낌이다. 


그러나 여느 박사 준비생들이 그렇듯, 나도 학업이 정말 나의 길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취업을 해야 하는 건가, 그렇다면 왜 취업은 또 이렇게 어려운 건가 고민의 고민이 꼬리 무는 시간을 보내왔다. 이 길이 맞는 길인지는 아직 알 길이 없다. 다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내게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고, 꾸준히 가져왔던 나의 꿈과 바람들을 끊임없이 상기하는 일인 것 같다.  


늘 열리고 닫히는 문 앞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문의 무게와 크기가 다를 뿐이다.

어떤 문을 열고, 닫고 밖으로 나설 것인지는 늘 선택의 연속이지만 중요한 것은 순간순간 감사하면서 멈추지 않는 일인 것 같다. 얼렁뚱땅 알아보고 지원했다고 생각한 곳이었는데 내게 문을 열어주었고, 나는 그 문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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