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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kim May 22. 2020

커피를 끊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건강하게 먹어야 할까

아프고 나서 다른 친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식이요법을 해왔다.그렇다고 삼시세끼 쫄쫄 굶으면서 지내는 것도 아니다. 요즘엔 설탕, 밀가루, 유제품만 끊고 지내는 거니까 한동안 케톤식을 했을 때보다는 살만하다고 느낀다.


살을 빼기 위한 목적이었으면 정말 못했을 것 같다. 난 의지가 약한 편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정말 죽고 사는 문제라고 생각하니까 금방 음식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카페인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끊지 않고 있었다. 괜찮다는 사람도 많이 만났고 아메리카노는 설탕이 들어있지 않거든.



내가 제일 사랑하는 커피는 좋아하는 카페에서 마시는 아이스 카페라테. 정말 맛있다. 겨울에는 카푸치노. 독일에서는 커피에 아몬드 우유나 헤이즐넛 우유를 넣어서 마셨는데 한국에는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대체 우유를 찾기 어려운 만큼 카페라테는 한동안 피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유혹을 참을 수 없어 일주일에 한 잔 정도는 양보하며 마셨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한동안 현기증도 계속되었다.


내게 있어서 외식을 할 때는 음식도, 음료도 항상 고민이다. 나는 집에서 뭐든 만들어 먹는 게 편하고 자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가서 사 먹는 게 좋은가보다. 우리 집으로 모두를 불러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다. 남자 친구도 나와 밖에서 만날 때 제일 힘든 건 '오늘은 또 뭘 먹지'라는 고민이란다. 아무 음식이나 잘 먹고 싶지만 내 마음도 이젠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먹고 나면 며칠 동안 속이 아프고 피부는 알레르기로 고생을 한다.


"왜 음식점들이 전부 먹을 수도 없는 음식밖에 안 파는 거야?"
"네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이겠지"


화가 나지만 그냥 포기해 버려야 하나 생각하는 매일매일의 일상이다.

어쨌든 커피는 계속 마셔왔다. 카페는 그래도 사람들과 밖에서 만날 수 있는 하나남은 소통의 창이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아메리카노는 늘 있는 선택지이니까. 그리고 난 커피도 좋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체질검사를 해주는 한의원을 다녀왔다. 가서 맥을 봐주시면서 선생님이 바로 하시는 말씀은, "커피 끊으셔야 해요"

두둥.. 그동안 유일하게 내게 허락한 독소는 카페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커피도 허용이 안되게 생겼다.

슬프게도 커피를 끊은 일주일 정말로 현기증이 많이 줄었다. 정말 끊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베이킹과 온갖 종류의 스무디, 음료수 만들기를 시작했다.


호두 우유, 비트와 블루베리 탄산수, 설탕, 버터가 없는 호두쿠키


벼랑 끝까지 내몰린 나는 생전 해보지 않은 베이킹까지 시작했다. 원재료만 있으면 모두 간단히 10분 내로 뚝딱 만들 수 있는 간식거리들이다. 물론 맛은 슈퍼에서 사 먹는 것들이 훨씬 달고 맛나다. 그렇지만 난 그것들을 먹을 수 없고, 내가 만든 설탕 없는 음식들에서도 고소함, 달고 시고 상쾌한 여러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설탕을 먹지 못한다고 해서 설탕 대체제를 찾으면 그대로 당분을 섭취하는 거라 좋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호르몬이나 인슐린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글루텐 프리도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대신 건강한 밀을 소량만 먹기로 했다. 그래서 커피와 밀을 바꾸기로 했다.


건강하게 먹는 식단은 어렵다. 어렵게 생각하면 더 어려워지고 시작하지 않으면 정말 시작하지 않게 된다.

정보를 하나하나 찾아보고 나를 먼저 설득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회의감만 가득하고 돌아오는 건 요요뿐일 테니 공부 먼저 하는 게 중요하다.

환경을 보호하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식단을 시작하는 일도 모두 부지런해지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제품을 덜 사고, 원재료를 사서 직접 완제품, 음식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익숙해지면 어렵지 않고 오히려 삶이 바뀔 거다.



한국에 오니까 좋은건 꼬질한 강아지들과 할머니 (이번글과 관련없지만 귀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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