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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Aug 12. 2019

강아지와 살 집 구하기(2)

독일 사람들은 아직까지 내게 이런 질문을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들어본 질문이 있다. (아니, 뉘앙스의 차이일 뿐일까?)

"유학 갔으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강아지를 왜 데려가려고 해?"


내 인생 1/3을 함께한 강아지 두 마리가 한국에 있다. 그리고 그 강아지들을 돌보아 줄 사람은 한국에 별로 없다. 그래서 내가 데리고 가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대답이 되었을까? 강아지들이 점점 나이가 들고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의 시간도 줄어가는 것 같아 독일에서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어려운 길이지만 강아지와 함께 살 집을 구하게 된 명분은 충분했다.



집을 구하는 데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들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 우선은 박사생들이 학업 외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교 Welcome-centre에 찾아갔다. 상담시간에 방문해서 아파트를 구할 계획을 설명하였더니 내가 찾아볼 수 있는 부동산 사이트와 관심 있는 집이 생기면 집주인에게 어떤 식으로 메일 혹은 메시지를 보낼지 형식을 알려주었다.


학교에서 알려준 형식(독일어와 영어 번역)


여기에

Mit freudnlichen Grüßen
이름

맨 마지막에 이런 식으로 추가해서 편지를 완성하면 된다.


처음에 떨리는 마음으로 15군데 정도 메시지를 보냈는데 바로 다음날 3-4 군데 정도 연락이 왔다. 집을 보러 오겠냐고, 혹은 부동산에서 찾아오라고. 하지만 연락이 왔다고 모두 집을 보러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첫째, 시간이 맞아야 하고, 둘째 부동산 같은 경우에는 내가 지레 겁먹고 찾아가지를 못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여러 가지 요구사항이 까다롭고 재정보증이 확실해야 한다고 하길래 나는 안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일어로 대화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WG-gesucht에서 제일 먼저 연락이 닿은 사람과 일주일 후 방문 약속을 잡았고, Immoscout에서도 집주인에게 직접 연락해 방문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WG-gesucht를 통해 연락한 사람과 유일하게 영어로 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은근히 그 집과 계약이 성사되길 희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흐지부지 흐른 후 나의 희망 WG-gesucht 세입자는 약속을 갑자기 취소했고 며칠 뒤 다른 사람과 계약을 했다고 내게 통보했다. 아아니.. 급하게 다른 집을 다시 찾아야 했다. 역시 쉬운 길은 정답이 아닐 확률이 높다.


다행히 Immoscout를 통해 잡은 집주인과의 약속은 아직 유효했고 약속시간도 그다음 날이었다. 그리고 집도 방문해보니 대만족이었다. 발코니가 있었고, 정원도 아주 컸다. 가격도 위치도 괜찮았다. 집주인도 멀리 살았고 전화상으로는 나이스 했다. 하지만 문제는 강아지. 강아지를 기르는 것에 대해 주인은 생각을 해 보아야겠다고 말했다. 내가 그 집을 구경한 첫 손님이었고, 집주인은 다른 손님을 몇 명 더 받은 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기다려야 했다.


제주도 가는 사진이지만 독일 가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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