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kim Aug 09. 2019

나의 집은 어디에(1)

독일에서 강아지와 내가 살 집 구하기  

독일에서 한 학기를 다 지낼 때쯤부터 새로 살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쯔비셴(단기, 세입자가 잠시 세를 놓을 때 새끼 세 형태로 집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7월까지 지낼 집을 구한 터라 9월부터 지낼 집을 다시 알아보아야 했다.

슬슬 구해야지- 하는 마음에 5월 중순부터 알아보았는데 9월에 들어갈 수 있는 집 매물은 정말 찾기 어려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6월 중순이 되니까 더 많아졌다. 그것도 모르고 집을 구하지 못할까 봐 엄청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내가 조금 많이 불안한 마음으로 집을 구한 이유가 있었다. 난 집주인들이 꺼려할 만한 조건을 여럿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내겐 강아지가 있다. 한 마리가 될 수도 있지만 두 마리가 될 수도 있다. 한국에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있으니 두 마리 다 데려온다면 두 마리의 강아지를 기르게 되겠지. (하지만 아주 작다는 것을 강조하자.!)

둘째, 나는 외국인이다. 즉, 그 집에서 몇십 년 동안 살 사람은 아닐 가능성이 아주 높으며 집주인과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독일의 집주인들은 보통 세입자를 찾을 때 최대한 오래 살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우리 아래층 사람은 30년째 같은 집에 살고 있다고 한다.

셋째, 재정상태를 완벽히 보증하기 어렵다. 나의 부모가 독일인이나 유럽인이 아닌 만큼, 보증을 서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며 내 한국 계좌는 무용지물...

 

한 학기를 지낸 기숙사. 볕이 잘 들고 공부하기 안성맞춤인 방
기숙사에서 학교 가는 길에 있는 숲.


생각보다 애완동물을 허용하는 집이 많지 않았다. 개를 사랑하는 독일이라고 했지만 집을 구할 때만큼은 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전혀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개는 안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생각해 볼게'라고 했지만 결국 안 되는 집도 있었다.


그리고 외국인이라는 점도 나를 스스로 위축되게 만들었다. 영어는 쉬웠지만 독일어는 어렵다. 독일어로 처음 보는 사람, 그것도 사무적으로 대해야 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스트레스였고 또 두려웠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었다.


독일어도 잘 못하는 내가 집을 혼자 구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집 구하기 레벨이 기숙사> WG(공동 주거, 룸메이트로 들어가기)>보눙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눙을 구해야 한다니! 보눙은 보통 집주인과 1:1 컨텍을 해서 서로 연락을 하고 정보를 주고받은 다음 주인이 나를 신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정해야 집을 건네준다. 독일에서는 요즘 집이 부족해서 괜찮은 가격에 괜찮은 집이 나온다면 경쟁도 치열하다. 주인은 더 나은 세입자를 고르는 입장이고, 나는 간택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사이트나 신문에 나온 광고에 올라온 집에 대한 사진이 정말 대충 찍은 경우도 많고, 그것마저도 아예 없을 때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이 지원을 한다. 집이 부족하니까. (그리고 가보면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곳도 많다. 왜 사진 이리 찍어놨지? 이렇게 생각 들 정도로.) 처음엔 나도 이것저것 따졌지만 결국 내가 집을 구하는 기준은 바로 강아지를 기를 수 있는가의 여부였다. 강아지를 기를 수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어도 일단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는 한 다 지원해 보긴 했다. 결국 구한 집도 강아지를 기를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았지만 집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살게 된 경우이다.




보눙을 구하기 위해 사용한 앱 - WG-Gesucht
Immoscout - 집은 여기서 구했다.



어쨌든 한 달 정도를 집 구하기에 매진했던 것 같다. 거의 매일 알람을 확인하고, 집주인에게 안 되는 독일어로 메시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고를 반복했다. 2-30개 정도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중 직접 집을 구경한 곳은 4군데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 집이 당첨됐다. 처음 몇 번은 아는 독일인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기웃거려보았는데 결국 모든 일은 내가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발로 뛰었다. 물론 도움을 받았지만 전적으로 친구들의 도움만 의지했다면 결국 집을 구하지 못했을 거다. 한 달 정도 고생한 끝에 집을 구한 후에 생각한 건, '이사는 최소한으로 가야겠다.'였다. 독일에서 이사는 그냥 힘들다. 개도 있고, 짐도 있다면. 더더욱.




앞으로 몇 번에 걸쳐서 짧게나마 집을 구했던 에피소드를 올리고자 하는데, 내가 집을 구할 때 사용한 메시지 예문도 함께 올릴 예정이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 오기 전엔 몰랐던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