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2학기는 초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마지막 학기라 그런지 아이들의 일상은 항상 술렁입니다. 1학기 첫 만남 속 긴장감은 익숙함으로 바뀌고, 졸업의 설렘과 기대감이 아이들의 일상을 채워갑니다. 2학기는 그렇게 서로 가까워진 거리만큼 경계가 흐려지고, 때론 서로의 선을 쉽게 넘어갑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 정도는 저 친구도 이해하겠지.
익숙함과 설렘이 가져다준 편안한 분위기가 때론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어버리지요.
2학기가 시작되며 작은 오해로 시작된 다툼이 종종 보입니다. 친해질수록 서로에게 더 예의를 갖추라고 항상 이야기합니다. 친구, 부모님, 선생님 누구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상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땐 싸우라고 이야기합니다. 어차피 우리는 이 세상 모든 이와 친하게 지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혼자 살 수도 없기에 서로 맞춰가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항상 담임이 되면 다툼을 권하는 대신 다투는 방법도 함께 지도합니다.
오늘의 알림장 한 꼭지는 친구와 다투는 방법입니다.
2025년 9월 4일 알림장
여섯. 친구와 건전하게 다투는 방법
1. 각자의 의견 전달하기
2. 상대방이 설득되지 않을 때 잠시 자리 피하기
3. 주변 어른들께 도움 요청하기
단, 다툴 땐 언제나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자기 생각 말하기
사실 다투다 보면 고성이 오갈 수도, 몸싸움이 생길 수도 있는 법이지요. 하지만 '학교폭력'이라는 단어가 교육 현장에 등장한 이후 아이들 사이에 생겨난 고성과 몸싸움은 또 다른 불씨가 되어 학부모 싸움으로 번지기 일수입니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서로의 오해가 번지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답답하고 이해할 수 없다 여길 수 있겠지만, 실상 현재를 살아나가는 어른들에게도 결국 나와 생각이 다른 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바른 다툼의 방법이 아닐는지요.
교실에 있는 26명 모두 똑같이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완벽하게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도 없습니다.
설령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다 하더라도, 그 결과에 모두가 만족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툼을 겪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배워야 합니다. 배우는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오갈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에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조그마한 노력의 과정이 들어갔으면 합니다. 오해가 켜켜이 쌓여 도저히 풀어낼 수 없을 땐 혼자 속앓이 하지 말고 주변 어른들을 찾아주면 좋겠습니다.
이런 노력의 과정에서 때론 억울한 일을 겪고, 때론 오해를 사고, 때론 속상할 수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 나가며 단단해지길 바라봅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단순히 학교폭력의 결과가 생각하지 말고, 성장하고 자라는 과정으로 지켜보고 지지해 주길 바랍니다.
선생님으로 바라는 건 나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아이가 그 나이대에 맞게 다양한 감정을 겪고 헤쳐 나가는 과정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싸우세요, 예의 바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