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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셋. 불장난하지 않기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 싼다


여러분은 이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 싼다'라는 말은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옛날부터 현재까지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30년 전, 선생님께 매일 듣던 이 말을 30년 후,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에게 매일 들려주고 있습니다.


수업 중 다급한 메신저 알림이 울립니다. 지난밤, 6학년 다른 반 아이 하나가 베란다에서 종이를 태우는 장면을 촬영해 자신의 SNS에 자랑스럽게 올려두었다고 합니다. 각 반에서 안전지도를 부탁한다는 내용입니다.


알림을 보자마자 선생님 입에서 얕은 한숨이 새어 나옵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때론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지금도 하루에 열두 번씩 말하고 있는데, 하루에 스물네 번 정도 말해야 하는 걸까요? 사실 그걸로도 부족하겠지요. 하루에 마흔여덟 번이 되더라도 저를 떠나는 순간까지 계속 이야기해야겠지요.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실천이 되지 않는 우리 열세 살 아이들을 위해서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먼저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하지 말아야 하는 행위는 뭘까?



아이들은 '이 정도 질문쯤이야'라는 얼굴로 너도나도 손을 들고 자신의 생각을 발표합니다.



-베란다에서 뛰어다니지 않아요.


-베란다에서 공을 던지고 받기 놀이를 하지 않아요.


-베란다에서 뒹굴면서 동생과 몸싸움을 하지 않아요.


-베란다 창문으로 물건 던지기 놀이를 하지 않아요.


-베란다 창문으로 서로를 밀치는 장난을 하지 않아요.


-베란다 창문 난간으로 넘어가 난간에 매달리지 않아요.



생각지도 못한 답변의 참신함과 대범함이 놀랍습니다. 대답 뒤 한 마디씩 덧붙인 아이들의 설명은 더 가관입니다. 5학년 때 다 해봤다는 아이부터 몰래 하다가 부모님께 들켜서 혼나고 많이 맞았다는 아이까지 가지각색입니다.


아이들 대답을 들어보니 어쩌면 불장난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어 서둘러 알림장 한 꼭지를 써내려 갑니다.



2025년 9월 23일 알림장

열셋. 불장난하지 않기
1. 불을 사용할 경우 항상 보호자와 함께 하기
2. 불은 나의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음을 알기



2학기에 들어서며 이제 저희 반 아이들은 대부분 저와 키와 덩치가 비슷해졌습니다. 커져버린 몸과 키에 제가 잠시 속았습니다. 여전히 열세 살 어린이들이었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잘하겠지'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어야겠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어 들어가듯 계속 말해야겠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놓치지 않도록요.


열세 살 어린이들아,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불장난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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