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즐기자!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19 - 불가리아 국경 통과하기

by 류광민

자동차 보험은 어디에서 파나요?

캠핑카를 타고 국경을 넘는 것은 항상 긴장되는 일이다. 공항의 출입국보다 짐 검사도 해야 하고 필요로 하는 서류도 훨씬 많다. 2018년 8월에 출국해서 지금까지 반년 간 여러 나라의 국경을 통과하는 경험 덕분에 처음 러시아에서 에스토니아로 넘어갈 때의 긴장감보다는 많이 익숙해진 일이 되었지만 아직도 긴장감은 남아 있다. 오늘 2019년 2월 28일. 터키에서의 70여 일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불가리아로 넘어가는 날. 불가리아를 포함해서 발칸반도 국가들을 여행하고 서유럽으로 다시 들어갈 예정이다.

우리가 선택한 불가리아 국경은 터키에서 불가리아 소조폴로 넘어가는 곳으로 매우 작은 세관이 있는 곳이다. 터키에서 출국 수속을 마친 우리는 가볍게 불가리아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요구하는 서류(대부분 여권과 국제 운전면허증은 필수) 중에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서류는 바로 자동차 보험이다. 터키는 터키에서만 유효한 자동차 보험을 요구한다. 터키 여행 이전에 유럽 여행 때 사용했던 자동차 보험증 소위 그린카드는 3개월만 유효하기 때문에 새롭게 구입을 해야 한다.

친절한 국경 세관 직원이 우리에게 여권 검사와 차 짐 검사를 마치고 나서 물어본다.


“자동차 보험증 있나요?”

“없어요. 자동차 보험증을 새로 사야 해요.”

“그러면, 여권을 맡기고 800여 미터 내려가면 자동차 보험을 파는 곳이 있어요. 그곳에서 사 오세요.”


에스토니아에서는 세관 건물 옆에 있는 사무실에서 구입했는데 이곳에서는 아예 딴 곳에 있는 모양이다. 천천히 차를 몰아 내려가 보는데 자동차 보험을 팔만한 곳에 사람이 없다. 이곳이 아닌가 보다. 조금 더 내려가 보자. 가도 가도 건물이 나타나지 않는다. 너무 내려간 느낌이 들어 다시 차를 돌린다. 주유소에 들러 젊은 직원에게 자동차 보험 판매처를 물어본다.


“Car Insurance”


이 말을 열 번 이상 말해보았지만 자기는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이 친구에게 자동차 보험이라는 말은 매우 고급스러운 영어인가 보다. 참, 난감하다. 하는 수 없다.

다시 국경 쪽으로 올라오다 아까 미심쩍었던 곳에 차를 댄다. 이곳에서 자동차 보험을 팔지 않으면 정말로 난간함 상황이 된다. 마침 문이 열려있는 가게에 들어가 본다. 이 가게에서 불가리아 고속도로 주행권을 팔고 있다. 이 주행권을 사면 불가리아 어떤 도로도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다. 그래 마음이 편한 게 최고야. 고속도로 주행권을 구입(30 Lev-약 2만 원)하고 나서 주인에게 물어본다.


“Car Insurance”


그런데 옆에 있던 여자분이 자기가 판다고 한다. 자기를 따라 오란다. 그분이 도착한 곳은 가게 근처에 있는 작은 사무실의 환전소. 이 환전소에서 자동차 보험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환전소 이외의 정보는 알 수 없는 가게에서 말이다. 우리 같이 자동차로 여행하는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 “Car Insurance” 문구 하나 써 붙여주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

그런 불평을 마음속으로 하고 있는데 갑자기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 준다.


“몇 달짜리 할 건가요?”

“몇 달짜리가 있는데요?”

“유럽 전역을 커버하고 최대가 3개월이에요.”

“3개월 하면 얼만데요?”


사실 1개월이나 2개월과 큰 비용 차이가 없다. 우리는 유럽을 또 3개월 이상 여행을 해야 하니 당연히 3개월로 해야 한다.


“83유로예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정말이에요?”


유럽 지역을 커버하는, 3개월짜리 자동차 보험인 그린카드를 에스토니아에서 286유로에 구입했었기 때문이다. 1/3도 안 되는 가격이다. 어찌해서 이런 가격차이가 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 200유로나 아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슬픈 소식이 들려오다!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그린카드를 들고 국경에 와서 여권을 찾아 길을 떠난다.

국경을 통과하고 나타난 마을들은 어딘지 모르게 퇴색한 느낌을 준다. 건물을 보면 과거 한때에는 화려했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현재 건물 상태는 무너져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제 화려했던 터키 이스탄불을 지나온 것과 비교하면 이 곳 마을 풍경은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하던 아내가 슬픈 소식을 전해준다.


“자기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데.”


분위기가 좋았고 기대가 많았던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슬픈 소식인 것은 분명하다. 언제까지 우리는 같은 민족이 대결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대결을 끝내는 결정을 우리 스스로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너무 기쁜 일과 서글픈 일이 같이 일어났다.

불가리아 국경을 통과하고 나서 나타난 마을 풍경들

지금 낭만을 즐겨보자

아톰은 오늘 정박지로 정한 소조 폴 인근의 해안가로 향한다. 해안가 모래에 아톰이 빠졌지만 아내가 구해온 나무판을 이용해서 무사히 차를 빼낼 수 있었다. 아내가 여행을 통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일이다.

해안가로 들어가다가 모래에 빠져 버린 아톰. 아내가 구해 온 나무 널판지 덕분에 무사히 탈출.

무사히 차를 안전한 곳에 정박시키고 아름다운 해안가에서 산책을 즐긴다. 아름다운 노을과 맑은 바닷물, 잔잔한 파도, 해안가에 방치되어 있지만 아직 쓸만한 벤치에 해수욕장의 저녁 낭만을 즐겨본다.

소조폴이 바라다 보이는 해안가에서 저녁 노을을 즐겨 본다.

기쁜 일과 슬픈 일이 오늘 여러 번 일어났다. 그래도 지금 저녁 노을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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